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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슬로우 에이징

나이가 들어가는 것,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착잡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 <은교>의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은 아니다.’라는 명대사처럼 낙담할 필요는 없지만 젊음이 주는 싱그러움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래서인지 안티에이징(anti-aging)에서 슬로우 에이징(slow aging) 제품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매번 유혹한다. 요즘 대세는 슬로우 에이징(저속노화)으로 이는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그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 좀 더 젊고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리킨다. 슬로우 에이징, 정말 가능할까.

출처: Getty Images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알약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이미 있을지도 모르고, 있다면 꽤 비쌀지도?) 매번 생각하지만, 노화를 늦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 건강한 식단, 스트레스 관리,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보호, 술/담배 멀리하기 등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다만, 꾸준한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어서 저속노화 트렌드에 나도 동참해 보기로 했다.

1.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고 활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라.
연초에 헬스장에 가면 사람이 바글바글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한산해진다. 이런저런 핑계로 새해 다짐과 의지는 온데간데없다. 그러니 내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야 한다. 자기 몸 상태, 나이 등을 고려해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걷기, 조깅, 수영, 필라테스, 요가 등이 될 수도 있고 좀 더 강도 높은 운동이 될 수도 있다. 근거리는 걸어 다니거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드러눕고 싶은 유혹을 참아내면 저속노화로 한 걸음 다가간 것이겠지.

출처: Pop Sugar

2. 균형 잡힌 건강한 식단을 고집하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에서 노화의 원리, 건강한 식단, 신체 활동, 뇌 건강 등을 다루며 우리가 실천할 방법을 제안한다. 해볼 만한 여러 방법 중 균형 잡힌 식단의 중요성에 집중해 봤다. 동물 단백질인 소고기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가 설파한 내용에 따라 통곡물이나 콩이 들어간 밥을 자주 먹기 시작했다. 거기에 코코넛 오일까지 넣어 풍미를 더했다. 찾아보니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렌틸콩 현미밥과 파로 통곡물밥 햇반도 나왔더라. 싱싱한 채소 섭취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 샐러드로 먹어도 좋지만, 살짝 쪄서 먹으니, 소화가 잘되더라. 또, 당, 정제 탄수화물 그리고 가공식품을 멀리해야 하는데 이들은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염증은 가속노화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Healthy Shots

3. 영양제 의존도를 줄여라.
영양제를 챙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비타민 C와 유산균은 생각날 때마다 먹었다. 피곤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챙겨 먹었으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부분도 있다.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 (I’m So Effing Tired), 에이미 샤>에서는 되도록 영양제에 의존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 의사이기도 한 저자에 따르면 면역계는 장과 협력한다. 장 건강을 유지하려면 브로콜리 줄기와 같은 식이 섬유가 필요하다. 데친 브로콜리를 비건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면 꿀맛이긴 하지!

출처: Domino Magazine

4. 스트레스 관리를 하자.
현대인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스트레스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적당할 때 얘기다. 만성 스트레스는 노화 속도를 올릴 뿐이다. 예전에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와인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래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 와인 한 잔은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와인도 술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술을 끊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스트레스에는 명상이나 요가가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 그것이 저속노화로 가는 길이라는 것은 안다. 명상할 때 Chani나 Calm 앱을 활용하기도 하고 요가 수업을 두 타임 연장해서 듣기도 한다. 사람마다 그 방법은 다를 수 있는데 요즘은 팔로 산토(Palo Santo)* 스틱으로 향을 피우고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어 보기도 한다. 나무 향이 방 안 가득 차오르면 부정적인 생각이나 기운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팔로 산토(Palo Santo): 스페인어로 ‘신성한 나무”를 뜻하며 은은한 향이 마음의 안정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명상 이외에도 벌레를 쫓거나 음식 냄새를 없애는 데 유용하다.

출처: Psykhestore Palo Santo Sticks
명상할 때 활용하는 앱, Calm 및 Chani / 배경 사진 출처: Vital Life Tips

5.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찾아라.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일을 찾는 것은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언제나 그것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게 된다면 분명 행복할 것이다. 그게 꼭 직업일 필요는 없다. <행복한 노인은 늙지 않는다,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에서는 행복한 사람이 더 오래 살고 행복한 일을 하는 것이 구체적인 안티에이징 전략이라 말했다. 저절로 미소가 피어나며 충만한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6. 충분한 수면과 피부 보호하기.
잠을 제대로 못 잔 날 거울을 보면 거무튀튀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충분히 못 자면 집중력, 기억력, 생산성 등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것이 지속되면 호르몬 불균형, 면역력 저하 등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충분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 숙면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도를 낮추고 되도록 자기 전에 격렬한 운동을 피하고 (이게 제일 힘든 부분인데)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지 않으려고 애쓴다. 자외선 차단제나 자외선 차단이 되는 화장품을 사용하고 피부에 맞는 저자극 화장품을 사용한다. 물론, 슬로우 에이징 제품도 활용한다.

출처: Sleepy Hero

위에 제시한 바를 꾸준히 실천한 사람이라면 건강검진 결과지에 실제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가 다를 것이다. 실제 나이는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를 나타낸다면 생물학적 나이는 그 사람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노화 정도를 나타낸다.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적다면 저속노화의 길로 가고 있는 게 맞겠지?

고혜림
고혜림
사소하지만 취향 스민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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