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는 깨끗한 공기부터 비옥한 토지까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각종 식재료가 풍부한 곳이다.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들을 소개한다.
부드럽고 깔끔한 ‘사슴 스테이크’
삿포로의 시장이나 사계 마르쉐에는 홋카이도 전역의 각종 식재료가 모여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지비에’다. 지비에란 수렵을 통해 얻은 야생 동물의 고기를 의미한다. 특히 홋카이도 아이누족은 이곳에 서식하는 에조사슴 고기를 즐겨 먹었다. 지금도 삿포로 시내에는 사슴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들이 있다. 삿포로 노면전차 니시핫쵸메 정류장 근처에 있는 ‘타비비토 키친’도 그런 곳이다.


타비비토 키친은 본격적인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부담 없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한잔하기 좋은 모던 이자카야다. 사슴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나 소시지, 샐러드, 만두 같은 단품 또는 코스 요리가 준비돼 있다.


사슴 허벅지살을 이용한 스테이크는 의외로 누린내가 없다. 사슴 고기 치고 잡내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육류와 비교해도 깔끔하다. 어느 정도의 와일드한 육향은 각오하고 있었는데, 그런 마음가짐이 무색해질 정도다. 향이 강한 편인 양고기를 못 먹더라도, 평소 소고기 스테이크를 무리 없이 먹는다면 사슴 스테이크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다른 고기에 비해 지방이 적다 보니 퍽퍽하거나 질기지 않을까 했는데, 지방이 적은 소고기 부위를 미디엄 레어로 익힌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슴 베이컨 샐러드는 소고기 육포 같은 느낌이다. 사슴 고기를 처음 먹어 본다거나 사슴으로 만든 여러 가지 요리를 한 번에 맛보고 싶은 이들, 2차로 가볍게 즐길 만한 가게를 찾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 봐도 좋다. 가게가 아담하고 현지인과 관광객 손님이 많아 미리 예약하는 것을 권한다.
홋카이도 닭튀김, ‘잔기’
홋카이도에는 가라아게와 비슷한 닭튀김인 ‘잔기’가 있다. 잔기는 홋카이도 쿠시로시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간장과 생강, 마늘로 맛을 낸 닭고기에 밀가루와 녹말을 가볍게 입혀 튀겨내며, 가라아게보다 양념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홋카이도 전역 음식점과 선술집에서 쉽게 구입할 있다. 잔기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가게도 있다.



삿포로 ‘호테이’는 잔기와 각종 중화요리를 주력으로 한다. 주먹만 한 잔기 사이즈와 입에 착 붙는 감칠맛 때문에 가게 앞은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호테이 표 잔기는 간장 양념의 풍미가 도드라진다. 다시 말해, 맥주나 흰 쌀밥과 함께 먹기에 딱 알맞다는 뜻이다. 이곳에 밥과 잔기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잔기 정식’이 있는 이유다. 육질이 촉촉하고 부드럽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그 비결은 닭을 세 번 튀겨내는 데 있다. 처음에는 저온과 중온으로 조리해 튀김옷이 분리되지 않도록 하고, 이후 고온에서 튀겨 육즙을 가둔다. 함께 나오는 새콤한 소스나 이곳의 또 다른 명물 마파두부 면을 곁들여 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잔기와 마파두부 면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세트 메뉴도 마련돼 있다. 잔기는 1개부터 주문 가능하다.
추운 날 생각나는 ‘연어 전골’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과 겨울, 홋카이도에서는 연어 전골 요리를 먹는다. 삿포로에서 북쪽으로 약 20km 떨어져 있는 이시카리시의 향토 요리 ‘이시카리 나베’다. 원래는 어부들이 그날 잡은 연어와 된장을 넣고 끓여 먹는 요리였는데, 1880년대 이시카리시의 한 음식점에서 판매하면서 차츰 일본 전역으로 알려지게 됐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혼여’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1인용 메뉴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는 경우 전골 요리를 마음껏 맛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시카리 나베 역시 2인분부터 판매하는 가게들이 많다. 하지만, ‘스시 사야카 아츠시 토리 히다카’에선 1인 이시카리 나베를 판매한다. ‘혼밥’의 최강자, ‘고독한 미식가’의 이노가시라 고로가 다녀간 가게이기도 하다.

1인용 냄비에 담겨 나오는 이시카리 나베는 된장 베이스의 국물이라 한국인에게도 그리 생소한 맛은 아니다. 다만 사용되는 된장이 다른 만큼, 우리나라의 된장국이나 된장찌개처럼 맛이 진하지는 않다. 대신 미소 된장 특유의 부드러운 짠맛과 단맛, 배추나 양파에서 우러나오는 달착지근한 맛이 속을 편안하게 풀어준다.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이 두부나 연어 같은 담백한 재료들과도 잘 어우러진다. 여기에 산초를 약간 넣으면 알싸한 맛을 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물 맛이 더 깔끔해진다. 건더기를 어느 정도 먹은 후에는 우동 사리를 넣어 변주를 주는 걸 추천한다. 이렇게 하면 국물만 떠먹었을 때와는 또 다른, 눅진한 감칠맛이 다시금 입맛을 돋운다. 삿포로역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식당이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거나 출발하기 전 식사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