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다음은 상하이”라는 말이 이해됐다]
요즘 이상하게 상하이 여행 영상이 자꾸 알고리즘에 떴다. 와이탄 야경, 우캉루 감성 카페, 예원 야시장, 디즈니랜드 브이로그까지. 예전엔 중국 여행이라고 하면 장가계나 칭다오 정도가 먼저 떠올랐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꽤 달라졌다. 주변만 봐도 도쿄와 오사카는 이미 너무 익숙해졌고, 후쿠오카는 거의 주말 국내 여행처럼 다녀오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제는 새로운 도시를 찾는 흐름이 생겼다. 상하이는 그 지점에 꽤 정확히 들어맞는 도시였다. 비행시간은 짧고, 도시 규모는 압도적이고, 무엇보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감각적이었다.
1. 중국의 로컬 브랜드들
가장 자주 갔던 곳은 HEYTEA였다. 여행 중 무려 세 번이나 갔다. HEYTEA는 2012년 중국 광둥성 장먼에서 시작된 차 음료 브랜드로, 원래 ‘Royal Tea’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가 2016년 HEYTEA로 리브랜딩한 브랜드다. 지금은 중국 전역과 해외에 수천 개 매장을 둔 대표적인 중국 신식 차 음료 브랜드로 꼽힌다. 특히 이 브랜드를 유명하게 만든 건 ‘치즈티’다. 차 위에 달고 짭짤한 치즈폼을 얹는 방식인데, HEYTEA는 이 장르를 대중화한 브랜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생과일을 활용한 과일차, 치즈폼 차, 계절 한정 메뉴들도 대표적인 인기 요소다.
음식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내가 갔던 곳 중 기억에 남는 곳은 지아지아탕바오와 홍쿠이지아였다. 지아지아탕바오(佳家汤包)는 1986년에 시작된 상하이식 샤오롱바오 전문점으로 알려져 있다. 얇은 피, 풍부한 육즙, 부드러운 속이 특징이고, 특히 게살이나 게알이 들어간 샤오롱바오가 유명하다. 실제로 가보니 관광객도 있었지만 현지인이 정말 많았다. 식당 안 분위기도 “인스타 맛집”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동네 유명 맛집에 가까웠다. 게살 국수도 생각보다 훨씬 담백했다. 게살의 감칠맛과 국수의 부드러운 식감이 중심으로, 자극적인 맛으로 밀어붙이는 음식이 아니라, 재료의 풍미를 살리는 쪽에 가까웠다.

2. 상하이의 오래된 시간이 만든 거리
도시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는 우캉루였다. 우캉루는 상하이 쉬후이구에 있는 1.17km 정도의 길로, 원래 이름은 ‘Route Ferguson’이었다. 과거 프랑스 조계지 서쪽에 있는 거리였고, 지금은 중국의 국가 역사 문화 거리로 지정되어 있다. 짧은 길이지만 37개의 공식 보호 역사 건축물이 남아 있고, 지중해식, 프랑스 르네상스, 영국식, 아르데코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이 섞여 있다. 길을 따라 플라타너스가 늘어서 있는 것도 이 지역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우캉루가 유명한 건 단순히 “예쁜 거리”라서가 아니다. 이곳에는 상하이의 근대사가 물리적으로 남아 있다. 1920~30년대에 지어진 유럽식 아파트와 빌라, 오래된 저택들이 남아 있고, 그 위에 지금의 카페, 편집숍, 갤러리, 레스토랑이 들어와 있다. 우캉맨션도 이 상징적인 풍경의 중심에 있다. 삼각형 모양으로 길게 뻗은 건물 앞에는 하루 종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관광지처럼 소비되고 있지만, 동시에 실제 도시의 생활감도 남아 있는 곳이었다.
3. 럭셔리 브랜드가 상하이를 고르는 이유
이런 흐름은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강하게 느껴졌다. 내가 실제로 다녀온 곳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프라다의 Rong Zhai였다. 프라다는 상하이에 단순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낸 게 아니라, 1918년에 지어진 저택을 복원해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곳은 2017년 프라다가 복원 후 공개한 역사적 주택으로, 전시와 행사 등 중국 내 프라다의 다양한 문화 활동을 위한 유연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니까 ‘프라다 매장’이라기보다, 프라다가 상하이라는 도시 안에 만든 하나의 세계관에 가까웠다. 오래된 저택의 목재 계단과 장식, 방마다 다른 분위기, 그 위에 얹힌 프라다식 미감이 묘하게 어울렸다. 상하이가 가진 근대적이고 영화적인 분위기와도 잘 맞았다.
프라다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루이비통은 상하이 난징시루 비즈니스 지구에 거대한 크루즈선 모양의 공간 The Louis를 열었다. 이곳은 단순 매장이 아니라 전시, 리테일, 카페를 결합한 문화 랜드마크로 소개된다. 루이비통의 여행 가방 헤리티지를 크루즈선이라는 형태로 확장해, 도시 한복판에 브랜드 경험 자체를 세워둔 셈이다. 실제로 루이비통은 이 공간 안에 전시와 Le Café Louis Vuitton까지 함께 구성했다.
르메르도 상하이에 힘을 주고 있다. 르메르는 우캉루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는데, 이 공간은 중국 건축가 동다유가 1930년대 설계한 주거 건물을 활용한 3층짜리 매장이다. 공식 소개에서도 옷과 오브제, 문화를 ‘사적인 집’처럼 경험하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한다. 즉 상하이에서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쇼핑몰의 반짝이는 매장보다, 오래된 주택과 거리의 맥락을 빌려 자기 브랜드를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4. 문화 도시 상하이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건 미술관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 중 하나는 Power Station of Art, 줄여서 PSA였다. 원래 발전소 건물을 개조해 만든 현대미술관인데, 규모도 상당했고 건축 자체도 멋있었다. 중국 최초의 공공 현대미술관으로 알려져 있고, 상하이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갔을 때는 큐레이터들을 큐레이팅하는 형식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유명 작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젊은 아티스트와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쯤 되니 상하이는 단순히 “생각보다 예쁜 여행지”가 아니었다. 로컬 차 브랜드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 있었고, 오래된 프랑스 조계지의 거리는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 상권으로 바뀌고 있었고, 럭셔리 브랜드들은 역사적 건물을 문화 공간으로 재해석하고 있었다. 미술관은 젊은 창작자와 큐레이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도 중국을 생산과 제조의 나라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상하이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 건 물건을 만드는 힘보다 감각을 조직하는 힘이었다. 도쿄와 오사카가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상하이는 꽤 좋은 다음 선택지일 수 있다. 낯설지만 멀지 않고, 익숙하지 않지만 충분히 세련됐다. 무엇보다 “중국이 이렇게 변했나?”라는 놀라움이 여행을 꽤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