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영화 메멘토는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남자의 복수극을 그린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남자가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바로 메모입니다.
그는 단기 기억 상실이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메모에 의존해야 했죠. 그는 체계가 있는 메모 방식이라면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영화를 통해 메모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봅시다.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
영화 속 주인공 레니에게 친구라며 다가오는 테디는 이렇게 경고를 합니다. “레니. 메모와 사진에만 의지해서는 살 수 없어.” 하지만, 이 말에 주인공 레니는 “기억이 더 불확실해”하며 반박하죠.

그는 기억은 언제든지 왜곡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기억은 방의 모양이나 자동차 색상까지 쉽게 왜곡해 버리니까요. 사실과 다르게 정보를 기억한 경험이 생생하게 확인해 보니 달라 당황한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레니는 경찰은 범인을 기억으로 잡지 않고, 사실을 바탕으로 잡는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문제 해결 방식으로 유명 전략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하늘, 비, 우산’이라는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는데요.
하늘이 흐리니(사실), 비가 올 것 같다(해석). 따라서, 우산을 챙겨야겠다(행동)는 결론을 내리는 걸 말합니다.
레니는 단기 기억 상실증이지만 아내를 죽인 사람에 대한 정보(사실)를 모으면, 누가 범인인 줄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해석), 이 과정을 통해 복수를 할 수 있다(행동)고 믿는 거죠. 그리고, 이 사실을 모으는 장치로 메모 체계를 활용합니다.
메모 체계
그렇다면,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가 메모 체계로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요? 레니가 한 메모 체계를 유명 사회학자 니콜라스 루만이 한 메모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는 메모를 3가지로 분류했습니다.
1. 임시 메모

첫 번째는 임시 메모입니다. 임시 메모는 생각이 날아가버리기 전에 재빨리 적는 메모를 뜻하는데요. 영화 중 레니가 한 종업원에게 길을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종업원이 길이 쉽다며 적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말했는데요. 레니는 난 ‘적어야 해요’하며 메모하는 장면이 나오죠.
이 방식은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유용합니다.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짧게 알아보기 쉽게 키워드로 적어두는 거죠. 대부분 임시 메모는 버리지만, 그중 중요한 정보는 문헌 메모로 바꿉니다.
2. 문헌 메모

문헌 메모는 분량이 긴 내용이 있을 때 내게 필요한 부분을 압축해서 적는 걸 말합니다. 극 중에서는 레니가 경찰에게서 받은 방대한 자료를 파트 별로 요약하죠.
필요한 정보를 압축한 요약을 보며, 레니는 새로 얻은 자료와 요약본의 차이를 대조해 나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레니는 범인은 “마약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이 사실을 문신으로 새깁니다. 이 문신이 영구 메모입니다.
3. 영구 메모

영구 메모는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메모인데요. 레니는 문신을 몸에 영구적으로 새겼죠. 문헌 메모는 압축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영구 메모에서부터는 내 관점으로 해석이 들어갑니다.
가령, 다음 사실은 레니가 모은 사실들입니다. 이렇게 모인 사실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 사실 1: 남자
– 사실 2: 백인
– 사실 3: 이름은 존, 또는 제임스
– 사실 4: 성은 G로 시작
– 사실 5: 마약상
– 사실 6: 차량 번호 SG137IU
이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레니 가슴팍에 새겨진 가장 큰 문신이 말해줍니다. “그를 찾아서 죽여라(행동)”에 도움이 되는 사실들이죠. 이 ‘사실’들이 모여 하나의 ‘해석’이 만들어집니다.
영구 메모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여러 곳에서 자료를 모으는 게 중요해집니다.
출처의 중요성
마지막으로 이렇게 모인 ‘사실’은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실’을 통한 ‘해석’도 믿을만해질 테니까요. 그러려면 출처가 반드시 믿을만해야 합니다. 극 중에서는 이 과정이 미흡해 레니가 혼란을 겪는 장면이 여러 곳에서 나오죠.
앞선 메모 체계로 과연 레니가 범인을 잡을 수 있었을까요? 그가 메모 체계로 어떻게 결론에 다가갔는지, 그리고 그가 어떠한 부분에서 실수했는지 찾아보시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되지 않으실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