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덩어리, 콤플렉스
콤플렉스는 융이 만든 용어이지만, 그가 이 용어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덜 알려져 있는데요.
그가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만든 배경을 이해한 다음,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회에 잘 조응할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 융 심리학은 ‘콤플렉스 심리학’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콤플렉스는 그 이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죠.
콤플렉스의 진짜 의미
그런데 흔히 콤플렉스라고 하면 마음속 열등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콤플렉스에 나쁜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콤플렉스를 정확하게 말하자면, ‘감정으로 물든 의미 덩어리(feeling-toned complex)’를 말합니다.
감정은 공통된 감정 하나를 붉은 실처럼 사용해서 여러 의미를 엮습니다. 감정이 핵 역할을 하면서 여기에 관련된 의미를 접착제처럼 묶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이 의미 덩어리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의미 덩어리는 감정이라는 공통된 실로 함께 묶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감정과 관련된 자극을 우리가 마주하면 관련된 의미가 머릿속으로 금세 떠오릅니다.
융의 콤플렉스 발견
융이 처음 콤플렉스를 발견한 것도 ‘단어 연상 검사’를 통해서였는데요. 그는 몇 가지 ‘자극어’를 부른 다음, 스톱워치로 상대의 ‘반응어’와 ‘반응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부터 몇 개의 단어를 순서대로 말하겠습니다. 이를 듣고 뭐든 좋으니 떠오르는 단어 하나를 말해주세요”라고 한 뒤 몇 가지 자극어를 부릅니다. 상대는 이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어를 말합니다. 융은 생각을 떠올리는 데 걸린 시간을 잽니다.

이상하게도 이 간단한 시험에서도 상대가 어떤 단어에는 느리게 대답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융은 그 이유가 지능에 있는 게 아니라 감정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정과 관련된 의미 덩어리가 머릿속에서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켜 대답이 느려졌다고 보았죠.
일례로 한 환자에게 ‘흰색’이라는 자극어를 불렀는데, 그 환자는 잠시 주저하고는 ‘검은색’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나서 융이 ‘흰색’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을 더 묻자, 환자는 흰색이 죽은 사람의 얼굴을 덮는 천을 떠올리게 한다고 대답했죠. 그리고 최근에 이 환자와 아주 가까운 친척이 죽었고, 이 사람에게 검은색은 상실과 관련된 색처럼 느껴진 겁니다.
반응 속도가 느려진 건 그 사람의 감정이 그만큼 움직였고, 그 감정과 관련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죠.
참고자료: 가와이 하야오, 《융, 인간의 이해》, 57쪽

콤플렉스의 활용
그렇다면 이 사실을 일에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 마음속에 있는 의미 덩어리와 내가 가진 의미 덩어리를 같은 감정으로 연결 지을 줄 알아야 합니다.
또, 이 감정에 엮을 의미 덩어리를 선별할 줄도 알아야겠죠. 그래야 상대방도 그 감정을 느끼고, 상대가 감정을 느끼면 행동하고 싶어질 테니까요.
예를 들어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당시 미국 사회의 흑인 인식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I Have a Dream’이라는 명연설을 남겼습니다.
연설문의 일부에 빨간색으로 표시해 보았는데요.
여기서 융이 말한 자극어에 빨간색을 쳐봅시다. 이 의미 덩어리들은 강한 감정선으로 실처럼 묶입니다. 절망에 굴하지 않으려는 강한 희망이 보이죠.
저는 창작물이 살아 있는 콤플렉스라고 생각하는데요. 창작을 할 때 내가 붙잡으려는 감정선은 무엇인가, 그리고 여기에 어울리는 의미 덩어리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니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여러분의 작업에도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