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게임이나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VR 등 다양한 게임을 하고 있지만, 저는 접근성 때문인지 모바일 게임을 가장 좋아합니다. 요즘 핀란드의 게임 개발사 슈퍼셀의 ‘스쿼드 버스터즈’에 푹 빠져있어요. 슈퍼셀은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브롤스타즈 등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장수 게임들을 여럿 만들어낸 기업입니다.
특히 브롤스타즈는 2018년에 출시되어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슈퍼셀은 이 게임 하나만으로 2조 6,800억 원의 매출을 냈다고 해요. 올해는 브롤스타즈가 한국에서 역주행해 게임 다운로드 순위, 매출 순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습니다. 미국 다음으로 매출이 많이 나는 국가라고 합니다.
[5년 만의 신작, 스쿼드 버스터즈]
스쿼드 버스터즈는 올해 5월에 출시됐는데요. 5년 만의 신작입니다. 브롤스타즈의 인기에 비하면 성장세가 약하지만, 출시일에는 122개국에서 1,000만 번 이상 다운로드 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진행 방식은 매우 단순합니다. 시작하면 나의 스쿼드(Squad, 분대)를 모아서 다른 팀을 파괴할 정도로 강한 팀(Busters)을 만들면 됩니다. 제한 시간은 4분으로, 한 판에 10명의 플레이어가 모여 싸우고, 더 많은 보석을 차지하면 이깁니다.
내가 컨트롤해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냅두면 스쿼드원들이 알아서 전투하는 방식이라 복잡한 컨트롤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도 아주 쉽게 적응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슈퍼셀 게임들은 대체로 매우 직관적인데요, 지루하게 이어지는 튜토리얼이나 온보딩 과정 없이 바로 게임을 시작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조합, 맵, 진화도, 플레이 전략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죠.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그동안 슈퍼셀에서 인기 있던 캐릭터들의 연장선에 있는데요. 클래시 오브 클랜의 ‘바바리안’, 브롤스타즈의 ‘콜트’와 ‘고블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게임이지만 캐릭터의 연속성을 가져갑니다.
슈퍼셀은 시네마틱 광고를 잘 만들기로도 유명한데요, 스쿼드 버스터즈 출시 광고는 조회수 2,900만을 찍으며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크리스 햄스워스가 ‘바바리안’, 켄 정은 ‘닭’ 캐릭터를 맡아 위트있는 연기를 보여주었죠. 일상에 찌든 직장인에게 스쿼드 버스터즈 캐릭터들이 현실에 등장해 활력을 주는 내용을 담았는데요. 의도적으로 연출된 어설픈 디자인, 공감을 이끄는 단순한 스토리 덕분에 ‘이 광고가 영화화되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끌어냈습니다.
[스포츠팀을 지향하는 기업 문화]
슈퍼셀은 연속적으로 성공을 만들어낸 유례없는 게임 회사이기도 합니다. 물론 정말 출시했던 모든 게임이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타율이 좋은 편이죠.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슈퍼셀의 기업 문화를 꼽는데요. 슈퍼셀은 아주 뛰어난 선수들(Super)을 최소한의 팀 크기(Cell)로 일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기업 문화 자체가 회사 이름에 반영된 거죠.
회사 구성원은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으로만 이뤄졌고, 슈퍼셀의 간판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은 20여 명의 개발진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해요. 설립 후 10년이 지났을 때도 한 화면에 직원들이 담길 정도의(?) 인원을 유지했다고 하네요.
팀원들은 스스로 ‘실패’를 주도적으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재밌는’ 게임에 얼마나 진심인지, 개발하다가 충분히 재밌다는 판단이 들지 않으면 과감히 접습니다. 완성도 높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던 스매시 랜드, 러쉬 워즈 등의 게임을 접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그 외에도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 최고의 팀원들만을 채용하는 높은 기준, 개인을 통제하지 않고 신뢰하는 문화 등 진심으로 기업 문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러한 점이 슈퍼셀을 더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10년 가는 게임, 100년 가는 회사]
슈퍼셀의 CEO 일카 파나넨은 10년 전 한 인터뷰에서 “재미보다 수익을 중시하는 회사는 궁극적으로 실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저 뛰어난 것,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면 된다고 했죠. 사업 극초반이었던 2013년, 슈퍼셀은 가장 빨리 성장하는 게임 회사였습니다. 한 해도 아니고, 한 분기에만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이 나왔으니까요. (출처: 포브스)
매출, 사용자 수 등 숫자를 보면 정말 괴물 같은 기업이지만 그들의 비전을 보면 참 낭만적입니다. 일카는 창업했을 때 닌텐도와 픽사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해요. 픽사는 전 세계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닌텐도는 무려 100년 넘게 역사를 이어오고 있죠.
그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즐기고, 평생 기억에 남을 게임을 만드는 것’이 슈퍼셀의 목표라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