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企劃)은 까치발을 들고(企), 미래를 계획(劃)하는 걸 의미합니다. 내 앞에 마주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결책을 구상하는 걸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해 디자이너 하라 켄야는 좋은 기획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가 왜 이렇게 말했을까요? 이 세 가지로 어떻게 좋은 기획이 만들어지는지 더 알아나가 봅시다.
1. 표현의 체계화(전람회)
전람회는 물건이나 예술 작품을 여러 사람에게 보이는 모임을 말하는데요. 한마디로 아이디어를 감각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감각은 오감을 말하죠. 아이디어를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과 같은 오감을 통해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표현부터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책을 디자인하는데,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표지를 만들 수 있을까요? 만들 수 있겠지만, 내용과 찰떡처럼 붙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표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용이 탄탄하게 다듬어진 상태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인 아르만트 메비스는 콘텐츠 내용과 표현에서 관계를 춤에 비유합니다.
좋은 내용에 좋은 표현이 만들어집니다. 내용(콘텐츠)과 표현(디자인)은 완벽한 춤처럼 조화를 이루어야 하죠.
2. 내용의 체계화(책)
두 번째로 책입니다.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해 콘텐츠를 한두 번 만드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일관된 주제로 계속 콘텐츠를 만드는 건 어렵죠. 내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책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건, 내가 비전문가보다 아는 게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배움을 모아 체계화하면 책이 됩니다. 영어로 문장을 뜻하는 단어 sentence는 ‘생각의 방법’을 의미하는 라틴어 sententia에서 유래했습니다.
생각의 방법인 A를 모으면 단락 B가 됩니다. 단락이 모이면 C에 해당하는 절이 되고, 절이 모여 챕터, 즉 장이 만들어집니다. 이게 D입니다. 또 이렇게 장이 모이면 1부, 2부에 해당하는 E가 오고, 마지막으로 전체를 마무리하는 표제 F가 됩니다. 이와 관련해 바바라 민토는 말합니다.
A에서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정제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정제 과정을 여러 번 거쳐 제목이 만들어지죠.
3. 네이밍(기획)
마지막으로 네이밍입니다. 네이밍을 할 수 있다는 건 생각을 단순한 명사로 나타낼 수 있을 만큼 생각이 정리가 됐다는 뜻입니다. 네이밍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표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언어학자 도야마 시게히코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좋은 기획 예시, <보랏빛 소가 온다>
표현을 체계화할 수 있는가? 내용을 체계화할 수 있는가? 네이밍을 만들 수 있는가? 이 세 요소를 만족하는 좋은 기획으로 세스 고딘 <보랏빛 소가 온다>가 있습니다.
제목이 좋죠. 제목은 여기서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하나는 콘텐츠 안에 담긴 주제를 명시하거나, 상징하죠.
세스 고딘은 책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내용을 체계화했겠죠. 세스 고딘은 ‘차별적인 요소’를 만들라는 내용을 ‘보랏빛 소가 온다’라는 상징을 만들어 표현합니다. 이렇게 상징을 만들면 독자에게 인식을 만들기 쉬워지죠.
왜냐하면, 독자 머릿속에 강렬한 이미지가 만들어질 테니까요. ‘차별화를 하라’는 말은 머릿속에 그리기 어렵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이렇게 제목이 잘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표현을 만들기 훨씬 수월합니다. 여기에 마케팅 전략도 일치하면 좋겠죠.
실제로 <보랏빛 소가 온다>는 책 정식 출간 전 책 12권을 우유 팩처럼 묶어 60달러에 판매했습니다. 우유 팩은 좋은 컨셉에 어우러지는 재밌는 표현이죠. 한 권씩 살 수 없고, 사고 싶으면 열두 권 구입해야 해서, 위험해 보이는 아이디어였는데요. 하지만 그 걱정을 날리듯 며칠 만에 5,000권이 매진됐습니다. 심지어 출간 전 이벤트였는데 말이죠.
이 12권 팩을 구매한 독자는 열성적으로 입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책이 출간되기 두 달 전인 2003년 3월에 이미 아마존 베스트셀러 리스트 1,900위에 올랐죠.
여러분이 기획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면, 다시 한번 하라 켄야 말을 떠올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