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폴더블에 건넨 애플의 마법: 아이폰 듀오

뻔한 폴더블에 건넨 애플의 마법: 아이폰 듀오

[1. 늦었거나, 아예 뒤쫓거나: 애플식 '뒷북'의 역사는 반복된다]
삼성이 갤럭시 Z 폴드를 세상에 내놓고 수년간 힌지와 디스플레이 주름을 잡으며 하드웨어를 다듬어온 판에, 애플이 또 한발 늦게 들어섰다. 바로 '아이폰 듀오(iPhone Duo)'다.

ⓒApple

생각해 보면 애플의 이런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2010년대 초반 삼성이 화면 크기를 훌쩍 키운 '갤럭시 노트' 시리즈로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했을 때, 애플은 한 손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고집을 피우며 화면을 키우지 않았다. 결국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한참 뒤인 2014년에야 5.5인치 대화면 모델인 아이폰 6 Plus를 내놓으며 백기를 들었다. AOD(Always On Display)나 120Hz 고주사율, 위젯, 멀티태스킹 역시 삼성이 먼저 터를 닦아놓으면 느릿느릿 완성도를 핑계 대며 뒤따라오곤 했다.
ⓒSamsung
발표 직후 SNS와 커뮤니티는 이미 아이폰 듀오에 대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삼성 미국 X 계정에서는 “너무 똑같아 보이는데?” 같은 저격 유머 게시글이 올라와 인기를 끌었고, 캐릭터 마케팅으로 유명한 듀오링고(Duolingo) 공식 계정이 "애플이 내 이름을 뺏어갔다"는 콘텐츠를 올려 거대한 유희의 장이 열렸다.
ⓒDuolingo X



[2. 하드웨어의 결함을 착시로 바꾸는 기술: SNS를 점령한 UX의 마법]

하지만 실물을 마주하고 폼팩터를 여는 순간 같은 폴더블임에도 애플만의 감성이 더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홀린 듯 듀오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이유다. 애플은 물리적 결함을 '마법 같은 소프트웨어와 UX'로 덮어버리는 데 미쳐있는 기업이다.

과거 펀치홀 카메라라는 흉터를 '다이내믹 아일랜드(Dynamic Island)'라는 매력적인 인터페이스로 바꿨고, 물리 버튼을 없앴을 땐 '홈 바 제스처'를, 트랙패드에는 포스터치(Force Touch) 햅틱 진동을 넣어 물리적 클릭감을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번 아이폰 듀오 역시 그 UX 마법의 결정판이다.

ⓒApple
밖과 안이 연결되는 듯한 미학적 물리 엔진은 확실한 매력 포인트다. 디스플레이 레이어가 단순히 펴지는 것이 아니라, 펼치는 각도에 반응해 실제 내부 내용물이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능숙한 크리에이터들은 이 블러 효과를 갤럭시 Z 폴드에 적용해 본 영상이나, 맥북을 접을 때 적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거대해진 화면 때문에 한 손 조작이 힘들어지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메뉴 바, 탭 바, 주요 기능들을 모두 오른쪽으로 몰아서 구성했다. 오른손 엄지 하나로 기존 아이폰 조작 방식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Apple
아이들이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바라볼 수 있도록 Kid Cue라는 기능도 추가했다. 앞면에 영상이나 시각적 힌트를 주는데 ‘폴더블’이라는 특성을 활용한 귀여운 U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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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아서 책상 위에 세워두면 스탠바이(StandBy) 모드로 탁상시계가 되고, 기기를 아주 미세하게 벌려두면 틈새 사이로 알림의 빛이 스며 나오게 만들어 기기를 책상 위 고급 인테리어 오브제로 탈바꿈시켰다.
ⓒApple
폴더블이라는 뻔해진 폼팩터에 "접히니까 화면이 커진다"는 1차원적 접근을 넘어, "접고 펼치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시각적 퍼포먼스"가 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3. 이 괴물 같은 장난감은 팔릴 것인가?]

정량적 하드웨어 지표만 보면 삼성의 압승이다. 삼성이 축적한 노하우 덕분에 두께, 무게, 가격 면에서는 삼성이 여전히 앞서 있다. 접었을 때 여전히 묵직한 아이폰 듀오는 한국 기준 기본 모델 출시가만 무려 325만 원에 달하며, 어지간한 고급형 맥북 프로 한 대를 사들이고도 남는 거만한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삼성이 대중화를 위해 감량을 시도할 때, 애플은 부품과 기술을 꽉꽉 채워 넣은 무거운 거작을 만들어 낸 셈이다.

ⓒ연합뉴스
문제는 결국 현실의 벽이다. 대중이 선뜻 지갑을 열어 사줄지는 미지수다. 삼성은 폴더블의 완성도를 '두께 감량과 실용적 가격'에서 찾으려 했고, 애플은 '모든 기술을 다 쑤셔 넣은 압도적 제품'으로 응수했다. 비싸서 대중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긴 힘들지라도, 아이폰 듀오는 뻔해진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Apple

김지윤

김지윤

취향이 담긴 물건과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