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다짐이 있다. 운동을 시작하겠다, 야식을 줄이겠다, 그리고 술을 덜 마시겠다는 결심.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올해는 술 좀 줄여야지”라고 마음먹은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회식도 있고, 약속도 있고, 혼자 마시는 맥주 한 캔이 하루의 마무리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끊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마시는 방법은 없을까?
1. 조금씩, 천천히 마시기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어떤 날은 유독 빨리 취하고, 어떤 날은 괜찮은 이유가 있다. 핵심은 마시는 ‘속도’와 ‘패턴’이다. 간은 알코올을 시간당 일정량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급하게 마시면 분해가 따라가지 못하고, 알코올은 그대로 혈중 농도로 축적된다. 그 상태로 빠르게 뇌에 도달해 제어력을 떨어뜨리고, 숙취까지 심하게 만든다.

흔히 “도수 낮은 술은 덜 취한다”고 생각하지만, 도수는 ‘알코올의 농도’이지 절대량을 결정하지 않는다. 캔맥주 3개, 와인 2잔이면 단숨에 뇌까지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이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마시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마시느냐다.
2. 깔끔한 증류주가 대사에 유리하다
술 종류도 숙취와 회복에 영향을 미친다. 맥주, 와인처럼 발효로 만든 술은 콘쥬너(congeners)라고 불리는 다양한 부산물이 많다. 이 물질들이 숙취의 주범이다. 두통, 속쓰림, 메스꺼움을 유발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반면, 보드카나 위스키처럼 증류주는 발효된 술을 정제한 결과물이라 알코올과 물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대사가 더 간단하고, 숙취가 덜한 편이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도수가 높은 독주는 탈수를 유발하고, 입안이나 위장의 점막을 자극해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입부터 목까지 따갑게 느껴지는 그 느낌, 실제로 세포가 물을 빼앗기고 있다는 증거다.
3. 서로 다른 술을 섞어 마시면 숙취가 심해진다
“술을 섞어 마셔서 다음날 너무 힘들었다”는 말,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술마다 들어 있는 콘쥬너의 종류가 다르고, 간은 이 이질적인 물질들을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결국 숙취도 더 심해진다. 같은 종류의 술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발효주와 증류주를 왔다 갔다 하는 방식은 간에 큰 부담을 준다.
4. 반드시 안주를 먼저 먹고 술을 마셔야 한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위장을 거의 거치지 않고 소장으로 직행한다. 소장은 흡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알코올은 순식간에 피를 타고 뇌에 도달한다. 반면 음식을 먼저 먹으면 위가 소화를 준비하며 출구를 닫고, 술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흡수가 천천히 일어나면서 몸에 가해지는 충격도 완화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엇을 먹느냐다. 탕, 합성 과당, 지나치게 단 음식 등을 술과 함께 먹으면 혈당을 교란하고 인슐린 반응에 악영향을 준다. 반대로 기름진 음식은 소화 속도를 늦춰 알코올 흡수를 천천히 만들어 준다. 삼겹살, 피자, 곱창 같은 메뉴가 괜히 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5. 다음 날에는 분해와 배출이 핵심이다
숙취란 알코올이 ‘일을 끝낸 흔적’이다. 간은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 → 아세트산으로 단계적으로 분해하며 해독한다. 문제는 아세트알데하이드 자체가 강한 독성 물질이라는 점이다. 이 잔재를 빨리 없애려면 수분 섭취가 우선이다.
다음으로는 꿀물, 과일 주스, 콜라 같은 당분 섭취가 알코올 분해 효소의 작용을 도와준다. 과당은 몸에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술 깨는 데는 강력한 에너지원이다. 단, 술을 마시는 도중에는 금물이다.

숙취 해소제도 효과가 있다. 헛개나무나 오리나무 같은 성분은 실제로 임상 효과가 입증된 천연 물질이다. 다만 술을 마시기 전에 먹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술자리가 길어질 것 같으면 중간에 한 번 더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6. 조금씩이라도 매일 마시면 안 된다
“매일 한 잔씩 마시는 건 괜찮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간은 회복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매일 해독을 반복하면 점점 피로해진다. 조금씩이더라도 매일 마시게 되면, 몸보다 뇌가 먼저 술에 익숙해지고, 결국 습관이 되고 심리적 의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 2회 이상은 금주일을 가지라고 권고한다. ‘매일 조금씩’보다는 이틀이라도 쉬는 날이 있는 주간 루틴이 훨씬 낫다.
7. 잠들기 최소 3시간 전에는 끝내기
“술 마시면 잠이 잘 와요”라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술은 수면 유도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수면의 질은 확실히 떨어진다. 렘수면이 방해되고, 중간에 자주 깨거나 새벽에 뒤척이게 된다. 결국 잠을 ‘잤다’는 느낌이 남지 않는다. 피로는 더 쌓인다. 가능하면 잠들기 3시간 전에는 술을 마무리하고, 물과 가벼운 간식으로 마무리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8. 운동 후에 술 마시고 싶다면 6시간 후에
운동 후 술을 마시면 근육 성장과 회복에 방해가 된다. 운동 직후 3~6시간 내 음주는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고, 테스토스테론을 낮추고 코르티솔을 높이며, 수분 균형까지 무너뜨린다. 운동 후에 술을 마시게 된다면 수분 보충과 단백질 섭취, 적정량 음주를 지켜야한다. 이를테면 때 운동을 했다면 6시간 후 저녁에 마시는 건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근성장 목표가 뚜렷하다면 음주는 명백히 손해다.
9. 자주 마시는 습관을 고치려면?
매일 마시는 습관을 끊겠다고 다짐하는 건 쉽지만, 지속되긴 어렵다. 이럴 땐 “끊겠다”보다 ‘구조를 바꾸자’고 생각하는 게 낫다. 보통 매일 술 마시게 되는 패턴은 퇴근하고 집에 왔으니까 맥주 한 잔 해야지, 저녁 먹고 나서 혹은 저녁 먹으면서 허전하니까 한 캔 마시는 식이다. 이는 술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리추얼이기 때문이다. 하루를 끝내는 버튼, 긴장을 푸는 신호, 나만의 보상과 같은 의미인 셈.

비슷한 감각을 주기 위해 술을 마시던 그 시점에 술 대신 탄산수, 논알콜 맥주, 따뜻한 차 같은 것을 채워보거나 샤워하고 유튜브 보기 혹은 산책하기 같은 고정 루틴을 만들면 좋다.
완전 금주보다 일단 금주일을 만들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매일 마시던 사람이라면 갑자기 완전히 금주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일주일에 딱 하루만 안 마셔보기, 그 다음 주엔 이틀 이렇게 늘리는 것이다. “안 마셔도 버틸 수 있네?”를 느끼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빨리 바뀐다. 술을 마시고 자는 게 습관이라면, 잠들기 3~4시간 전부터 줄이는 연습부터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마시는 나를 미워하지 말자. 스트레스와 피로, 감정이 만든 습관일 수 있다. 새해니까, 한 번쯤은 덜 마시는 방향으로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