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 보셨나요? 1편 이후 무려 9년 만에 속편이 나왔죠. 기쁨, 슬픔, 혐오, 분노, 두려움 5가지 감정에 불안, 당황, 질투, 권태 4가지 감정이 추가됐습니다. 어린아이였던 라일리는 벌써 사춘기 청소년이 됐고요. 방황하는 라일리의 이야기는 어린아이들보다 어른들을 더 감동하고 공감하게 만들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요.
6월 마지막 주 기준 글로벌 흥행 수익은 5억 8,188만 달러(8,903억 원)를 넘어가고 있고, 국내에서도 예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작년까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던 픽사에 정말 단비 같은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가 만족스러웠던 것도 있지만 인사이드 아웃 2의 마케팅도 인상 깊은 지점이 많았어요. 9년 전과 다르게 마케팅 방식도, 이를 소비하는 고객들도 빠르게 변해왔으니까요. 그래서 영화 내용이 아닌 인사이드 아웃 2를 더 빛나게 한 매력적인 마케팅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 더현대 팝업스토어
요즘 팝업스토어 안 하는 브랜드가 없을 정도로 팝업스토어가 대세죠. 인사이드 아웃 2도 5월 25일부터 6월 16일까지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세 차례에 걸쳐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완판됐다고 해요. 팝업스토어에 들어가면 인사이드 아웃 1편에 나왔던 ‘생각 기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해서 화제가 됐어요. 신규 캐릭터의 특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높였는데요. 볼풀이 가득한 흔들다리를 건너야 하는 ‘불안이’ 코너, 커다란 당황이를 안아볼 수 있는 코너, 부럽이를 상징하는 인생샷 코너, 게임을 통해 따분이를 깨워야 하는 코너 등 다양하게 구성했더라고요.
팝업 직원들이 각각 감정 캐릭터 역할을 맡아 연기를 선보였다고도 하는데요. 슬픔이는 슬픔이 처럼, 기쁨이는 기쁨이 처럼 안내하는 것이죠. 인스타그램에서도 다 같이 신나게 춤춰야 하는 공연 무대에서 슬픔이가 슬프게 춤추는 릴스가 크게 바이럴 되기도 했어요. (56만 뷰 나왔던 슬픔이의 공연 릴스)
- 에어비앤비 컬쳐 아이콘
에어비앤비에서는 올해 ‘컬쳐 아이콘’이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음악, 영화,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호스트가 되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인크레더블, 엑스맨, 업 등 유명 영화를 소재로 한 숙소도 있고, 도자 캣, 퍼플 레인, 케빈 하트 등 아티스트를 직접 만날 수 있거나 이들을 소재로 한 숙소도 있고, 페라리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에서 머무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정말 가보고 싶지만 일반 숙소와 달리 ‘가고 싶은 이유’에 대해 작성해야 하고, 그 답변에 따라 게스트로 추첨 및 선정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해요. 지금 에어비앤비에 가시면 바로 첫 화면이 컬쳐 아이콘 카테고리입니다.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삶이 점차 디지털화되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 마법 같은 일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해요. 올해 내내 프로그램이 추가된다고 합니다.
이 컬쳐 아이콘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화 개봉에 맞춰 기쁨이가 호스트인 숙소가 생겼습니다. 총 15팀의 게스트에게 이곳에서 숙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숙박 기간은 7월 1일부터 16일이라고 합니다. 이미 예약 마감됐지만 이 숙소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영화 속 감정 컨트롤 본부를 미국 네바다에 그대로 재현해 놓았는데요. 프로그램 이름은 “인사이드 아웃 2 세계에서 핵심 기억 만들기”. 호스트 기쁨이의 자기소개를 보면 심리학 전공이네요.
기억 구슬이 굴러다니는 벽, 영화 속 쇼파를 구현해 놓은 거실까지 있습니다. 이 숙소에서 빙봉이 남긴 사탕, 젤리 등을 즐기고, 보물찾기 게임과 라일리가 좋아하는 하키를 하고, 피자를 먹고 기억 구슬을 만드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해요. 이 숙소들을 모두 새로 만든 것은 물론, 영화 속 인물을 실존하는 호스트처럼 과몰입해서 소개하고, 영화의 내용을 여행 프로그램으로 충실히 풀어내어 기획한 게 대단합니다.
특히 인사이드 아웃 2의 각 감정들의 컨셉을 그대로 살린 방이 인상 깊은데요. 에어비앤비 숙소 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으니 구경해보세요.
- 삼성 비스포크 AI 콤보
인사이드 아웃과 삼성이라니 흥미로운 조합인데요. 삼성전자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출시에 맞춰 디즈니 코리아와 함께 글로벌 광고를 진행했습니다. 광고에서는 라일리의 집에 비스포크 AI가 있습니다. 이것까지 3D 캐릭터로 만들 순 없으니 인물의 1인칭 시점으로 영상을 제작해서 라일리나 부모님의 얼굴이 안 나올 수 있도록 영리하게 구성했더라고요.
내용은 정말 단순한데요. 라일리의 격렬한 하키 경기 후 땀에 젖은 옷을 세탁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세탁 전에는 더러워진 옷을 보고 도망가는 버럭이와 슬픔이, 세탁 후에는 춤추면서 좋아하는 감정들을 정말 귀엽게 묘사했습니다. 영화의 장면들을 재구성했을 뿐인데 굉장히 자연스럽더라고요. 또 자칫하면 억지스러운 조합이 될 수 있었지만 충분히 위트 있는 광고로 느껴졌습니다. (광고 영상)
- 구글 이스터에그
구글 검색창에 “인사이드 아웃”을 검색하면, 누를 때마다 기억 구슬이 나오는 이스터 에그가 나옵니다. 저도 아무 생각 없이 검색하고 나서 깜짝 놀랐는데요. 기술적으로 대단한 기능은 아니지만 인사이드 아웃을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구글의 이러한 이스터 에그는 2000년대부터 시작됐는데요. 국내에 널리 알려졌던 것은 마블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나왔을 때 검색하면 타노스가 나와서 검색어의 절반을 날려버리는 위트를 보여준 것이었죠. 스타워즈, 바비 등 영화는 물론, 테일러 스위프트, 그레타 거윅과 같은 인물, 올림픽, 피파 등 행사 시기에도 구글 이스터에그가 숨겨져 있어서 그 시기가 오면 이번엔 있을까 없을까 추측하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위키피디아에서 구글 이스터에그 전체 리스트를 볼 수 있으니 구경해보세요.
인사이드 아웃 2도 재밌었지만 이를 소개하는 마케팅 방식이 정말 다양해져서 더 풍성하게 느껴졌는데요. 제가 소개한 것 말고도 더 다양한 콜라보가 있었더라고요. 다음 속편에서는 어떤 이벤트가 있을지, 또 얼마나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 등장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