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AI가 기본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드렸는데요. 저는 업무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AI 이미지 생성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 몇 가지 팁을 적어봅니다. 물론 기술 발전이 너무 빨라서 이 팁조차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시점이지만요. 중요한 지점은 우리가 예전에 사진 보정 앱을 사용하는 것처럼 접근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사진 보정/편집은 포토샵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고, AI로 생성할 땐 내가 포토그래퍼라는 관점으로 ‘디렉팅’해야 합니다.
1.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지난 글에서 제가 가상 모델을 생성했습니다. 사람을 만들 때 참조 이미지를 넣으면 너무 그 사람과 비슷하게 나와서 글로만 설명해서 만들었는데요. 이렇게 예시 없이 AI에게 일을 시킬 때는 정말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원하는 결과물에 가까워집니다. 이를테면 모델을 만들 때 나이대, 인종, 헤어스타일뿐만 아니라 생김새, 메이크업 스타일, 주변 환경, 어느 정도 피부를 묘사할지 등 쓰면 쓸수록 좋아집니다.

이 예시에서도, 어떤 인물로 어떤 사물을 넣을지는 참조 이미지로 넣었지만 어떤 분위기의 어떤 장면인지 구체적으로 쓰면 원하는 결과물이 쉽게 나옵니다. 보통 여러 번 이미지를 뽑는 편인데 이때는 한 번에 나왔네요.


2. 하고 싶은 걸 모아두기
이미지, 영상, 글 등 창작의 영역에 있다면 레퍼런스를 모아두면 편해집니다. 최근에 미드저니(Midjourney, AI 이미지/영상 제작 플랫폼)에 사용자들이 모아놓은 무드보드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나왔는데요. 기본적으로 내가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게 구체화되면 비슷한 느낌을 가진 이미지를 모아두거든요. AI로 이미지를 생성할 때 대부분 ‘스타일 레퍼런스’ 라는 기능으로 어떤 스타일로 할지 이미지를 참조할 수 있기 때문에 레퍼런스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시로 필름 카메라로 찍은 듯한 옛날 사진, 홍콩 여행 사진을 많이 모아둔 적이 있는데 미드저니에서 제작할 때 도움이 됐습니다. 필터 씌운 듯한 느낌과 제가 넣은 인물 묘사까지 잘 반영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3. 자유롭게 시도하기
예시로는 하이앵글로 셀카 찍는 모습, 카페에서 친구가 찍어준 듯한 모습을 연출해 봤지만 “여기까지 되나?” 싶은 미친 것까지 일단 해보는 것이 AI의 한계를 알 수 있어 좋더라고요. 예시는 잘 된 이미지만 가져왔지만 실제로 더 과감한 하이앵글, 로우앵글 각도로 가면 일관성이 깨지고 신체가 변형되기까지 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4. 될 때까지 해보기…
80년대 스타일 무드보드도 모아둔 것이 있어서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빈티지한 느낌으로 메이크업과 옷을 입힌 후 사진도 좀 물빠진 느낌으로 연출해달라고 요청했어요. 메이크업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그런가 동일인이 맞나 싶긴 한데 옛날 느낌이 분명 나긴 납니다.

사실 저 정도면 굉장히 닮은 편이고, 제가 찾고 있는 느낌이 나올 때까지 대여섯 번의 시도가 있었습니다. 프롬프트를 바꾸거나 레퍼런스를 바꾸거나, 구체적인 스타일 값들을 바꿔가면서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돌려보는 거죠.

결과적으로 꽤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오게 됐습니다.

5. AI로 100%를 만들 순 없다
“AI로 영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한 가지 툴로 한 번에 완전한 결과물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GPT나 제미나이는 아직 ‘이미지’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지 중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해서 합성해야 하는 일에 적합합니다. 입력하는 데이터와 산출물 모두 인간의 손을 거쳐야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결과물로 완성되는 상태죠.
AI로 계속 70점짜리 결과물이 나온다면 내가 프롬프트를 잘못 썼거나 잘못된 툴을 썼다기보다는, AI는 원래 그런 친구다 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물론 우연히 100점짜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요!
포토샵의 종말?
마지막으로 나노바나나의 주특기를 한 번 가져와 봤습니다. 개체의 일관성 유지가 장점인 만큼, 이 와인병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유지하면서 이미지를 생성하는지 보여드릴게요.

돗자리 위에 석류와 와인잔을 만들었습니다. 마개의 형태, 라벨 디자인, 와인의 컬러, 빛이 맺힌 그림자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구현됐습니다.

아까 예시로 보여드린 빈티지 사진들에도 입혀보겠습니다. 사진의 밝기, 환경에 따라 적절한 톤으로 잘 녹아듭니다. 이쯤 되면 포토샵이 정말 필요 없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저도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먼 과거에 포토샵 합성 작업이나 이미지 누끼 따는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해봤습니다. 최소한 합성 작업은 이미 포토샵이 대체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인물의 다른 각도를 보여준다거나, 앞모습 병 사진만 있는데 윗면을 보여줘야 한다거나 하는 경우까지 이제 AI가 더 잘 해낼 수 있어요.

숫자로 보자면 포토샵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 어도비는 2015년부터 2021년 말까지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의 시대를 맞아 모두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기였기에 주가가 10배까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주가가 반토막인데요. 포토샵 안에도 Firefly라는 자체 모델이 내장되어 있지만 구글, OpenAI와 같이 초거대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AI모델에는 속수무책인 상태입니다.
AI의 발달로 인해 개별로 존재했던 툴들이 ‘AI툴’ 하나로 통합되는 느낌인데요. 다시 한번 우리가 무엇을 ‘디렉팅’할 것인지 상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