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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사케와 음식 페어링 가이드

음식과 와인 페어링은 제법 익숙한 개념이지만, 사케와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는 요리를 찾는 것은 새로운 경험일 수 있다.

사진 크레딧: JFOODO

쌀을 기본으로 하는 사케는 부드럽고 섬세하며 감칠맛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기에 음식과 페어링하기 매우 좋다. 사케 초보자들이 사케의 다양한 매력을 느껴보는 데 도움을 줄 팁을 소개한다.

[음식에 어울리는 사케 고르기: 장점]
와인에 비해 사케는 자연적으로 산도가 낮고 타닌이 부족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약간 높은 경향이 있다.

사케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쌀은 음료에 부드러움과 감칠맛을 제공하고, 보통 약간의 단맛을 더해 다양한 풍미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또한 사케는 버섯, 토마토, 치즈, 간장, 된장, 절인 고기 등 감칠맛이 풍부한 음식의 깊이와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웨스트 런던 와인 스쿨의 사케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일본 해외 식품 홍보 센터(JFOODO)와 함께 올해 ‘사케 해산물 감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사라 스튜어트(Sarah Stewart)는 “사케에는 와인에서 찾을 수 있는 감칠맛의 최대 5배가 함유되어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사케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에 더해 자연적으로 다섯 번째 맛인 감칠맛이 높은 유일한 알코올 음료이다.”라고 전한다. “입안을 감싸는 감칠맛이 ‘우마미(umami)’가 풍부한 음식과 시너지 효과를 내어 훌륭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사진 크레딧: LAW Ho Ming / 게티 이미지

[일반적인 사케 스타일과 대표적인 풍미]
준마이(純米) – 말 그대로 ‘순수한 쌀’이라는 뜻이다.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고 만든 이 사케는 더 풍부한 입에서의 질감과 고소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이 용어는 프리미엄 카테고리인 다이긴조와 긴조에 붙일 수 있다.

다이긴조(大吟醸) – 도정율(쌀을 깎고 남은 비율)이 50%인 프리미엄 사케이다. (일반적으로 도정율이 낮을수록 풍미가 더 순수해지는 경향이 있다.) 주로 우아한 과일과 꽃 향이 난다. ‘준마이’가 표시되지 않은 경우 추가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다는 뜻이다.

긴조(吟醸) – 도정율 60%의 프리미엄 사케로, 향이 강렬하고 약간의 고소한 복합미가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라벨에 준마이가 표기되지 않은 경우, 추가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다.

혼죠조(本醸造) – 도정율 70%의 쌀과 소량의 알코올을 사용해 만든 사케로, 마시기 편하고 ‘밥맛’의 뉘앙스가 나며 향이 덜 강한 스타일이다.

후츠슈(普通酒) – ‘기본 술’이라는 뜻으로, 다양한 맛과 스타일의 사케가 이 카테고리에 존재한다.

  • 다른 스타일
    나마자케(生酒) – 저온 살균하지 않은 사케(냉장 보관 필요)로, 신선하고 상큼한 맛을 자랑한다.

니고리(濁り) – 여과하지 않은 사케로, 크리미하고 쌀 향이 나는 탁한 사케이다.

스파클링 사케 – 일반적으로 화사하고 가벼운 기포가 있는 사케로, 때때로 단맛이 가미되기도 한다.

코슈(古酒) – 숙성된 사케로, 셰리와 비슷한 견과류 등의 산화 풍미가 특징적인 경우가 많다.

키모토(生酛) & 야마하이(山廃) – 전통적인 방식으로 천천히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뛰어난 복합성, 풍성함, 흙내음, 일부는 펑키한 캐릭터까지 나타낸다.

아카시-타이의 준마이 다이긴조 / 사진 크레딧: Akashi-Tai

[‘단골 메뉴’와 어울리는 사케]
사케에 대해 공부해 본 적 있다고 하더라도 레스토랑의 사케 리스트는 일본어가 가능한 이들도 해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사케를 부담 없이 경험해 보고 싶은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초보자도 비교적 실패 없는 선택이 있을까?

그렇다. 사케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결과, 일반적으로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감칠맛이 풍부하고 알코올 도수가 낮은 스타일이 다양한 음식과 어울리는 안전한 선택지이다.

<준마이>
쌀, 물, 누룩(쌀의 전분을 당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곰팡이), 효모로만 만들어지는 준마이 사케는 “음식과의 페어링 잠재력이 가장 높다”고 덴마크-일본 레스토랑 그룹인 스틱앤스시(Sticks’n’Sushi)의 바 책임자인 비키 베키오네(Vicky Vecchione)는 말한다.

“바디감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강해 어떤 온도에서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 또한 아시아 음식부터 이탈리아 음식, 멕시코 음식, 스페인 음식까지 다양하게 잘 어울린다. 준마이 사케는 사케 고유의 감칠맛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러한 음식 친화력은 준마이 긴조와 같은 프리미엄급 사케에도 적용된다. 스튜어트는 “화려한 꽃 향과 곡물 뉘앙스가 어우러져 음식과의 페어링에 용이하다.”고 설명한다.

<혼죠조>
약간의 알코올을 첨가해 상쾌한 향을 더한 혼죠조는 기름기가 많은 고기 요리에 신선함을 더하고, 카레와 같은 강한 맛의 요리의 강렬함을 살릴 수 있는데, 이때 차갑게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아카시-타이(Akashi Tai)의 브랜드 홍보대사인 미호 코마츠(Miho Komatsu)는 “혼죠조는 바비큐, 고기 스튜, 생선구이, 해산물 등 모든 음식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그녀는 아카시 혼죠조를 차갑게 하면 체다 치즈나 콤테 치즈 등과도 잘 어울린다고 덧붙인다.

<스파클링 사케>
스파클링 와인과 마찬가지로 병에서 2차 발효 또는 탄산 주입 방식으로 만들어진 스파클링 사케는 음식과 함께 즐기거나 식전주로 즐기기에 좋다.

<셰어링 플래터와 풍미가 풍부한 요리>
베키오네는 이자카야 스타일로 나누어 먹는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히야 사케(冷や酒, 차가운 사케)와 겐슈 사케(原酒, 희석하지 않은 사케)를 온더락으로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한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풍미가 강한 겐슈 사케는 강한 풍미의 요리에도 압도되지 않고 잘 어울린다.

코마츠는 고추, 생강, 참깨로 맛을 낸 참치 타르타르, 오징어 샐러드, 도미나 흰살 생선 구이, 트러플을 곁들인 돼지고기 등과 멜론, 찐 밥 뉘앙스의 복합미가 있는 준마이 다이긴조 겐슈가 잘 어울린다고 전한다.

또한 베키오네는 우유 같은 질감의 니고리 사케가 인도 카레, 태국 그린 커리, 매운 한국 음식 등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전한다.

<서빙 온도>
아츠칸(熱燗, 더운 사케)부터 히야자케((冷や酒, 차가운 사케)까지 사케는 와인보다 훨씬 더 다양한 온도로 즐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케를 차게 마시면 섬세한 과일 및 꽃 향이 더 두드러지는데, 사케는 산도가 낮기 때문에 기름지고 무거운 요리와 함께 마실 때에는 차가운 온도가 도움이 된다.

반대로 사케를 데우면 감칠맛이 풍부해지고 더 깊고 복합적인 풍미가 드러나기 때문에 풍부한 풍미의 요리와 함께 즐기기에 이상적이다.

안나 리 이지마(Anna Lee Iijima)는 사케 테이스팅 가이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부분의 준마이, 그리고 일반 등급 사케(혼죠조 또는 더 산도가 높은 키모토와 야마하이)는 다양한 온도로 즐길 수 있다.”

베키오네는 “프리미엄 사케는 더욱 섬세한 맛과 은은한 향을 지니고 있으므로 차갑게 서빙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한다.

<사케와 와인: 사라 스튜어트(Sarah Stewart)의 스타일 매칭 가이드>
“일반적으로 라벨에 긴조/준마이 긴조 또는 다이긴조/준마이 다이긴조라고 쓰인 프리미엄 사케는 과일 및 꽃 향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깔끔하고 과실미 있는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혼죠조 또는 ‘준마이’라는 단어만 표시된 프리미엄 사케는 더 풍미가 강하고 곡물 및 젖산 발효의 풍미가 느껴지기 때문에 흙향 등이 나는 레드 와인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러한 사케는 약간 차가운 온도부터 실온, 또는 따뜻한 온도까지 다양한 온도에서 즐길 수 있으며 더 풍부하고 무거운 요리나 육류와 잘 어울린다.”

<사케와 어울리는 음식 추천>
스튜어트는 “와인 애호가들에게 사케와 음식 페어링을 시도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좋은 의미로 매우 놀랄 것이다.”라고 말한다.

“내가 주의하는 유일한 ‘규칙’은 강도를 맞추는 것이다. 섬세하고 미묘한 스타일의 사케는 가벼운 요리와 페어링하고, 무겁고 강렬한 스타일의 사케는 더 강한 요리와 페어링하여 서로를 압도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증푹식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시도는 음식점의 사케 테이스팅 메뉴를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는데,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식 요리는 거의 모든 사케와 잘 어울린다.

닭고기/돼지고기 교자: 익힌 양배추의 크리미한 느낌이 사케의 감칠맛과 잘 어우러진다.
치킨 가라아게, 오징어 또는 소프트쉘 크랩: 바삭하고 고소한 튀김옷이 차가운 사케와 특히 잘 어울린다.
나베모노(일본식 전골): 미역을 베이스로 한 다시 국물이 사케의 깊은 감칠맛과 잘 어울린다.
간장이나 된장으로 맛을 낸 생선이나 고기 조림
스시: 초밥은 매우 섬세하고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소믈리에와 상의하여 특정 초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케를 찾아 페어링하는 것을 추천한다.

베키오네에 의하면 사케는 절인 고기, 치즈, 토마토, 말린 생선 등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요리와도 좋은 콤비를 이룰 수 있다.

와인과 페어링하기 까다로운 요리를 사케와 페어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스튜어트는 “달걀(유황 성분 때문), 아티초크, 쓴 녹색 채소와 같은 몇몇 재료는 대부분의 와인과 페어링하기 어렵지만 사케와는 일반적으로 잘 어울린다. (주로 오마치(Omachi) 쌀로 만든) 그린 캐릭터가 살아 있는 사케는 아스파라거스나 쓴 채소 등과 매우 잘 어울린다.”라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사케는 일반적으로 음식과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최고의 궁합을 찾으려면 와인과 마찬가지로 생산자와 지역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토쿠(Toku) 사케의 영업 및 홍보 책임자인 스튜어트 허드슨(Stuart Hudson)은 사케는 생산 방식, 사용된 쌀의 품종, 지역 테루아(특히 수원지)에 따라 일반화하기 어려운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이 프리미엄 사케 브랜드는 겨울철 기온이 영하 20°C까지 떨어지는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아사히카와(Asahikawa)의 다이세쓰잔(Daisetsuzan) 산맥의 눈이 녹은 물을 사용하여 사케를 생산한다.

허드슨은 토쿠 준마이 다이긴조와 함께 마늘과 마요네즈 풍미의 아스파라거스, 또는 이탈리안 프로슈토와 멜론을 페어링하는 것을 추천한다.

작성자 Sylvia Wu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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