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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즐기는 피자 이야기 ft. 홈메이드 레시피

최근 국내 몇몇 지방 소도시를 돌아보니 편의점과 피자 프랜차이즈가 없는 곳은 없더라고요. 대도시에서도 한 걸음 뗄 때마다 나타나는 게 그 둘이지만, 소도시 구석구석 때로는 외곽에서까지 쉬이 만난다는 게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 전반을 파는 편의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숱한 음식 가운데 유독 피자집이 도처에 있는 게 새삼 새롭게 와 닿았어요. 설사 피자집이 없다 해도 편의점에 조각 피자 혹은 피자빵, 하다못해 ‘피자 주먹밥’이라도 있고요.

곰곰 생각해 보면 피자가 우리 ‘국민식’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도 꽤 오래. 1972년 대한민국 상륙 이후 1985년 미국 프렌차이즈 피자헛의 진출로 이어졌고, 동네마다 피자집 몇 개가 있는 풍경을 보게 된 지도 수십 년… 언제부터인가 국내 어느 도시에서나 만나게 되는 이국의 요리는, 아마도 짜장면 다음이 피자가 된 게 아닐까 싶어요. 바다 건너온 피자가 이토록 각광 받아온 이유가 뭘까요? 일단은 남녀노소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맛 때문일 텐데요. 한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간편함도 한몫 거든 부분일 테고요.

애초에 본향에서도 아주 수수한 먹거리였던 만큼 대체로 편안한 가격(물론 고급 식당에서는 고가격대 피자도 있지만요)이라는 점도 있겠죠. 여기에 비교적 건강한 재료 조합도 우리 일상으로 스르르 녹아든 비결일 텐데요. 피자가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죠. 19세기에 이르러 이탈리아가 통일되는 과정에서 구휼 음식으로 인기를 끈 소박하고 간편한 음식이 바로 피자였으니까요.

만인이 좋아하는 ‘슈퍼스타’급 먹거리의 출발점은 대개 빈곤과 척박함에 있다는 말씀을 자주 드리는데요. 피자 역시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요리 중 하나. 현재 우리가 흔히 보는 그 피자가 아닌, ‘피자의 원형’으로 따져보아도 그렇습니다. 피자의 원형은 훨씬 오래전에 있었고, 기원에도 제설이 있는데요. 고대 로마에서 그 원형을 찾기도 하죠. 식재료가 풍요롭지 못했던 고대 로마 시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빵과 무화과만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빵 즉 ‘피자에 가까운 반죽’ 위에 무화과를 올린 것을 ‘가난뱅이의 피자’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참고로, 이탈리아에서 무화과란 예나 지금이나 어디서나 수확되는 과일로 가난한 사람들도 즐겨 먹는 소탈한 먹거리였죠).

또 다른 한편으로 피자의 뿌리를 찾아가 보면 고대 이집트에 다다르기도 합니다. 밀을 빻아 분말화한 다음, 물과 섞어 반죽을 빚고 굽는 조리법은 본래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래의 것. 이것이 고대 이집트로 전래되어 한 단계 더 진보한 것이 바로 반죽을 ‘발효’시켜 구운 ‘빵’인데요.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인들이 둥글납작하게 빚은 반죽을 가마 안 측면에 붙여 구워 먹은 빵은, 말하자면 화덕에서 구운 피자와 흡사한 방식이었죠. 바꿔 말하면, 그 가마에서 태어난 둥그런 빵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 다양한 밀가루 반죽 빵의 주춧돌이 되었고, 피자도 이를 원류로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아는 오늘날의 ‘피자’에 가까운 형태가 이탈리아에 등장한 것은 꽤나 나중. 16세기에 이르러서입니다. 밀가루 반죽에 소금과 마늘, 라드(lard=돼지기름) 등을 더해 구운 것이었죠. 처음은 포카치아(focaccia)와 거의 동급이었지만 점차 반죽이 얇고 넓게 늘어났고, 라드, 후추, 바질 등 푸른 채소의 잎사귀나, 잔고기를 올리는 형태 등으로 확산되었는데요. 이를 가장 오래된 피자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피자와 비슷한 빵이 만들어진 것은 이집트라지만, 현대 피자의 근사치로 본다면 이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해석이죠.

그러나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토마토가 사용된 피자’의 등장은 그로부터도 한참 후입니다. 실은 이탈리아에서도 토마토가 피자 재료로 쓰이면서부터 ‘PIZZA’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인데요. 17세기 이탈리아 남부에서 토마토 재배가 시작되고, 나폴리를 주도로 하는 캄파니아(Campania)주에서 모짜렐라 치즈가 탄생하면서, 피자에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가 연대하게 된 것이죠.

최초의 피자리아(pizzeria=피자전문점)는 1738년 나폴리 거리에 문을 열었습니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피자전문점 ‘안티카 피자리아 포르트알바’(Antica Pizzeria Port’Alba)가 바로 그 곳. 처음에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피자의 원형인 빵을 팔다가, 1830년에 테이블과 의자를 갖춘 피자 전문 식당으로 거듭났는데요. 현재도 여전히 같은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거의 모든 피자가 1만 원을 훨씬 밑도는 은혜로운 가격. 역사가 유구한 원조 피자리아에서 진미 피자를 편안한 가격에 누릴 수 있으니, 근처를 지난다면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죠.

출처: 인스타그램 @anticapizzeriaportalba1738

피자리아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곳 더. 기왕에 나폴리를 방문한 참이라면, 마르게리타의 발상지로 유명한 ‘안티카 피자리아 브랜디’(Antica Pizzeria Brandi)도 꼭 향해야 할 곳이죠. 1889년에 마르게리타 왕비(Margherita Maria Teresa Giovanna di Savoia)에게 피자를 진상한 피자이올로(Pizzaiulolo=피자 장인) 라파엘레 에스포지토(Raffaele Esposito)의 식당인데요. 역시 연중 내내 관광객이 쇄도하는 피자리아이니 예약은 필수입니다. 이곳에 간다면 역시 토마토의 레드, 모짜렐라 치즈의 화이트, 바질의 그린이 이탈리아 국기 색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왕비를 감동시켰다는 원조 마르게리타를 맛보는 게 정석이겠죠.

흥미로운 건, 전술한 바와 같이 이탈리아에서 토마토가 재배되기 시작한 건 17세기에 들어서라는 점이죠. 피자는 물론 이탈리아 요리 하면 토마토가 연상될 만큼 다용되는 재료이니, 응당 이탈리아인이 아주 오래도록 토마토를 먹어왔을 것만 같은데 말이죠. 유럽 여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토마토의 이탈리아 입성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부터 30년이나 후의 일이었죠.

그마저도 처음에는 관상용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요리의 상징 같은 토마토를, 18세기 초까지는 이탈리아인들이 그저 구경만 했다니 희한한 일인데요. 그리 오래도록 식용이 아니었던 이유도 재미납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도 등장하는 독풀 ‘만드라고라’(Mandragora)를 아시나요? 만드라고라는 당시에도 유럽에서 널리 알려진 식물이었는데요. 문제는, 만드라고라에 마취 성분이 있고 밑동은 최면제로 쓰이는 등 유해한 물질로 여겨졌는데, 토마토도 같은 가지과 식물이다 보니 기피했다는 겁니다.

토마토가 식용으로 방향을 틀게 된 것과 관련한 여러 설 가운데 실소를 금치 못할 설이 하나 있습니다. 토마토가 귀족의 뜰에서 관상용으로만 길러지던 시절, 한 가난한 정원사는 어느 날 배가 너무도 고픈 나머지, 자신이 일하던 귀족 가문의 정원에서 토마토를 따 먹게 되었는데요. 죽기는커녕 배앓이도 없었죠. 그 사건(?) 이후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토마토가 맛나다는 소문이 퍼졌고,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빵에도 치즈와 토마토를 올려 구워 먹게 되었다고 하니, 어찌 보면 우리가 아는 오늘날의 ‘PIZZA’는 이 시절부터 유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이어서 나폴리 등지의 거리에서도 피자가 팔리게 되었을 테고요.

마르게리타 왕비도, 주로 매대(포장마차)에서나 팔던 피자가 맛나다는 소문을 접하고 ‘나도 서민들이 먹는 그 피자라는 것을 한번 먹어 보고 싶다’고 청했고, 피자이올로가 헌상하기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먹어 보니 과연 매우 훌륭한 맛이라 몹시 흡족해했고, 이것이 바로 오늘날도 인기 넘버 원인 ‘피자 마르게리타’라는 이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

세월 따라 진화하고 개화해 온 피자는 아시다시피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죠. 그런데 국내 방방곡곡에 포진한 피자 프렌차이즈나 일본이나 미국 등지의 피자 프렌차이즈나 모두 본향인 이탈리안 버전보다는 아메리칸 스타일이 강세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이탈리아인들이 미국으로 가지고 들어온 피자에, 미국인들이 변주를 더하고 딜리버리 피자로 시장을 키운 데에서 연유하는데요. 이 미국식 피자의 프렌차이즈들이 각국에 전진하면서 딜리버리 피자 시장을 선점하게 된 거죠.

대략 1920년대까지 무려 400만 명을 웃도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향한 곳이 미국. 이때 그들이 전파한 피자가 오늘날 미국인의 국민식이 된 것인데요. 사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끼니때 식탁에 오붓이 둘러앉아 피자를 먹었지, 조각낸 피자를 먹지는 않았습니다. 1933년 뉴욕의 한 피자이올로가 등분한 ‘한 조각 피자’를 팔기 시작했고, 이후 ‘걸어가며 먹는 피자’가 대유행하게 되었죠. 피자 형태도 본향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도우가 빵처럼 두터워졌고, 토핑도 보다 풍성해지는 등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끝에 재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아메리칸 피자. 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인이 소비하는 피자는 1시간당 약 12만 6천 개라고도 하는데요.

피자의 미국 내 승승장구에는 또 하나의 계기가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국 병사들이 먼저 그 맛을 알았는데요. 귀국 후 맨해튼의 리틀이탈리(Little Italy 맨해튼 남쪽에 위치한, 이탈리아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구역)에서 피자를 맛보고 그 맛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미 전역에 피자를 확산시키는 통로 역할을 한 겁니다. 시간이 흐르고, 토핑 가득 올려 깊숙한 팬에서 구워낸 빵처럼 두툼한 도우의 시카고 피자, 상대적으로 얇게 편 도우의 뉴욕피자 등 ‘아메리칸 피자’의 무한확장으로 이어졌죠. 그리하여 이탈리아 이민자의 먹거리 피자가 어느덧 미국에서도 국민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겁니다. 여기에 다대한 공을 세운 게 피자 프렌차이즈.

두툼한 도우의 시카고 피자

미국 피자 프렌차이즈의 전개도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습니다. 미국 중부 캔자스주(State of Kansas) 휘치토(Wichita)에서 낳고 자란 댄 카이니(Dan Carney 1931년~)와 프랭크 카이니(Frank Carney 1938~2020년) 형제는 식당 운영 경험도 전무하고 이탈리아인도 아닐뿐더러 피자라는 건 겨우 한두 번 맛본 게 다였죠. 그럼에도 1958년 ‘피자헛’의 단일 매장을 열었는데, 반년 뒤 2호 점을, 이어서 3, 4호 점을, 그렇게 1년 만에 6개 매장 오픈이라는 쾌거를 이룹니다. 세계 최초의 피자 프렌차이즈 브랜드 피자헛은 현재도 전 세계에 1만 6천 점포를 거느린 빅 브랜드이죠.

그리고 또 한 형제가 있습니다. 피자 레시피 공부를 5~10분에 마쳤다는 톰 모너핸(Tom Monaghan 1937년~)과 제임스 모너핸(James Monaghan)형제. 1960년 미시건주(State of Michigan) 입실란티(Ypsilanti) 대학가의 작은 피자 가게 ‘도미닉스 피자’(DomiNick’s Pizza)를 사들이고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당연한(?) 결과로 처음에는 전혀 손님이 들지 않았고 제임스는 도중하차하고 말았죠. 그러나 톰은 심기일전해서 보다 이탈리아 느낌이 나는 ‘도미노 피자’(Domino’s Pizza)로 상호를 바꿨고, 멀어서 오기 힘들다는 이스턴 미시건 대학 학생들에게는 배달해 주는 서비스까지 고안해 냅니다. ‘30분이 지나 배달되면 무료’라는 조건까지 내달았는데요. 당시로는 혁신적이었던 마케팅이 통했고, 결국 2023년 시점 전 세계 1만 9천 500점을 지닌 거대 브랜드로 성장했죠.

이탈리아만의 것이었던 피자가 미국으로 건너와 대형 프렌차이즈로 성장하고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건, 만드는 이의 솜씨도 솜씨지만 기계화 덕이기도 할 텐데요. 대형 전기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빵처럼 도톰한 도우와 흘러넘칠 듯 가득 올려진 토핑의 아메리칸 스타일 피자 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식욕을 돋우죠. 맛은 물론이요, 포만감으로도 일등인데요. 그와는 달리 신선한 토핑과 불맛 입힌 졸깃한 도우의 매력이 일품인 나폴리 피자도 포기할 수 없는 맛이죠. 화덕의 500도 가까운 고온에서 순식간에 구워낸 나폴리 피자의 맛은 독보적.

서울에도 화덕을 갖춘 나폴리 피자 전문점이 많아졌고, 심지어 나폴리 피자를 배달해 주는 곳도 생겼죠. 하지만 딜리버리 나폴리 피자는 그 수가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집에서 문득 나폴리 피자가 먹고 싶어졌을 때는 나가는 수밖에 없는데요. 후술한 쉽디쉬운 레시피만 익혀 두면, 식당 저리 가라로 맛난 ‘홈메이드 나폴리 피자’ 맛을 언제든 만끽할 수 있어요. 본디 길거리 음식이었던 만큼 매우 간단한 공정에 정말 쉬운 요리. 손수 만든 도우에 토핑을 자유자재로 올려, 내 입맛대로 즐기는 홈메이드 나폴리 피자야말로 최고의 피자일지도 모릅니다.

알려 드릴 레시피 그대로만 따라서 만들면, 고온의 화덕에서 구워낸 것 못지않게 맛난 홈메이드 나폴리 피자가 탄생되는데요. 오븐 없이도 구울 수 있어 캠핑 등에도 유용해요. 기본 도우 레시피만 잘 알아두면 그다음은 뭐든 좋아하는 거 올려 굽기만 하면 끝! 모너핸 형제가 그랬던 것처럼 숙지에는 10분도 안 걸리는데, 그들이 처음에 실패했던 것과는 달리 무조건 성공 보장인 레시피. 오리지널 레시피와는 다르지만 본향의 맛을 내는, 홈메이드 나폴리 피자 레시피랍니다. 자, 그럼 도우 만들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글을 읽으면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 보면 금방이랍니다!

대략 직경 18cm인 피자 3~4장 구울 수 있는 분량입니다. 강력분 330g과 드라이이스트 1g, 설탕 1 큰 술, 소금 7g을 커다란 보울에 한꺼번에 모두 담아요. / 모든 가루가 균일하게 섞이도록 거품기로 1분쯤 휘~휘~ 잘 섞어 줘요.(이렇게 거품기로 고르게 잘 섞어 줌으로써, 반죽이 고루 공기를 품게 되면서 졸깃한 도우로 만들어집니다.) / 여기에 (반죽을 더욱 찰지게 만들기 위해) 올리브오일 1큰 술과, (더욱 빠른 발효를 위한) 미온수(목욕물보다는 조금 낮은 약 35도의 미지근한 물) 200g을 부어요. / 스패출러(고무 주걱)로 가루(반죽)를 보울 측면에서 중앙 쪽으로 모으듯이 밀기를 50회쯤 반복하는데요.(반죽이 한 덩어리가 될 때까지), 이때 한쪽 손은 보울을 계속 돌리면서 작업하면 고루 반죽이 섞이게 되어요.(보울을 한 방향으로 돌리면서, 돌릴 때마다 스패출러로 섞어요.) 스패출러가 없다면 손으로 반죽해도 되는데, 스패출러를 사용하면 손에 묻히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반죽할 수 있죠.

한 덩어리로 정리된 반죽

대충 한 덩어리가 된 반죽을, 강력분을 흩뿌린 도마나 작업대 위에 올린 후, 반죽 표면이 웬만큼 매끈해질 때까지 약 5분간 개어 줘요.(한 손으로는 반죽을 잡고서, 다른 손으로는 반죽을 늘려주고, 늘린 반죽을 접어 방향을 바꾼 다음, 다시 동일한 동작을 반복합니다. 도중에 반죽이 질다 싶으면, 그때마다 주저 말고 작업대 바닥에 강력분 흩뿌려주기를 반복해요.) / 반죽 표면이 어느 정도 균일하게 매끈해지면 3~4등분 하여 각기 둥글게 모양을 잡아 준 후, 각각 밀폐용기에 담아 뚜껑 닫고 상온에서 최소 2시간 발효시켜요.(용기 바닥에 올리브오일을 발라 준 뒤 반죽을 담아야, 발효 후 스르르 떼어져요.)

발효가 끝나면 강력분을 넉넉히 흩뿌린 작업대에 반죽을 다시 올려요.(용기 뚜껑을 열어 반죽에도 강력분을 흩뿌린 다음, 스패출러를 용기 안 측면과 반죽 사이로 살살 한 바퀴 밀어 넣은 후 반죽을 떼면 스르르 잘 떼어지고, 반죽이 품은 공기도 안 꺼져서 나중에 구우면 졸깃한 도우가 됩니다.)

작업대에 올린 반죽을 양손의 네 손가락을 사용하여 반죽 중앙에서부터 바깥쪽으로 360도 각도로 고루 밀면서 늘려나가도록 합니다.(마치 반죽 속 공기를 가장자리로 내보내듯이 밀어요.) / 반죽이 좀 둥글게 늘어났다 싶으면, 반죽을 뒤집어(이때도 한 번 더 강력분을 작업대에 뿌려 줘요.), 같은 동작으로 반죽을 늘려나가요. 이 공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웬만큼 둥근 도우가 되는데요.

목표 크기(여기선 직경 18cm)의 대략 절반쯤으로 늘어났다면, 한쪽 손으로는 도우 중앙을 살짝 잡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반죽 가장자리를 들어 올려 바깥쪽으로 잡아당겨 가며 늘려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고르니초네=cornicione라고 불리는 가장자리 끝부분 대략 2cm 부분은 절대 누르지 말고 볼록한 상태로 유지하며 당겨야 졸깃한 식감도 살릴뿐더러, 비주얼도 나폴리피자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설명이 복잡할 뿐 실제로는 아주 쉬워요.

알루미늄 호일을 깔아둔 프라이팬에 완성된 도우 반죽을 올려요.(알루미늄 호일에도 올리브오일을 발라 두면, 나중에 구운 피자를 떼기 수월하고 맛도 더 좋아지고요.) / 이다음부터는 일사천리! 좋아하는 소스와 재료를 올려 굽는 게 다. 가장 손쉬운 건 화이트피자일 텐데요.

로마에서는 올리브오일, 소금, 로즈마리 잎을 올린 빵을 ‘피자 비앙카’라고도 하고, 무화과를 올린 화이트피자를 ‘피자에 핀치’(pizza e fichi =무화과를 올린 피자라는 뜻)라고도 하는데요. 꼭 본향 버전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소스 없이 좋아하는 것과 치즈를 올려 구운 다음, 올리브오일만 휘리릭 둘러 먹어도 너무 맛난 화이트피자가 되죠. 미국 동부 해변으로 건너간 화이트피자는 사워크림, 페스토 등을 바르고, 생바질과 마늘, 프레쉬 모짜렐라나 리코타치즈, 올리브오일을 올려 먹는 식.

무화과 피자

홈메이드 피자의 진정한 매력은 그야말로 내 취향대로 토핑을 할 수 있다는 점. 이를테면 간단하고 맛난 무화과 화이트 피자. / 미리 8~10등분 해서 오븐 180~200도에(미리 200도 예열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3~5분(취향 따라 굽는 시간 가감) 구워둔 무화과, 앤쵸비 3~4마리, 차이브, 바질, 대파 등등 좋아하는 허브, 프레쉬 모짜렐라, 올리브오일 한 바퀴. 이렇게 차례대로 도우에 올린 다음, 팬에 뚜껑을 닫고, 중불에서 4~5분 구운 뒤(시간은 화력 따라 가감), 뚜껑 살짝 열어봐서 고르니초네가 부풀었으면 일단 불을 꺼요. / 그리고 가장자리=고르니초네를 한 바퀴 토칭해 불맛을 입혀주면 끝! 취향에 따라 치즈에도 약간 토칭해 줘도 좋고요.(오븐이 있다면, 토칭 대신 230도로 예열된 오븐에 1~2분 더 구워 줘도 굿) / 먹기 직전 엑스트라버진올리브오일 한 바퀴 휘리릭 두르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한 가지 주의점은, 프레쉬 모짜렐라는 적당한 크기로 자르거나 찢어서 사용 직전까지 키친타월이나 면보 등으로 감싸 둬서 수분을 최대한 제거해야 해요. 아무래도 순식간에 수분을 날리는 500도 고온 화덕과는 달라서, 프레쉬 모짜렐라를 그대로 도우에 올려 팬에서 구우면, 수분이 분리되어 흐르고 축축해질 수 있거든요.

다음은 동서양 콜라보 버전이 될 명란크림을 사용한 화이트 피자. 명란 자체가 감칠맛 덩어리이니 맛이 없을 수 없는 버전인데요. 먼저 명란(가급적 저염 명란) 1큰술(껍질 안 명란만 발라내서 사용), 사워크림 1~2큰술(취향), 생크림 2작은 술과 섞어 도우에 바른 뒤, 프레쉬 모짜렐라와 이탈리안 파슬리 등 좋아하는 허브 듬뿍(허브의 절반은 구운 뒤 올려요), 올리브오일 한 바퀴, 그리고 나머지 공정은 같아요. 쓰면서도 군침 돌만큼 맛난 버전!

파슬리를 얹은 명란크림 소스 피자

토마토소스 피자를 원한다면, 캔에 든 홀 토마토를 손으로 마구 으깨서 암염 등 소금으로 간하면 초간단 토마토소스 완성입니다. 이 소스를 도우에 바르고 프레쉬 모짜렐라 치즈와 생바질을 올려서 구우면 피자 마르게리타인데요. 더욱 농후한 토마토소스는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 때와 같은 레시피입니다. 마늘 1톨 다져 올리브오일 1 큰 술에 볶다가, 다진 양파 반 개 분량 더해 볶다가 양파가 투명해지면, 씨 제거한 토마토 1개(캔에 든 홀토마토 사용해도 좋고요.) 다진 것을 더해 또 볶고, 수분이 거의 날아간 마지막에 소금 간, 생바질 손으로 찢어 넣고 휘리릭 볶으면 농후한 맛의 토마토소스 완성(더 깊은 맛 내고 싶다면, 중간에 앤쵸비 넣어 으깨서 볶아줘도 좋고요.)

토마토 바질 피자

참고로, 발효된 반죽은 펴서 늘리기 전, 즉 밀폐용기에 담긴 상태로는 냉장고에서 1주일까지 보관이 가능해요. 냉장 보관해 두면, 먹고 싶을 때 꺼내 쭉쭉 늘려 좋아하는 거 올려 굽기만 하면 되니, 비상식으로도 아주 유용하죠. 이 도우는 사실 포카치아에 유사한 반죽이라, 꼭 피자를 굽지 않더라도, 그냥 그대로 구워 빵으로 먹어도 정말 맛나답니다.

필자는 실제로 비상식 삼아 냉장고에 종종 발효 도우를 넣어 두곤 하는데요. 본향의 재료뿐 아니라, 때로는 평소 먹는 다양한 요리, 혹은 냉장고에 남아 있던 반찬을 올리기도 하는데, 이 또한 별미랍니다. 앤쵸비 대신 건새우 볶음을, 허브 대신 깻잎 슬라이스를, 그리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나 그라나 파다노 등의 경성 치즈를 갈아 모짜렐라 치즈와 함께 듬뿍 올리기도 하고, 여기에 부순 견과류를 올려도 참 잘 어울리죠.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발효 도우, 깻잎, 건새우 볶음, 호두

또, 올리브오일에 앤쵸비, 마늘 등과 함께 마리네 한 파프리카(이전 기고에서 레시피 알려 드렸던 ‘에스칼리바다’=Escalivada 라는 요리이죠.)를 올리기도 하는데, 이 역시 에스칼리바다 자체가 맛나니… 구우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지는 맛.

에스칼리바다 피자

북어 보푸라기가 냉장고에 있는 날에는 북어 보푸라기 듬뿍, 모짜렐라 치즈 듬뿍, 때로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갈아서 더하기도 하고, 올리브오일 한 바퀴 둘러 구운 다음, 슬라이스한 깻잎이나 루꼴라, 허브 등을 올려 먹으면, 말 그대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

삶은 완두콩이 있는 날에는 완두콩, 모짜렐라, 그라나 파다노 등 경성 치즈(갈아서) 듬뿍 올려 구우면 이 또한 별미. 사과 슬라이스와 고르곤졸라 등 블루치즈 올려서 굽고, 꿀 두르면 훌륭한 디저트.

사과, 블루치즈, 호두 피자

뭐든 올리고 싶은 것을 올려 맛을 재창조하는 즐거움도 있는 피자. 시중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나만의 토핑, 나만의 홈메이드 피자로 미식의 기쁨을 증폭시켜 보세요. 미국에서 새로이 창작된 버전이 또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것처럼, 나만의 피자가 하나의 장르가 될지도 모를 일. 일본에 가면 슈퍼마켓이나 빵집에 반드시 있는 것이 오소자이빵(お惣菜パン=반찬을 올리거나 속 재료로 넣은 빵). 와쇼쿠(和食=일본요리)의 각종 반찬 등 요리를 반죽에 올려 구운 빵을 말하는데요. 19세기 말 등장한 이 빵의 오랜 인기는 퇴근 무렵 베이커리나 슈퍼에 들러보면 알 수 있죠. 날개 돋은 듯 팔려나가거든요. 맛난 반찬이 듬뿍 들었거나 올려진 빵이라 이것 하나로도 충분히 끼니가 되기 때문일 텐데요. 나만의 토핑,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올린 홈메이드 피자도 또 다른 형태의 오소자이빵라 할 수 있겠죠.

by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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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자란 디저트 애호가 / 이야기야말로 맛을 배가시킬 가장 빛나는 재료라 믿는 사람 / 네 가지 직업을 거쳐 현재 이야기꾼이자 디저트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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