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떻게 QR의 나라가 되었을까?

중국은 어떻게 QR의 나라가 되었을까?

상하이에 다녀와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의외로 맛집이나 야경 이야기가 아니었다. “진짜 다 QR로 결제해?”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철저하다. 가기 전에는 솔직히 조금 과장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중국은 다 QR 쓴다더라”, “현금 거의 안 쓴다더라” 같은 말들 말이다. 그런데 막상 상하이에 도착해보니, 내가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넘어선 디지털 생활이 이미 일상이 되어 있었다.
가장 처음 놀랐던 건 식당이었다. 한국에서는 식당에 가면 자연스럽게 점원을 부른다. 메뉴판을 받고, 주문하고, 계산할 때도 직원을 찾는다. 그런데 상하이에선 그 과정 자체가 거의 사라져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테이블마다 QR코드가 붙어 있다. 그걸 알리페이나 디앤핑(大众点评) 앱으로 스캔하면 메뉴판이 열린다. 메뉴를 고르고 바로 결제까지 끝낸다. 주문이 들어가면 음식이 나오고, 먹고 나가면 끝이다. 점원을 부를 일이 거의 없다. 실제로 여행 중 직원과 한마디도 안 하고 식사를 끝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오히려 너무 편했다. 주문도 빠르고, 계산 기다릴 필요도 없고, 언어 장벽도 줄어든다. 특히 디앤핑 안에는 메뉴 사진과 리뷰가 워낙 잘 정리되어 있어서 중국어를 잘 못해도 주문이 어렵지 않았다.

지하철도 비슷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교통카드를 쓰는 사람이 많지만, 상하이에선 알리페이 QR 하나로 거의 다 해결된다. 지하철 QR 승차권을 즉시 발급받고 개찰구를 통과한다. 따로 교통카드를 살 필요도 없다. 택시도 마찬가지다. 중국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인 디디(DiDi) 역시 알리페이 안에 들어가 있다. 앱 하나 안에서 호출, 이동, 결제까지 다 끝난다. 솔직히 며칠 지나고 나서는 지갑을 거의 안 꺼냈다.
가장 놀랐던 건 편의점 배달이었다. 상하이는 의외로 길거리에 편의점이 한국이나 일본만큼 많지 않다. 대신 사람들은 메이투안(美团) 같은 배달 앱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음식뿐 아니라 생수, 간식, 편의점 물건까지 다 배달된다. 밤에 숙소에서 간단히 뭐가 필요하면 메이투안을 열고 주문하면 된다. 속도도 엄청 빠르다. 어떤 건 20~30분 만에 도착했다.
중국은 단순히 “디지털 결제가 발달한 나라”가 아니라, 아예 생활 자체가 모바일 중심으로 재구성된 나라에 가까웠다. 재미있는 건 중국이 원래부터 디지털 강국이었던 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미국이나 한국은 원래 신용카드 문화가 강했던 나라들이다. 현금 → 카드 → 모바일 순서로 발전했다. 그런데 중국은 신용카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시기를 지나며 곧바로 모바일 결제로 점프해 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있었다. 알리페이는 원래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결제 시스템에서 시작됐다. 온라인 거래에서 사기를 줄이고 안전하게 돈을 주고받기 위한 서비스였다. 반면 위챗페이는 메신저 안에 결제를 넣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중국 설날 문화인 ‘홍바오(红包)’ — 세뱃돈을 디지털로 보내는 기능이 엄청난 전환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QR코드는 놀라울 정도로 싸고 간단했다. 한국처럼 카드 단말기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QR 하나만 출력하면 노점상도 바로 결제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카페나 백화점뿐 아니라 시장, 길거리 가게, 심지어 작은 노점에서도 QR 결제가 자연스럽다.
상하이에서 며칠 지내다 보니 한국에서는 아직도 “카드 받나요?”를 묻는데, 상하이에선 오히려 “현금 되나요?”를 물어봐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중국 앱들은 가입 과정도 복잡하고, 외국인 인증 문제도 종종 생긴다. 그런데 익숙해지고 나면 확실히 느껴진다. “아, 이 도시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구나.”

실제로 상하이 여행에서 거의 필수였던 앱들이 몇 개 있다.
상하이 여행에서 가장 먼저 깔아야 하는 앱은 단연 알리페이(Alipay, 支付宝)다. 결제 앱이라고 부르기엔 기능이 너무 많다. 알리페이는 원래 알리바바 생태계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지금 중국에서는 결제, 교통, 택시, 식당 주문, 관광지 예약까지 연결되는 생활 플랫폼에 가깝다. 외국인도 해외 카드와 여권 인증을 통해 사용할 수 있고, 앱 안에서 지하철 QR 승차권을 열거나 디디(DiDi) 미니앱을 통해 택시를 부를 수 있다. 상하이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알리페이가 거의 “중국 여행의 기본 운영체제”처럼 느껴진다. 지갑을 꺼내는 대신 알리페이를 열고, 택시 앱을 따로 찾는 대신 알리페이 안에서 디디를 부르고, 지하철역에서는 교통 QR을 켜는 식이다. 특히 외국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여러 중국 앱을 따로 설치하고 인증하는 과정이 복잡할 수 있는데, 알리페이는 그 과정을 상당 부분 한곳에 묶어준다.

두 번째로 중요한 앱은 위챗(WeChat, 微信)이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이해하기 쉽지만, 중국에서 위챗은 훨씬 더 큰 플랫폼이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앱인 동시에 결제, 예약, 공공 서비스, 멤버십, 티켓팅, 음식 주문이 이루어지는 생활 포털에 가깝다. 핵심은 미니프로그램이다. 미니프로그램은 앱 안에서 실행되는 작은 앱들인데, 별도로 다운로드하지 않아도 위챗 안에서 바로 쓸 수 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미술관 예약, 전시 도슨트, 관광지 티켓, 카페 주문, 기차 시간 확인 같은 것들이 여기에 들어온다. 실제로 중국의 여러 박물관과 관광지는 위챗 미니프로그램으로 예약을 받거나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세 번째는 고덕지도(高德地图). 개인적으로는 중국 여행에서 알리페이만큼 중요하다고 느꼈다. 중국에서는 구글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정보가 부정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지 지도 앱이 거의 필수다. 고덕지도는 중국의 대표적인 지도·내비게이션 앱으로, 도보, 지하철, 버스, 택시, 자전거 이동까지 한 번에 경로를 잡아준다.

네 번째는 디앤핑(大众点评)이다. 디앤핑은 맛집 리뷰 앱이면서 동시에 메뉴판, 사진, 평점, 예약, 할인 쿠폰, 대기 정보, 주문 기능까지 연결된 로컬 생활 앱이다. 특히 중국어를 잘 못하는 여행자에게는 사진 리뷰가 큰 도움이 된다. 메뉴 이름을 몰라도 사람들이 많이 올린 음식 사진을 보고 “이거 주세요”에 가까운 방식으로 주문할 수 있다. 또 식당별로 인기 메뉴, 1인당 평균 가격, 영업시간, 위치, 대기 분위기까지 확인할 수 있어서 관광객용 맛집을 피하고 현지인이 실제로 가는 곳을 찾는 데 좋다. 디앤핑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좋은 식당을 찾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식당 경험은 앱 안에서 이미 시작된다. 어디 갈지 찾고, 사진으로 메뉴를 보고, 예약하거나 번호표를 받고, 어떤 경우에는 자리에서 QR로 주문과 결제까지 끝낸다. 디앤핑을 쓰다 보면 중국의 외식 문화가 얼마나 앱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는지 체감하게 된다.
마지막은 샤오홍슈(小红书). 중국판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블로그, 네이버 검색이 조금씩 섞인 앱이라고 보면 된다. 여행지, 카페, 편집숍, 맛집, 포토스팟을 찾을 때 굉장히 유용하다. 고덕지도가 “정확히 찾아가는 앱”이라면, 샤오홍슈는 “어디를 갈지 발견하는 앱”에 가깝다. 상하이 카페, 우캉루 편집숍, 상하이 야경 등 보고 싶은 키워드를 기반으로 현지인들이 올린 사진과 짧은 후기가 끝없이 나온다.

한국도 앱 없이 살기 어려운 나라이긴 하다. 그런데 상하이에서는 앱이 생활에 관여하는 깊이가 한 단계 더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앱이 “이걸 더 편하게 해줄게”에 가깝다면, 상하이에서는 “이걸 하려면 일단 앱을 열어야 해”에 가까웠다. 식당에서 메뉴판을 받는 대신 QR을 찍고, 계산대를 찾는 대신 알리페이로 바로 결제하고, 미술관 설명도 위챗으로 듣고, 택시도 알리페이 안에서 부른다. 사람을 덜 부르고, 줄을 덜 서고, 설명을 덜 듣는 대신 거의 모든 행동이 앱 안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그게 편하기도 했고, 동시에 꽤 강력한 디지털 생활 방식처럼 느껴졌다.

김지윤

김지윤

취향이 담긴 물건과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