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식사가 허무하게 끝나지 않도록 하려면? 다크 스피릿부터 리큐어, 칵테일, 주정 강화 와인에 이르기까지 디제스티프는 식사의 완벽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좋은 사람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은 디제스티프를 즐기기에 딱 좋다. 식사 후 어떤 사람은 와인을 한 잔 더 따르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또는 무엇을 마셔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사실 디제스티프는 식사 전에 즐기는 음료인 아페리티프에 완전히 가려져 있다.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인 키친 테이블(Kitchen Table)의 소믈리에이자 공동 설립자인 산디아 창(Sandia Chang)은 “아페리티프는 항상 첫 번째로 즐기는 음료이고, 사람들은 저녁의 끝을 축하하기보다는 저녁의 시작을 더 기대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마치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보다 휴가를 떠날 때 타는 비행기에서의 시간이 조금 더 즐겁고 신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오해이다. 디제스티프는 아페리티프만큼이나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고 실용적인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디제스티프는 식사 시간을 완성하는 요소라고 믿는다. 또한 이름 자체의 의미에서도 그렇듯, 디제스티프는 식후 소화를 돕기도 한다. 대부분의 전통적인 디제스티프는 실제 의학적 목적이 있는 영약과 토닉 등이다.”
[마무리로 중요한 요소]
간단히 말해서 디제스티프는 위장을 안정시키고 소화를 돕기 위해 식사 후에 마시는 알코올 음료이다. 식사 전이나 식사 중에 마시는 음료보다는 알코올 함량이 높은 경향이 있다. 전통적으로 위스키와 코냑과 같은 증류주가 이 범주에 속하며, 주정 강화 와인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유럽 전역의 음주 문화를 살펴보면 훨씬 더 많은 종류를 만나볼 수 있다.
이탈리아 리큐어 회사인 룩사르도(Luxardo)의 수출 담당자 마테오 룩사르도(Matteo Luxardo)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디제스티프로 식사를 마무리 하는 것은 거의 의식에 가깝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증류주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어느 지역 출신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북부에서는 그라파, 아마로 또는 페르네를 많이 볼 수 있는 반면, 중부에서는 아니스 향이 나는 주류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남부에서는 리몬첼로가 대세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풍미의 다양성은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허브 리큐어를, 프랑스에서는 아니스를 선호하고, 스페인에는 그라파(와인 생산 후 남은 찌꺼기를 증류한 술)와 비슷한 오루조(orujo)가 있다.”
이처럼 선택의 폭은 매우 넓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달콤하고 덜 독한 것을 선호한다면 과일주나 식후 칵테일로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점심이나 저녁을 가볍게 먹었다면 오드비(eau-de-vie: ‘생명의 물’이라는 뜻의 무색 과일 브랜디)가 좋겠다. 버터와 소스가 많이 들어간 무거운 식사를 한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코냑이나 아르마냑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위스키는 어떤 상황에도 잘 어울리는 디제스티프이다.”
[디제스티프 고르는 팁]
디제스티프로 잘 어울리는 위스키가 따로 있을까? 소매업체 더 위스키 익스체인지(The Whisky Exchange)의 콘텐츠 및 교육 매니저인 빌리 애봇(Billy Abbott)이 몇 가지 팁을 전했다. “일반적으로 저녁 식사 후에는 더 풍부하고 진한 위스키, 즉 위스키다우면서도 아마로(amaro)를 연상시키는 위스키를 추천한다. 스카치와 월드 위스키의 경우,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된 위스키와 리치하고 스모키한 위스키, 또는 이 두 가지를 조합한 위스키를 선호한다. 아메리칸 위스키는 오래 숙성되고 나무 향이 집중적으로 나기 때문에 밸런스가 잡힌 위스키를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다크한 오크 향이 디제스티프로서 잘 어울릴 수 있다.”
버팔로 트레이스(Buffalo Trace)의 생산업체 사제락(Sazerac)의 영국 법인인 하이 스피릿(Hi-Spirits)의 매니저 리암 스파크스(Liam Sparks)는 “버번은 다양한 풍미가 있어 저녁 식사 후에 마시기 좋다. 특히 알코올 도수가 높고 숙성 기간이 긴 버번은 매우 복합적인 아로마를 제공하고 입안에서 풍부한 질감과 높은 점도를 느끼게 해준다. 버번은 옥수수 함량이 높기 때문에 종종 더 달게 느껴지는데, 바닐라, 버터스카치, 캐러멜 등의 풍미가 디저트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디저트를 대체할 수도 있다. 버번 자체로만 즐기는 것 외에도 올드 패션이나 맨해튼과 같은 클래식 버번 칵테일도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칵테일과 와인]
네그로니, 에스프레소 마티니, 아마레토 사워 등 디제스티프로 잘 어울리는 다른 클래식한 칵테일도 많이 있다. 많은 바에서 그들만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만큼 창의적인 영감을 얻기 위해 여러 바 메뉴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사보이 (The Savoy) 호텔의 수석 바텐더인 첼시 베일리(Chelsie Bailey)는 “우리 호텔에는 저녁 식사 후 그들의 바 공간인 아메리칸 바(American Bar)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식후에 마시는 술 한 잔은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저녁을 마무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코냑, 위스키, 럼 등 다크 스피릿이 들어간 칵테일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최신 메뉴에 아메리칸 바 저널(American Bar Journal) 등 저녁 식사 후 즐기기에 딱 좋은 칵테일이 몇 가지 있다. 라스트 콜(The Last Call)은 글렌피딕 21년산 몰트 위스키, 호두 와인, 밤 리큐어, 올로로소 셰리, 페드로 시미네즈 셰리를 섞어 만든 달콤하고 견과류 향이 나는 칵테일이다.”
셰리, 마데이라, 포트와 같은 주정 강화 와인은 높은 알코올 함량, 감미로운 질감, 복합적인 풍미로 인해 훌륭한 디제스티프가 된다. 테일러스 포트(Taylor’s Port)의 생산업체 플래드게이트 파트너십(The Fladgate Partnership)의 CEO인 아드리안 브릿지(Adrian Bridge)는 “포트는 좋은 대화를 위한 윤활유와 같다.”고 말한다. 클래식한 옵션으로 빈티지 포트도 좋지만, 병이 아닌 배럴에서 숙성되어 견과류와 캐러멜 풍미가 더 많이 나는 루비나 토니와 같은 스타일도 훌륭하다.
포트넘 앤 매이슨(Fortnum & Mason)의 와인 및 주류 바이어인 제이미 워(Jamie Waugh)는 “개인적으로 차갑게 즐길 수 있는 토니 포트를 가장 좋아한다. 토니 포트는 빈티지 포트보다 조금 더 가볍고 신선하며 견과류 향이 많이 나기 때문에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더 좋다. 아이스크림이나 애플 크럼블과 같은 디저트와 아주 잘 어울리고, 가성비도 훌륭하다.”고 말한다. 토니 포트는 또한 콤테, 체다, 페코리노와 같은 단단한 치즈와도 잘 어울린다.
[입맛을 되살리는 와인]
워(Waugh)는 또한 식사와 함께하는 드라이 와인과 대비되는 진한 풍미의 마데이라를 추천한다. “저녁 식사에 와인을 곁들였다면, 입맛을 상쾌하게 해줄 조금 다른 와인을 찾게 될 것이다. 마데이라는 단맛을 많이 포함하지만 산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그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입맛을 돋우고 오래도록 즐길 수 있다.”
샴페인도 같은 이유로 디제스티프로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런던의 레스토랑 밥 밥 리카드(Bob Bob Ricard)의 와인 책임자인 지아코모 레키아(Giacomo Recchia)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식사 마지막에 마시는 샴페인의 높은 산도와 생동감 넘치는 기포가 소화를 돕는다. 드미-섹(demi-sec)은 가벼운 과일류 디저트와 아주 잘 어울리고, 개인적으로는 달콤한 두스(doux) 샴페인도 좋아한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빈티지 샴페인이다. 이 스타일에서는 버터리한 브리오슈, 구운 사과, 구운 헤이즐넛, 빵 크러스트, 화이트 트러플, 버섯, 꿀 등의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어떤 음식과도 우아하게 조화를 이룬다. 식사의 마지막에 샴페인 한 잔을 즐기는 것은 완벽한 피날레라고 생각한다.”
작성자 Julie Sheppard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