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인기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피크민 블룸’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를 역주행하고 있다고 해요. 지난 10월엔 차트 1위까지 갔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저도 푹 빠져서 즐겼는데요. 갑자기 역주행한다니 즐거운 마음으로 피크민 블룸을 소개해 봅니다.
[피크민이 대체 뭐길래?]
피크민은 무려 2001년에 출시된 닌텐도 게임으로 지금도 새로운 시리즈가 출시되고 있어요. 닌텐도의 상징과도 같은 게임인 마리오, 젤다를 만들어낸 미야모토 시게루가 참여한 작품이죠. 우주의 어떤 행성에 조사대가 불시착하게 되는데요. 식물처럼 머리에 꽃이 피는 외계 생명체 ‘피크민’과 함께 행성을 탐험하며 원주 동물들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에요.
피크민의 색에 따라 포켓몬처럼 상성이 있어서 빨간색은 불, 파란색은 물, 노란색은 전기 능력이 있습니다. 게임의 매력은 피크민들을 모아서 함께 탐험하고 전투하는 것이죠.
국내에는 닌텐도 게임하면 동물의 숲이나 마리오가 가장 유명할텐데요. 일본에서는 누구나 아는 국민 게임의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엔 서울 닌텐도 팝업 스토어에서 피크민 굿즈들이 소개되기도 했어요.
[피크민 블룸은 누가 만들었을까?]
포켓몬고 게임 개발사인 ‘나이안틱’에서 만들었어요. 모두 알다시피 포켓몬고는 2016년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었고, 무려 6억 5천만 회 이상 다운로드 됐다고 해요. 포켓몬고는 “내 현실 세상에 포켓몬이 나온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해 위치 기반 게임으로는 가장 큰 명성을 얻었습니다.
나이안틱은 구글 어스, 구글 지도 개발을 총괄하던 존 행키가 구글의 사내벤처에서 출발한 회사인데요. 증강현실, 3D맵핑, 위치 기반 서비스, 메타버스 등의 영역에서 엄청난 개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를 장려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피크민 블룸의 매력은?]
피크민 블룸은 거칠게 설명하자면 ‘만보기 게임’이에요. 캐릭터 자체는 닌텐도 피크민의 IP를 사용하지만, 플레이 방식은 포켓몬고와 유사한 점이 더 많습니다. 걷기 기능을 켜고 걸으면 실시간으로 내 주변 지도에 꽃이 피어지고, ‘피크민’이라는 생물을 기르고 수집할 수 있어요. 기능이 일단 단순해요. 많이 걸으면 걸음 수에 따라 더 많은 꽃을 피울 수 있고, 피크민도 많이 모을 수 있죠. 주간 미션, 월간 미션도 있고 친구와 함께 걸을 수도 있어요. 친구와 함께 걸을 땐 실제 친구의 아바타가 화면에 함께 뜨고요.
실제 위치 기반 서비스다 보니 구글 지도에 등록되는 정도의 장소라면 모두 피크민 블룸 앱에 뜹니다. 그 지역에 가면 그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엽서가 있고, 친구에게 보낼 수도 있어요. 더 재밌는 점은 실제 거리가 반영된다는 점이에요. 집 근처 100m 거리로 피크민을 보낼 땐 1~2분 이내에 돌아오는데 해외로 나가면 돌아오는 데 100일 이상 걸리기도 하더라고요. 이 엽서를 모으기 위해 저는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피크민 블룸을 켰고, 특별한 엽서를 얻고 싶어서 외국인 친구들을 추가하기도 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매력은 피크민을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현재까지 열려있는 종류만 해도 500종이 넘는데요. 레스토랑, 카페, 디저트 가게, 영화관, 편의점, 미술관, 공원, 버스정류장, 공항과 같은 카테고리의 장소에 방문하면 얻을 수 있는 피크민이 있고, 할로윈, 새해, 겨울, 비 오는 날 등 특별한 시기에 얻을 수 있는 피크민이 있습니다. 모아도 모아도 계속해서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기죠. 하나하나 피크민들의 디자인과 착용한 아이템들이 귀엽기도 하고요.
그리고 내가 모은 피크민과 AR 카메라로 사진을 남길 수 있어요. 피크민들이 카메라 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입니다.
이렇게까지 인기 있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면 나의 노력에 정확히 비례한 보상이 있다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적게 걸으면 꽃이 덜 심어지고, 열심히 걸으면 꽃이 많이 심어집니다. 다양한 곳을 걸으면 다양한 피크민과 엽서가 모이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걷기’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힐링 요소도 있어요. 걸으면 심지어 꽃이 심어진다니 각박한 현실 속에 작은 즐거움이 됩니다. 날씨가 쌀쌀해졌는데 밖에 나가 걷는 게 힘들어졌다면 피크민 블룸과 함께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평범한 산책이 특별한 활동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