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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K-콘텐츠 돌아보기

2025년 K-콘텐츠 돌아보기

2025년 K-콘텐츠 돌아보기

몇 년 전만 해도 K-콘텐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정해져 있었다. BTS 혹은 오징어게임 정도. K ‘콘텐츠’ 보다는 K-POP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2025년을 돌아보니 나도 엄청 흥미롭게 즐긴 K-콘텐츠들이 세계적으로도 흥행하는 것을 보면서 “이게 이렇게까지 흥행할 일인가?” 신기한 순간들이 많았다. 미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OST가 그래미 후보에 오르고, 한국의 술게임이 팝송이 되고, 웹툰, 웹소설에 예능까지 인기를 얻고… 한국 콘텐츠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실감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특히 기억에 남았던 콘텐츠들을 소개해 본다.

1.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로 올해 6월 스트리밍 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최다 조회수인 3억 2,500만 뷰를 기록하며 말 그대로 문화적 현상으로 불렸다. 솔직히 이름만 보고 저걸 누가봐 했지만 정말 모두가 보게 됐는데, KPOP 걸그룹이 마귀로부터 ‘음악’으로 혼문을 지킨다는 내용이다. 굳이 따지면 사신과 마귀가 나오니 한국의 엑소시즘 혹은 오컬트 요소를 넣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넷플릭스

할리우드 히어로물에서 다뤄지는 전형적인 ‘강한’ 여성 히어로가 아니라, 친근하고 인간적인 여성 히어로들이 함께 우정을 나누는 것이 서양에서는 새롭게 느껴졌다고 한다. 일월오봉도를 배경으로 한 무대, 남산타워, 한국 음식, 기와 지붕,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이나 노리개와 같은 장신구가 포함된 시각적 연출들이 흥미로웠다. 특히 사자보이즈 덕분에 세계적으로 ‘갓’, ‘사자’의 개념이 널리 퍼진 것이 아직도 신기하다.

출처: 넷플릭스

특히 타이틀 곡 은 유튜브에서 모든 국가 버전으로 커버곡과 챌린지가 나올 정도로 오랜 기간 흥행을 이어 갔고, 케데헌의 OST 4곡이 빌보드 차트 TOP100에 올라 최초의 영화 OST 기록을 세우고, 그래미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고 하니 모든 면에서 이례적인 성과다.

2.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박보검 주연의 드라마로 올해 3월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내 가족과 친구는 물론 많은 지인들이 눈물에 잠겼다. 1960년대~80년대 제주 해녀 가족의 3대를 그린 드라마로 한국적 정서와 세대 간의 공감대를 자아낸 것으로 호평받았다. 너무 감동적인 드라마였지만 정말 한국 로컬의 역사와 정서를 담았기 때문에 솔직히 해외에서 잘 될 줄은 몰랐다.

출처: 넷플릭스

하지만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비영어권 시리즈 4위에 오르고, 24개국 넷플릭스 TOP10에 진입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Forbes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사랑과 인내의 이야기”라 평했는데 몇몇 해외 반응을 살펴보니 한국에서 가족과 사랑을 중요하고 섬세하게 다루는 것이 차별점인 것 같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해외에서 높게 평가되는 것을 보면서 역시 가장 개인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3. 나 혼자만 레벨업

전 세계 14억 뷰를 기록한 한국 웹소설, 웹툰 원작이며,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2024년 1월 첫 시즌을 선보인 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올해 1월 시즌2를 공개했다. 평범한 주인공이 게임 속에서 레벨업하는 것처럼 성장해 세계 최강의 헌터로 거듭나는 액션 판타지로, 수려한 작화와 참신한 스토리로 호평받았다. 아무래도 ‘아주 약한 주인공’이 시원시원하게 빠른 전개로 최강자가 되는 이야기가 모두에게 통쾌함을 주지 않았을지.

나혼렙은 2025년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애니메이션상 포함 9관왕을 차지했는데, 한국 IP 기반 애니메이션이 처음으로 최고상을 거머쥐는 역사를 썼다고 한다. 이미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끈 웹툰이었고, 나도 열심히 봤지만 이제는 ‘한국 웹툰’ 자체가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 통하면서 해외 팬층이 커지는 현상이 참 놀라웠다.

4. 블랙핑크 로제, 제니

출처: APT. 뮤직비디오

블랙핑크 로제의 APT.는 작년 10월에 나왔지만, 2025 MTV VMA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로 선정되었고, KPOP 역사상 최초로 2025 그래미상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역사를 썼다. ‘아파트’ 술게임에서 구호를 리듬 샘플로 활용한 중독성 강한 후렴이 포인트.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피처링과 프로듀싱에 참여해 세련된 팝/락 사운드와 KPOP 특유의 멜로디가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 12주 연속 1위를 기록해 2024년 최장기간 글로벌 차트 정상에 오른 노래로도 뽑혔다고. 거창한 한국적 요소가 아니라 캐주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로 알려진 것이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출처: Zen 뮤직비디오

제니는 올해 3월 첫 정규 솔로 앨범 Ruby를 발매했다. 블랙핑크의 모든 멤버가 솔로 아티스트로 입지를 공고히 한 셈. 선공개 곡 Zen은 불교의 ‘선’ 사상을 모티프로 한 실험적인 곡으로, 제니의 이름 ‘Jen’nie와 연결해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뮤직비디오 내 의상은 신라 시대의 ‘금 새날개모양 관꾸미개’를 모티프로 제작됐다고 하는데, 한국 전통 유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화제를 모았다. 제니 또한 롤링스톤, 빌보드, NME 등이 선정한 2025 올해의 앨범에 오르는 등 작품성과 인기를 모두 잡았다. Zen의 뮤직비디오를 스님이 해석해 주는 영상도 봤는데, 내용과 표현 모두 예술적으로 불교를 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제니는 한글날에 Zen Serif라는 한글 서체를 배포했는데, 인스타그램과 협업으로 릴스 편집 앱에 한글 폰트를 최초로 등록해 전 세계의 사용자들이 쓸 수 있게 했다.

출처: 넷플릭스

한편,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려보면, 작년을 뜨겁게 달궜던 <흑백요리사>에 이어 요즘은 <피지컬100: 아시아>가 흥행하고 있다. 몽골, 튀르키예, 일본 등 여러 국가가 참여하여 경쟁하는 와중에 미션들에 깨알같이 한국적 요소를 넣은 것이 알차다고 느꼈다.

작년 가을,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첫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국인, 한국 문화가 문학으로 뻗어나간 것이 인상 깊었다. 예능,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어디까지 한국의 콘텐츠가 사랑받을 수 있을지, 내년엔 어떤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지 기대된다.

김지윤
김지윤
취향이 담긴 물건과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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