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닭갈비와 막국수다. 닭갈비를 먹은 뒤 막국수를 후식으로 곁들이는 것도 좋지만, 춘천 막국수만의 진짜 매력을 느끼려면 막국수 전문점을 찾아가야 한다. 춘천에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막국수 집이 많다. 메밀을 주식으로 삼았던 화전민들이 춘천 도심으로 이주하면서 동네에 막국수 가게를 연 게 시초라고 한다. 가게마다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조리법이 있다 보니, 면 두께도 양념 맛도 천차만별이다. 그걸 비교해 가며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춘천에서 대를 이어 오랫동안 영업하고 있는 막국수 가게 네 곳을 소개한다.
막국수의 정석 유포리 막국수
유포리 막국수 전경. 가게 마당에 대기실이 있다. (강원 춘천시 신북읍 맥국2길 123)1966년 개업해 3대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막국수 명가. 다음에 소개할 샘밭 막국수와 함께 춘천 막국수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린다. 여러 방송 매체에 소개됐을 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한 ‘백년가게’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단골손님이나 여행객도 많아 식사 시간에는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 가게 마당에 대기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춘천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버스보다는 자차나 택시로 오는 것이 편하다. 유포리 막국수는 ‘막국수의 정석’이란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씹는 맛이 있는 도톰한 면발과 되직한 양념간장 느낌의 양념장, 숭덩숭덩 썰린 무가 가득 들어있는 동치미 국물 때문이다. 요즘 입맛에 맞는 새콤달콤한 감칠맛보다는 김 가루와 깨소금의 고소한 맛이 강하고, 약간 투박한 게 특징이다. 처음에는 동치미를 넣지 말고 비빔 막국수로 먹다가, 중간부터 동치미 국물을 넣으면 좀 더 개운하게 즐길 수 있다. 사이드 메뉴로는 매일 정해진 수량만큼만 판매한다는 촌두부를 추천. 두텁게 썰린 두부 본연의 고소한 맛을 음미해 보길 바란다.
돌아서면 생각나는 맛 샘밭 막국수
샘밭 막국수 전경. 백년가게 인증을 받았다. (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44)숯불닭갈비, 카페 감자밭 같은 유명 음식점이 몰려 있는 소양강변길에 위치해 있고, 춘천뿐 아니라 서울과 판교에도 분점이 있다. 손님이 많아 점심시간에는 대기가 있지만, 홀이 넓고 회전율이 좋은 편이다. 이곳 막국수는 순 메밀로만 뽑아낸 순 메밀 막국수, 일반 막국수로 나뉜다. 메밀로만 뽑아낸 면도 탄력이 없다거나 거칠게 뚝뚝 끊기지 않고, 부드러운 소면과 비슷한 식감이다. 양념 맛은 유포리 막국수보다 연하다. 비빔국수 특유의 시고 매운 맛이 두드러지지 않고, 매우 담백하고 깔끔해 메밀 본연의 풍미를 느끼기 좋다. 주전자에는 사골 육수와 동치미를 섞은 국물이 들어있다. 맛은 슴슴해서 꼭 평양냉면 육수 같다. 자박자박할 정도로만 따라 물비빔 막국수로 먹으면 부드러운 국물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입에 착 붙는 양념 맛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부분이 이곳만의 매력이다.
할머니 댁에서 먹는 간장 국수 스타일 원조남부막국수
원조남부막국수는 소박한 노포 스타일 막국수 가게다. (강원 춘천시 춘천로 56)춘천경찰서 맞은편, 노란색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다. 내부는 소박한 노포 스타일이다. 벽에 빼곡하게 붙은 유명인 사인, 믹스커피 머신, 테라조 바닥에 배치된 나무 식탁과 의자가 정겨운 느낌을 준다. 가게 한편에는 신을 벗고 앉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테이블도 넉넉해 여럿이서 방문해도 좋다. 막국수라 하면 빨간 비빔국수 형태를 생각하기 쉽지만, 막국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하얀 막국수도 있고, 들기름과 김만 넣어 구수하게 먹기도 하고, 빨간 양념장 대신 간장 국수 느낌을 내는 집도 있다. 이곳은 간장 국수 스타일의 막국수를 만든다. 고춧가루가 올라가 있고, 양념이 면 아래에 깔려 있지만 맵지는 않다. 처음부터 입맛을 확 당기기보다는 꾸미지 않아 먹을수록 손이 가는 맛이다. 밑반찬으로 쌈무가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수만 먹었을 때는 톡 쏘는 산미가 부족한데, 겨자를 약간 뿌리고 무로 면을 싸 먹으면 균형이 잘 맞는다. 막국수 투어를 위해 춘천까지 왔다면, 비빔국수 스타일의 막국수와 이곳의 막국수를 비교해 보는 것을 권한다.
구수한 시래기 맛이 일품 메바우명가춘천막국수
시래기 막국수를 맛볼 수 있는 메바우명가춘천막국수. (강원 춘천시 당간지주길 76 1층)춘천에 살고 있는 지인이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집’이라며 추천했던 가게다. 1974년 옛 터미널 근처에서 운영했던 막국수 가게가 시초라고 한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근처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점,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시래기 막국수’를 판매한다는 점에 이끌려 방문했다. 일반 막국수도 판매하고 있지만, 시래기와 들기름이 들어간 막국수가 이곳의 시그니처다. 빨간 양념이 올라간 것과 양념이 없는 것이 있어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된다.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면 시래기, 김 가루, 비빔 양념이 올라간 국수와 향이 강한 들기름, 신맛이 적은 동치미 국물이 나온다. 막국수는 시래기 된장 지짐에 비빔국수 양념을 넣고 비벼 먹는 맛으로, 익숙한 듯 새로운 느낌이다. 중간쯤 먹다 테이블에 있는 매실청과 메밀 다시마 식초를 소량 넣으면 감칠맛이 배가된다. 가게 입구에는 입가심을 할 수 있도록 메밀차를 구비해두고 있다. 식사를 마친 뒤, 커피 대신 메밀차를 한 잔 마시면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