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단어는 단연 AI다. “AI 써봤어요?”라는 질문이 회의에서 자연스럽게 오가고, 누군가는 AI 덕분에 업무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은 AI가 보고서를 대신 써주고 데이터를 분석해 준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AI가 SaaS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고객 데이터를 정리하려면 CRM 프로그램을 열어 직접 입력해야 했다. 마케팅 성과를 분석하려면 데이터 분석 도구를 열어보고, 보고서를 만들려면 문서 프로그램을 다시 열어야 했다. 업무 하나를 끝내기 위해 여러 SaaS 도구를 오가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AI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번 달 고객 데이터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만들어줘.” AI는 CRM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일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예전에는 각각 다른 소프트웨어가 담당하던 작업이 AI 하나로 묶이는 순간이다. 그래서 요즘 기술 업계에서는 이런 말이 자주 나온다.
“SaaS는 도구였지만, AI는 노동이다.” SaaS는 우리가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였다. 하지만 AI는 그 일을 직접 수행하려 한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이 상황에서 AI가 등장했다. AI 하나가 여러 도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단순한 구조가 된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SaaS 도구를 줄이고 AI 중심의 업무 환경을 실험하고 있다.
이 변화는 새로운 개념도 만들어냈다. RaaS(Results as a Service)라는 모델이다. SaaS가 “도구를 제공합니다”라면, RaaS는 “결과를 제공합니다”에 가깝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마케팅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구독해 광고를 직접 관리해야 했다면, 이제는 AI가 광고를 운영하고 성과 보고서까지 만들어준다. 사용자는 도구를 쓰는 대신 결과만 받는다.
그렇다면 정말 SaaS의 시대는 끝나는 걸까?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SaaS가 사라지기보다는 역할이 바뀔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앞으로 사람은 AI와 대화하며 일을 지시하고, SaaS는 그 뒤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인프라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사람은 인터페이스로써 AI를 사용하고, SaaS는 보이지 않는 백엔드가 되는 구조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사건이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이어진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가 다시 설계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쓰느냐”가 회사의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AI에게 어떤 일을 맡기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에는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이 작은 불안, 바로 AI FOMO가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