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카레, 징기즈칸, 미소라멘 등 삿포로 대표 요리를 맛봤다면, 이제 디저트를 만나볼 차례. 일본 내에서도 청정 지역으로 손꼽히며 품질 좋은 유제품을 생산하는 홋카이도는 디저트 마니아들에게 아이스크림의 천국으로 불린다. 홋카이도의 신선한 자연이 선사하는 달콤한 여운을 만끽해 보자.
‘홋카이도’ 하면 이것!
롯카테이 마루세이 아이스샌드
홋카이도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여러 제과 브랜드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쿠키 ‘시로이 코이비토’를 만드는 이시야제과, 초콜릿 브랜드인 로이스, 치즈케이크를 판매하는 르타오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홋카이도에서 탄생했다. 

디저트 브랜드 ‘롯카테이’ 역시 홋카이도를 발상지로 한다. 오비히로 본점은 물론 삿포로, 오타루 운하점 등 여러 점포는 이곳의 과자를 맛보거나 선물로 구매하려는 이들로 늘 붐빈다.
롯카테이의 스테디셀러는 단연 ‘마루세이 버터샌드’. 촉촉한 비스킷 사이에 버터 크림과 럼에 절인 건포도를 얹은 클래식 디저트다. 이 과자의 아이스크림 버전인 ‘마루세이 아이스샌드’는 오비히로와 삿포로 본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개당 300엔.
마루세이 아이스샌드는 화이트 초콜릿을 넣은 아이스크림을 단단한 비스킷 사이에 듬뿍 샌드해 만든다. 무엇보다도 건포도가 주는 산뜻한 악센트가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화이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새콤하면서도 쌉싸름한 건포도가 더해지니, 마냥 달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맛에 여러 층이 생긴 느낌이다. 커피나 차와도 잘 어울려 여행 중 고급스러운 휴식 시간을 즐기기에 좋다.
농후한 우유의 맛 그대로
홋카이도 농업전문학교 농산물 직판장 소프트 아이스크림
홋카이도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매년 ‘소프트 아이스크림 총선거’를 열어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꼽는 행사를 할 정도다. 이곳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함량이 높은 홋카이도산 우유를 원재료로 해 일반 우유 아이스크림보다 농밀한 맛을 자랑한다. 매년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홋카이도 농업전문학교 농산물 직판장을 찾아, 제대로 된 아이스크림 맛을 느껴 보기로 했다.

학생들이 키운 채소들을 판매하는 직판장 한켠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구입할 수 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재료가 되는 우유 역시 교직원과 학생들이 기른 젖소에서 짜낸 것이라고 한다. 원유의 맛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매일 짜낸 원유는 저온 살균을 거쳐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세심한 과정 덕분일까? 이제까지 먹어본 모든 우유 아이스크림 중 원유의 맛이 가장 잘 느껴졌다. 한 입 맛 보면 ‘우유감이 대단하다’는 다소 알쏭달쏭한 현지인 리뷰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유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지만, 신기하게도 비린 맛은 별로 없고 깔끔하다. 단맛이 매우 자연스러운 편이라 우유 맛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빠르게 녹는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삿포로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이 아이스크림을 맛보기 위해서라면 시간을 들여 방문할 가치가 있다.
삿포로의 밤은 달콤하다
바라 펭귄당 파르페
평소 음주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술을 마신 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삿포로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문화가 있다. 바로 술자리를 파르페로 마무리하는 ‘시메파페’다. 늦은 시간에 파르페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삿포로의 번화가 스스키노에서는 새벽까지 영업하는 파르페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라 펭귄당’은 시메파페를 즐기기 좋은 가게 중 하나다. 다양한 종류의 술과 파르페 메뉴를 갖추고 있고, 파르페만 단품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간판이 따로 걸려 있지 않아 처음에는 찾아가기 조금 어렵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맛집이다.

바라 펭귄당의 홍차 파르페는 홍차와 메이플 젤라토에 홍차 젤리가 곁들여져 있다. 여러가지 향을 첨가하지 않고, ‘홍차’라는 키워드에 집중한 듯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메이플 젤라토는 홍차의 풍미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전반적으로 진한 밀크티 아이스크림 맛과 비슷한데, 실크처럼 부드러운 젤라토와 말캉한 젤리의 식감이 매력적이다. 술자리를 마무리한다는 의미에서 먹는 파르페지만, 주류나 커피를 곁들여 세트 메뉴로 즐겨 봐도 좋다. 특히 위스키와의 궁합이 일품이라고 하니 참고할 것.
편의점에서 만나는 멜론의 풍미
세이코마트 멜론 소프트
홋카이도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로컬 편의점 체인 ‘세이코마트’가 있다. 현지에서 ‘세코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곳은 다른 편의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홋카이도 지역 한정 상품의 라인업이 탄탄해 현지인과 여행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도시락, 감자튀김, 주먹밥, 갓 구운 빵 등 맛봐야 하는 아이템이 많지만, 이곳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건 바로 홋카이도의 멜론을 활용한 아이스크림.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고르지 않아 규격 외 상품으로 분류된 멜론을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인데, 이제는 세이코마트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아이스크림 가격은 200엔 대. 만화에 나오는 소프트 콘처럼 귀여운 비주얼이 눈길을 끈다. 향은 메로나와 비슷한데, 단맛은 덜어내고 부드러움은 극대화한 느낌이다. 바삭바삭한 와플콘 맨 끝부분까지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어 양도 넉넉한 편. 특별한 맛을 기대하기보다는, 지역 한정 상품을 맛본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 모나카와 컵 아이스크림도 마련돼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