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카롱, 크로플 그리고 두쫀쿠

뚱카롱, 크로플 그리고 두쫀쿠

새해 디저트 트렌드를 정리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두쫀쿠". 두바이 초콜릿과 쫀득쿠키가 합쳐진 이 디저트는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초까지 SNS, 배달앱, 편의점, 베이커리 업계를 완전히 장악한 신드롬이다. 단순히 맛있는 간식이 아니라, 유통, 재료 수급, 레시피 밈, 상표 보통명사화, 글로벌 유행 등 다양한 현상이 교차하는 상징이 되었다.

출처: Fix Dessert Chocolatier 인스타그램 & 공식 홈페이지

두쫀쿠 열풍 이전, 먼저 유행을 일으킨 것은 2023년 '두바이 초콜릿'이었다. 그 출발점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시작된 고급 초콜릿 브랜드 "Fix Dessert Chocolatier"다. 피스타치오, 타히니, 쿠나파 같은 중동 전통 디저트를 화려한 색감과 함께 고급스럽게 재해석한 이 브랜드는, 초콜릿이지만 마치 예술 작품처럼 구성된 디자인과 풍부한 필링으로 SNS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2023년 말, 두바이 인플루언서 마리아 베히라의 먹방 영상이 틱톡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이 Fix 초콜릿은 '두바이 초콜릿'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가장 유명한 맛은 "Can't Get Knafeh of It". 쿠나파와 타히니,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이 조합은 시각적, 미각적으로 모두 강렬했다.

2024년 하반기, 한국에 이 유행이 상륙한다. 문제는 Fix 초콜릿이 한국에서는 구매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직구는 비싸고 배송은 오래 걸리며, 한정 수량은 순식간에 품절된다. 그러자 소규모 제과점과 프랜차이즈 편의점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비슷한 재료를 조합한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이 줄지어 출시되며, 특정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처럼 소비되기 시작한다.

출처: CU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가 들어가면 '두바이식'으로 불렸고, 세븐일레븐, CU, GS25, 이마트24, 다이소까지 가세해 유사 제품들이 등장했으며, 품질과 가격 면에서 천차만별의 평가가 이어졌다.

이 유행은 곧 또 다른 유행과 만난다. 바로 쫀득쿠키다. 쫀득쿠키는 대만의 설화병, 미국의 필드 마시멜로 같은 장르다. 한국에선 2024년 전후로 유행한 바 있다. 이 마시멜로 기반의 쫀득한 식감을 가진 디저트에 두바이 초콜릿의 요소를 필링으로 채워 넣은 새로운 조합이 바로 두바이 쫀득쿠키다. 실제 두바이에는 없는 한국형 창작 디저트인 셈. 최초로 이름을 사용한 곳은 달라또, 대중적으로 퍼뜨린 건 ‘몬트쿠키’라는 브랜드라고 한다. 이 제품은 곧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2025년 하반기부터는 검색어 1위, 품절 대란, 오픈런 사태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의 수요는 폭증했지만, 수입량은 제한적이었다. 코스트코에선 인당 구매 제한이 걸렸고, 피스타치오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 카다이프는 튀기기 전에 수분이 많아 보관이 어렵고, 피스타치오는 대체 불가능한 맛을 내는 고급 견과류이기 때문이라고. 유행 초기에는 3,000원대, 25년 12월엔 7,000원대, 현재는 1만 원이 넘을 정도로 두쫀쿠 가격이 올랐다.

두쫀쿠의 인기 비결을 추측해 보자면 쫀득한 식감에 폭력적으로 달고, 단면을 반으로 잘랐을 때 쏟아지는 필링이 시각적 쾌감을 준다. 여기에 재료는 구하기 어려워 희귀성까지 갖췄으니 SNS에 올리기 딱 좋은 콘텐츠다. 유튜브 먹방, 인스타그램 인증, 틱톡 챌린지까지 두쫀쿠는 그 자체로 하나의 밈이 되었다. 사람들이 집에서 레시피를 따라 만들기 시작했고, DIY 키트까지 나왔다. 두쫀쿠를 정석 레시피대로 만들지 않은 안성재 셰프의 영상 또한 밈이 되었다.

2026년 1월 현재, 던킨, 설빙, 노티드 등 메이저 카페와 베이커리 브랜드까지 두쫀쿠를 출시하며 트렌드는 정점을 찍었다. 유행의 형식은 시간이 지나며 달라지지만 새로운 K-디저트가 계속 발명되는 것이 인상 깊다.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고, 창의적인 변형을 즐기는 것 아닐지.

생각해 보면 한국은 원래부터 변형과 활용의 민족이었다. 마카롱은 어느새 뚱카롱이 되었고, 크루아상은 와플 기계에 눌려 크로플이 되었다. 이제는 두바이 초콜릿이 쫀득쿠키로 다시 태어난다. 어쩌면 이런 재해석의 힘, 창의적이고 유쾌한 각색이야말로 지금의 한국 문화를 이끄는 가장 큰 동력 아닐까.

김지윤

김지윤

취향이 담긴 물건과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