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타고난 천재라도 기준이 필요한 이유

아무리 타고난 천재라도 기준이 필요한 이유

기준을 만든다는 건 번거로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에도.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준을 익히기에도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렇다면 그냥 기준 없이 하던 대로 일하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기준을 만들지 않아도 일이 잘 풀릴 때도 있습니다.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아도, 눈앞의 자극에 반응만 해도 해결되는 문제들이 있으니까요. UFC의 프레데터라고 불리는 프란시스 은가누가 좋은 예입니다.


기준이 없어도 통했던 초창기 은가누

그는 종합 격투기에서 가장 덩치가 큰 체급인 헤비급에서도 돋보이는 덩치입니다. 그가 눈앞에 있는 적을 쓰러뜨리는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상대에게 가서 압도적으로 강한 힘과 폭발력을 터뜨리는 겁니다. 은가누는 워낙 힘이 좋았기에, 상대의 기술까지도 힘으로 풀 수 있었죠.

은가누는 굳이 체력 안배를 하지 않아도, 온 힘을 내두른 펀치로 2R 안에 경기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큰 작전 없이도 연승을 거둘 수 있었죠.


기준이 없음에 한계를 느꼈던 은가누

하지만 타이틀전까지 가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당시 챔피언이었던 스티페 미오치치는 은가누 힘을 버틸만한 강한 맷집을 가진 동시에, 은가누보다 공격이나 방어할 수 있는 기준이 훨씬 다양했습니다.
결국 은가누는 1R에서 온 힘을 쏟았는데도 미오치치를 잡지 못했습니다. 2R 이상 경기를 처음 해본 은가누는 곧 체력에 한계를 느끼고 결국 패하고 말았죠.

미오치치와의 승부 후 은가누는 연패했는데요. 다음 경기였던 데릭 루이스와의 대결에서는 역대 최악의 졸전을 펼쳤습니다.
하드 펀처였던 데릭 루이스 공격을 끌어낼 만한 잽 싸움이나 페인팅 같은 기술, 원거리에서 상대를 때릴 수 있는 킥 기술도 부족했죠. 은가누는 3R 동안 멀뚱멀뚱 상대를 멀리서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은가누는 이 두 번의 실패에서 기준의 필요성을 배워 5연승을 거두었고. 미오치치와 첫 번째 대결 이후 3년이 지난 두 번째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은가누가 챔피언인 미오치치를 잡으려면 단순히 반응만 할 게 아니라, 공격이나 방어를 할 수 있는 기준이 훨씬 다양해져야 했습니다. 그 패배 이후 은가누는 변해야 했습니다.
체력을 안배해 공격하기 위한 다양한 기준도 익혔고, 레슬링과 주짓수로 상대 기술을 방어하는 기준까지 익혔죠. 힘을 배분하며 경기하는 법을 익힌 은가누는 3년 뒤 미오치치와 재대결에서 UFC 헤비급 챔피언 자리를 따낼 수 있었습니다.


기장 밖에 있을 때 기준을 세우라

저는 은가누가 챔피언이 된 일화를 보면, 건축가 쿠마 켄고의 말이 떠오릅니다.

“중요한 건 ‘생각하는 것’은 앞이 아니라 뒤에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현장에선 빠르게 반응하고, 이후에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는 ‘자기 순환’이 계속될 때,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롱블랙, 쿠마 켄고 ‘약한 건축’으로 세계를 설득한 건축가, 성수동에 오다


경기 중에서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반응만 할 뿐입니다. 생각을 잘할 수 있는 때는 경기장 밖에 있을 때입니다. 은가누는 경기장 안에서 실패를 겪은 후, 경기장 밖에서 ‘자신이 마주한 문제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내가 현장에서 마주한 거대한 문제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이 문제를 풀려면 어떤 새로운 기준이 생겨야 할지. 그리고 이렇게 만든 기준을 익혀 생각하지 않아도 반응하게 만들기까지. 이 모든 과정은 경기장 안이 아닌 밖에서 익혔죠.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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