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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교토 맥주 공장 투어

일본에서 대기업 맥주 공장 투어가 가능한 곳은 여럿 있습니다. 아사히 맥주는 일본 내 8곳(홋카이도, 후쿠오카, 오사카, 후쿠시마, 이바라키, 가나가와, 나고야, 시코쿠)에서 공장 투어를 운영하며, 이중 후쿠오카의 하카타 공장에서는 한국어 투어도 가능합니다. 기린 맥주는 나고야, 홋카이도 치토세, 고베, 후쿠오카 등 일본 내 9곳에서 공장 투어를 운영합니다. 산토리 맥주는 도쿄의 무사시노 공장, 교토의 천연수 맥주 공장 그리고 규슈와 구마모토 등 일본 내 8곳에서 공장 투어를 운영합니다. 삿포로 맥주는 일본 내 6곳의 맥주 공장이 있지만 투어가 가능한 공장은 홋카이도, 치바, 규슈 히타 3곳뿐입니다. 그 밖의 도쿄의 에비스 맥주 박물관과 삿포로의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서 투어가 가능합니다. 오리온 맥주 공장은 오키나와에 있는 오리온 해피파크에서 투어가 가능합니다.


아사히 맥주 스이타 공장 박물관 입구

오사카와 교토를 중심으로 한 관서 지방에는 3개의 맥주 공장이 있습니다. 오사카의 아사히 맥주 공장, 교토의 산토리 맥주 공장, 그리고 오사카와 교토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고베에는 기린 맥주 공장이 있습니다. 이중 저는 아사히 맥주 공장과 산토리 맥주 공장을 다녀왔습니다.

[아사히 맥주 공장]
오사카에 있는 아사히 맥주 공장의 정식 명칭은 아사히맥주 뮤지엄 스이타 공장(アサヒビールミュージアム 吹田工場)입니다. 아사히의 맥주 공장 중에서 스이타 공장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사히 맥주의 뿌리는 1889년에 설립된 오사카 맥주 회사로 이곳 스이타 공장에서 1892년 처음으로 맥주가 생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약하는 방법
예약은 스이타공장 홈페이지(https://www.asahibeer.co.jp/brewery/suita/)에서 합니다. 2달 전에는 예약해야 비교적 원하는 날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간혹 빈자리가 생기기도 하니 항상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성인 1,000엔의 투어 비용이 있고 관람 당일에 지불합니다.

가는 방법
저는 오사카 간사이 국제 공항에서 곧장 스이타 공장으로 갔습니다. 난카이 특급이나 난카이 공항선을 타고 덴가차야 역에서 사카이스지선으로 갈아타 스이타 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면 1시간 30분쯤 걸립니다. 오사카에서 갈 경우 오사카 역이나 도톤보리가 있는 난바 역에서 스이타 역으로 열차로 한 번에 갈 수 있습니다.


아사히 맥주 스이타 공장 입구

스이타 역에서 나와 대략 10분 정도를 걸으면 공장 입구에 도착합니다. 아사히 맥주가 처음 생산된 동네라는 명성에 비해 스이타 역은 아담하고 조용합니다. 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공장이 보이기 시작하고, 입구에 다다르면 공중에 맥아 향이 둥둥 떠다닙니다. 공장의 크기에 압도당하고, 맥아 향에 벌써 취하는 느낌이 듭니다.

접수 및 투어 준비하기
입구에서 안내를 받고 담장을 따라 맥주 박물관으로 걸어갑니다. 다시 한번 공장의 크기를 실감합니다. 로비에 도착하니 마침 안내원이 나와 있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키오스크에서 투어비를 지불하고 티켓을 받고, 이를 다시 안내원에게 전달합니다. 안내원은 투어에 관한 주의 사항을 안내합니다. 차를 가져왔으면 음주는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사진 촬영은 가능하나 동영상과 녹음은 안 된다고도 합니다. 안내에 따라 음성 안내 앱을 설치하고 들어봅니다. 다행히 한국어 음성이 지원됩니다. 한국어 음성 안내를 미리 듣고 투어에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투어가 시작되면 일본어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으면 내용을 따라가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음성 안내를 들으면서 투어가 시작할 때까지 로비를 한 바퀴 돌아봅니다. 로비는 굿즈를 판매하는 숍과 수퍼드라이 역사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사히 브랜드 숍은 여타의 샵처럼 맥주와 전용 잔, 열쇠고리, 의류 등의 굿즈를 판매합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아사히 맥주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었는데요.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퍼드라이 역사관은 아사히 맥주의 출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연표로 전시해 놓은 것입니다. 이름을 수퍼드라이 역사관으로 한 것을 보면, 아사히 맥주가 수퍼드라이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사히 맥주 스이타 공장 박물관 로비에 있는 브랜드 숍

공장 투어
투어는 강당에서 집체 교육으로 시작합니다. 교육이 끝나면 일렬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서 맥주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투어의 시작은 맥주의 원재료를 설명하는 과정입니다. 맥주의 주원료는 맥아, 홉, 물이라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이어서 발효 및 숙성 공정, 여과 공정, 병입 과정, 품질관리, 캔 라인 과정 등을 공장을 돌면서 관람합니다. 공장 주변으로 동선이 잘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사히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카라구치’입니다. 일반적인 맥주의 풍미는 천천히 풍기며 입안에 오래 남습니다. 하지만 아사히 수퍼드라이는 마시자마자 풍미가 온 입안에 가득 찹니다. 풍미가 절정에 달하면 빠르게 사라지는데 깊은 풍미가 순식간에 퍼졌다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면서 강렬한 깔끔함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가라구치를 강조하는 아사히 맥주의 수퍼 드라이 광고판

아사히 맥주 공장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과정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효모의 시선에서 발효 과정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VR 고글을 착용하고 약 3분간 발효조에 빠져 있는 체험을 합니다. 또 하나는 수퍼드라이 고 라이드입니다. 수퍼드라이 캔 테두리에 올라탄 시점에서 진동과 바람 그리고 분사되는 물을 맞으며 제조 라인을 즐길 수 있는 4D 체험입니다.

투어가 끝나면 카페에서 맥주를 시음할 수 있습니다. 시음은 2잔까지 가능하며, 알코올 섭취가 불가능한 분을 위해서 청량음료도 제공합니다. 푸어링(맥주 따르기)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잘 따른 맥주 한잔을 마시며 투어를 마무리합니다.


공장에서 갓 뽑아낸 아사히 맥주 시음

[산토리 맥주 공장]
교토에 있는 산토리 맥주 공장의 정식 명칭은 산토리 천연수 맥주 공장 교토(サントリー〈天然水のビール工場〉京都)입니다. 산토리는 도쿄에 있는 무사시노 맥주 공장이 가장 유명하지만, 맥주 공장의 이름처럼 맥주에 적합한 맑은 물을 찾아 교토에 공장을 지었다고 합니다.


산토리 천연수 맥주 공장 교토의 모습

예약하는 방법
예약은 산토리 교토 공장 홈페이지(https://www.suntory.co.jp/factory/kyoto/)에서 합니다. 예약일과 예약 시간을 지정하여 예약하며,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근처에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도 있으니 함께 방문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야마자키 증류소는 예약이 굉장히 힘듭니다.

가는 방법
교토에서 산토리 맥주 공장을 가는 방법은 교토의 번화가인 가라스마 역에서 열차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가라스마 역에서 한큐 교토 선을 타고 대략 30분 정도 걸립니다. 교토역에서는 한 번에는 가는 수단이 없으니, 가라스마역으로 가서 갈아타거나, 아니면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야 합니다. 니시야마텐노잔 역에서 내려 약 10분쯤 걸으면 산토리 공장이 나옵니다.


니시야마텐노잔 역에서 산토리 맥주 공장으로 가는 길

이곳은 완전한 시골은 아니지만, 번화한 교토를 잠시 벗어나 한적한 도심의 길을 걷는 맛이 있습니다. 높은 하늘과 낮은 건물, 그 사이의 공백이 공허할 만큼 넓게 느껴지는 도시입니다. 지나다니는 행인도 거의 없는 길을 혼자서 노래도 흥얼거리며 걷다 보면 그 길이 너무 짧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멀리서 거대한 맥주 공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멀리서도 카메라 렌즈 한 번에 담기 힘든 크기입니다. 마치 기다란 기차가 달리는 모습이랄까요? 압도적으로 큰 크기에서 오는 숭고미가 느껴집니다.

접수 및 투어 준비하기
산토리 맥주 공장에 도착하여 방문자 전용 건물에 들어섭니다. 들어서면 반대편 창문에 아름다운 정원이 보이는 휴식 공간이 있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일본어로 ‘천연수 맥주 공장 산토리 교토’라고 쓰여 있고 날짜가 적혀 있는데 이곳이 가장 뜨거운 사진 명소입니다.


산토리 맥주 천연수 공장 교토 로비의 모습

투어데스크에서 예약자 이름을 밝히고 접수를 진행합니다. 이곳에서도 역시 음성 안내 앱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앱을 설치하면 안내원이 앱의 잠금 버튼을 해제해 줍니다. 이 앱은 공장을 벗어나면 잠기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더더욱 예약 시간보다 충분히 일찍 도착해서 음성 안내를 미리 들어 놓는 게 좋습니다.

공장 투어
투어는 강당에서 안내원의 설명과 함께 산토리의 역사에 관한 영상을 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산토리는 1899년 신지로 토리이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위스키 공장에서 출발합니다. 1907년에 발매된 ‘아카다마 포토와인’이 크게 인기를 끌었고, 1937년에 사각병으로 유명한 산토리의 위스키인 가쿠빈이 발매됩니다. 산토리가 맥주 업계에 뛰어든 건 1963년입니다. 그해 처음으로 도쿄의 무사시노에 맥주 공장을 설립합니다. 산토리를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 맥주는 ‘몰츠 슈퍼 프리미엄’입니다. 2003년에는 이 맥주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를 발매합니다. 이 맥주는 유럽산 아로마 홉을 100% 사용하였고 맥아 100%의 올몰트 맥주로 지금까지 산토리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맥주입니다. 대략 이런 내용의 영상입니다.


담금조를 직접 체험할 있는 산토리 맥주 투어

영상 시청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공장을 돌며 투어를 진행합니다. 로비에서 공장 내부로 바로 이어졌던 아사히 공장과 달리, 산토리는 방문객 센터에서 나와 밖으로 걸어서 공장으로 이동합니다. 맥주 제조의 첫 번째 공정이 이루어지는 담금조부터 방문하는데 들어서자마자 맥아의 향이 향긋합니다. 담금조는 맥아를 잘게 부수고 데운 천연수와 섞어 맥즙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규모가 큰 담금조 사이 사이를 걸으며 담금 탱크 안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해 놨습니다. 다음으로 맥주에 쓰이는 재료를 천연수, 맥아, 홉, 효모 순으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갓 만든 영비어를 숙성 시키는 숙성 공정, 맥주의 남아 있는 효모나 침전물을 제거하는 여과 공정, 캔 안에 산소가 들어가지 않게 맥주를 담는 패키징 공정 등을 돌면 투어가 거의 막바지에 이릅니다. 투어가 끝나면 공장을 한 바퀴 돌았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다시 방문자 센터로 이동합니다. 그럼, 시음실에서 맛있는 시음 맥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맥주는 총 3종류가 제공됩니다.


투어가 끝난 후 산토리 맥주 시음

오사카와 교토 모두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 때문인지, 공장 투어를 하는 한국인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일본에서의 맥주 공장 투어는 확실히 인기 여행 상품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대기업 맥주 공장처럼 규모가 큰 맥주 공장 투어가 없으니,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한번 기회를 내보면 좋을 듯합니다.

염태진
염태진
맥주인문학서 맥주에세이 저자 / 맥주로 내장도 채우고 뇌도 채우며 날마다 좋은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 카카오, 브런치 아이디: @i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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