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남국, 오키나와

달콤한 남국, 오키나와

오키나와는 일본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1,500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1879년 일본에 편입되기 전까지, 이 땅에는 450년간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독립 국가가 있었다. 지금도 오키나와에서는 본토와는 다른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간식거리들을 모았다.



[오키나와식 도넛, 사타안다기]

오키나와에는 라드와 밀가루로 만든 쿠키인 친스코, 설탕과 참깨 소를 넣은 콘펜 등 다양한 과자들이 있다. 사타안다기는 ‘오키나와 도넛’으로 불리는 튀김 과자다. 오키나와 방언으로 ‘사타’는 설탕, ‘안다기’는 튀김을 의미한다. 직역하면 ‘설탕 튀김’이지만 실제로 설탕 자체를 튀겨 만드는 것은 아니고, 밀가루와 설탕, 달걀로 만든 반죽을 경단처럼 빚어 튀긴다.

튀김 가게 ‘고야 텐푸라야’ (2 Chome-11-1 Matsuo, Naha, Okinawa 900-0014 일본

겉 부분이 단단한 사타안다기. 옛날 도넛과 비슷한 맛이다.

사타안다기를 구입하기 위해 마키시 시장 근처 가게에 방문했다. 이곳은 각종 튀김을 전문으로 하는 노포다. 주방에서는 직원들이 사타안다기를 포함해 해초의 일종인 모즈쿠, 오징어, 채소 튀김 등을 만든다. 모든 튀김은 개별 구매가 가능하다. 사타안다기는 겉부분이 거칠고 단단해서 깨물면 ‘파삭’ 소리와 함께 부서진다. 안쪽은 푹신하지만, 도넛보다는 밀도가 있어 약간 퍽퍽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맛은 시장에서 파는 옛날 도넛과 비슷하다. 설탕을 사용하지만 단맛은 일반적인 디저트보다 훨씬 덜한 편. 되도록 갓 튀겨낸 것을 커피나 차에 곁들여 먹는 것을 추천한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여름 나는 법, 젠자이]

보통 일본에서 ‘젠자이’라고 하면 팥죽에 떡을 올려 따뜻하게 먹는 음식을 말한다. 하지만 더운 지역인 오키나와에서 젠자이를 주문하면 정반대의 음식이 나온다. 오키나와식 젠자이는 팥죽이 아니라, 강낭콩을 사용한 빙수다. 이곳에선 따뜻한 젠자이를 ‘핫 젠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젠자이를 판매하는 디저트 가게 ‘센니치’ (1 Chome-7-14 Kume, Naha, Okinawa 900-0033 일본)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젠자이. 단맛이 강하다.

나하시에 있는 센니치는 젠자이를 비롯해 붕어빵과 비슷한 타이야키, 커피를 파는 디저트 가게다. 1962년부터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으로, 테이블과 의자, 그릇, 스푼에서 그때 그 시절로 타임슬립 한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500엔짜리 젠자이를 주문하면 유리그릇에 달게 졸인 강낭콩을 깔고, 곱게 간 얼음을 원뿔 모양으로 쌓아 준다. 맛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음식들이 대개 그렇듯 매우 단순하다. 팥과 얼음만 넣어 만든 팥빙수처럼 수수하고 정직한 맛이 난다. 편의점에서도 오키나와 젠자이를 맛볼 수 있다. 입자가 커 아삭아삭한 얼음에 떡이나 흑당 같은 토핑을 추가해 먹는다. 다만, 흑설탕 시럽 특유의 단맛이 비교적 강한 편이다. 여행 중 단 것이 당길 때 먹어 보자.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인 여주 버거]

오키나와에서는 여주(고야)를 넣은 요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여주는 울퉁불퉁하게 생긴 아열대성 박과 채소다. 호박과 비슷한 식감에, 쌉싸름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요리는 여주 볶음(고야 참프루)이지만, 튀김이나 절임 등 조리법이 매우 다양하다. 심지어는 버거 패티처럼 활용하는 곳도 있다.

여주 버거를 판매하는 ‘제프 썬라이즈나하점’ (1 Chome-1-5 Tsuboya, Naha, Okinawa 902-0065 일본)

오키나와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제프 버거에서는 여주 버거를 판다. 여주를 넣은 오믈렛을 패티로 활용한 ‘고야 버거’, 고야 버거에 오키나와 사람들이 사랑하는 런천미트를 넣은 ‘누야루 버거’ 등 한정 메뉴가 많다. 고야 버거는 달걀, 마요네즈, 치즈를 사용해 여주의 쓴맛을 중화했다. 쌉싸름한 맛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여주가 낯선 관광객이나 어린아이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고기 대신 오믈렛을 넣은 것이다 보니 무겁거나 기름진 느낌이 덜하고, 의외로 아침 메뉴로 잘 어울린다. 좀 더 산뜻한 마무리감을 원한다면 음료 옵션을 시콰사 음료로 변경하는 걸 추천한다. 시콰사는 오키나와에서 나는 감귤류 과일로, 청귤이나 라임처럼 새콤한 맛이 난다. 따뜻한 버전과 차가운 버전이 있으니, 기호에 맞게 고르면 된다.



[건강을 기원하며 먹는 떡, 무치]

음력 12월 8일이 되면, 오키나와 사람들은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무치’를 먹는다. 무치는 생강과 식물인 월도 잎에 싸서 찐 떡이다. 흑설탕을 넣어 단맛을 내거나, 고구마로 색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무치를 챙겨 먹는 건 떡을 이용해 귀신을 물리쳤다는 오키나와 민화에서 유래한 풍습이다. 자녀의 건강을 위해 무치를 집에 매달아 두는 가정도 있다. 무치는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시장이나 슈퍼에서 파는 걸 구입하기도 한다.

오키나와 재래시장 상점에서 구입한 무치 (2 Chome-9-12 Matsuo, Naha, Okinawa 900-0014 일본)

잎사귀로 떡을 감쌌다는 점에서는 망개떡과 비슷하나, 무치는 납작하고 판판한 모양이다. 잎사귀를 열어 보면 절편처럼 소가 없는 떡이 들어있다. 끈적끈적한 떡이 잎에 거의 붙어 있어, 손으로 떡을 직접 집어 들어 먹기보다는 잎사귀를 뒤로 접어 가며 조금씩 먹는 것이 편하다. 숟가락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달콤하고 평범한 떡 맛이지만, 잎사귀를 열었을 때 부드럽고 독특한 향이 난다. 대나무 밥을 열었을 때 은은한 향이 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요즘에는 잎사귀 없이 떡 내용물만 봉지에 넣은 제품, 잎사귀를 분말로 만들어 찐빵 형태로 재해석한 제품을 편의점에서 기간 한정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 시기 오키나와를 방문한다면 놓치지 말고 맛보길 바란다.

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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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는 혼행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