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동부 도쿠시마현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나루토의 소용돌이’다. 도쿠시마현 나루토시와 아와지섬 사이에서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형성되는데, 직경만 20m에 달한다. 소용돌이는 근처 오나루토 대교에 올라가 발 아래 유리를 통해 내려다보거나, 배를 타고 가까이 접근해 관람하는 게 일반적이다.


눈과 귀로 장대한 해협을 감상했다면, 이제 이곳을 대표하는 요리를 만나볼 차례다. 가장 유명한 것은 도미다. ‘나루토 타이(鳴門鯛)’라고 불리는 이곳의 도미는 거센 바다를 헤치며 자라 육질이 탄력 있고 쫄깃하다. 라멘부터 솥밥까지, 그 맛을 즐기는 방식도 다채롭다.
시원하고 짭짤한 맛
도미 소금 라멘
도쿠시마는 날달걀을 깨뜨려 먹는 ‘도쿠시마 라멘’이 유명하다. 그런데 도쿠시마 라멘 일색인 이곳에서 도미 라멘이라는 트렌디한 메뉴를 선보이는 가게가 있다. 바로 ‘도노우라’다. 본점은 나루토시에 있지만, 도쿠시마 시내 곳곳에 분점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고, 방송 출연도 여러 번 한 맛집이다. 일본 인기 아이돌 ‘스노우맨’ 멤버 메구로 렌이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시그니처 메뉴는 도미 소금 라멘. 보통 맛과 매운 맛 중 선택할 수 있다. 뽀얗고 불투명한 국물에 얇고 탄력 있는 스트레이트 면이 들어있다. 토핑으로는 무순과 도미 껍질이 올라간다. 국물 맛은 진득해지도록 오래 끓인 지리탕과 비슷하다. 다른 재료 없이, 오직 생선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뒤 짭짤하게 간을 한 느낌이다. 의외로 무순의 존재감이 크다. 아삭한 식감과 특유의 알싸한 맛이 산뜻하게 느껴진다. 생선 껍질은 얇은 센베이와 비슷한 식감으로, 바삭바삭하면서 고소하다. 다만 기본 양이 다소 적다. 평소 식사량이 많다면 처음부터 면을 추가하거나, 라멘을 다 먹은 뒤 밥을 넣어 먹는 게 좋다.

오나루토 대교를 바라보며 먹는
도미 회덮밥
나루토의 소용돌이를 보러 가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센조지키 전망대를 들르게 된다. 전망대 근처에는 기념품점과 식당이 밀집해 있다. 대부분 나루토 특산물인 미역과 도미, 고구마 등을 재료로 한 음식을 낸다. 1층은 기념품점, 2층은 식당으로 돼 있는 ‘우즈노야’는 나루토 도미 회덮밥으로 유명한 곳이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대교를 보면서 식사할 수 있다.

회덮밥을 주문하면 밥 위에 미역과 두툼하게 썬 도미회를 얹어 준다. 달콤한 특제 간장 소스가 밥알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있고, 깻잎을 닮았지만 맛은 전혀 다른 시소 잎이 쌉싸름하면서도 상쾌한 풍미를 더한다. 도미회는 부드러운 듯하다가, 씹으면 가벼운 저항감이 느껴질 정도로 단단한 탄성이 느껴진다. 거센 물살을 헤치며 자란 생선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도미 조각이 들어있어 담백하고 따끈한 미역국도 회덮밥과 아주 잘 어울린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상점가에서 미역 아이스크림이나 고구마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하자. 특히 콘 형태의 고구마 아이스크림을 추천한다.

별미 중의 별미
도미 버거
특별한 도미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도미 버거는 어떨까. 도미 필레로 만든 피시버거는 도쿠시마에서도 몇 안 되는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메뉴다. ‘S.B.DINER TOKUSHIMA’는 도쿠시마 역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수제버거 가게로, 도미 버거를 판매한다. 

버거는 타르타르 소스가 먹음직스럽게 흘러넘쳐 와일드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꼬치 때문에 간신히 버거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크기가 크다.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기보다는, 테이블에 있는 종이 포장지에 넣어 먹는 게 이곳 스타일. 갓 튀겨 바삭한 도미 필레 위에 피클을 듬뿍 넣은 소스를 올려 부드럽고 새콤한 맛이 난다. 도미 풍미가 두드러진다기보다는 흔히 먹는 피시버거보다 촉촉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인데, 타르타르 소스의 은은한 산미 때문에 느끼하거나 무겁지는 않다. 달걀이나 아보카도 등의 토핑과 도미 타코, 초리조 소시지 같은 각종 사이드 메뉴도 준비돼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 보자. 음료도 나루토 콜라, 매실 소다 등 한국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정갈한 한 상
도미 솥밥
도쿠시마역 근처에 위치한 ‘아지센’은 1500엔 내외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솥밥을 맛볼 수 있는 가게다. 도미, 밤, 연어 등 다양한 재료를 올린 솥밥을 메인으로 판매한다. 칸막이로 테이블이 나뉘어져 있어,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대화하며 식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평일 영업 시작 무렵에는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지만, 점심시간이 되면 어느새 만석이 된다.

1인 도미 솥밥은 화로 위에 작은 솥을 올려, 테이블에서 뜸을 들인다. 간장 베이스의 육수를 넣고, 쌀 위에 도미 한 도막을 얹은 모습이다. 뚜껑을 열면 은근하게 달짝지근한 향이 난다. 살코기만 발라낸 도미는 부드럽고 비린 맛이 없다. 밥은 질지 않고 고슬고슬하며, 양념이 돼 있지만 생각보다 맛이 강하지 않다. 깔끔하고 담백한 도미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 덕분에 새우와 채소 튀김, 채소 절임, 국 등 다른 음식들과도 잘 어우러진다. 일본식 달걀찜인 차완무시와 디저트인 커피 젤리까지 한 상에 나와 기승전결이 완벽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