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인기 있는 파스타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파스타만큼 이탈리아 전통 요리의 극단적인 세분화를 잘 보여주는 요리는 없다. 도시마다 다양한 레시피를 가진 파스타는, 20세기 후반에야 전국적으로 널리 보급된 피자보다도 더 이탈리아의 상징과 같은 음식이다.
듀럼밀, 물, 달걀노른자(달걀 파스타의 경우)로 만드는 파스타는 조리법이 간단하고, 즉각적인 포만감을 주며,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질 수 있었다. 파스타 자체는 풍미가 거의 없지만 탄수화물로부터 오는 단맛이 거의 모든 재료의 신맛, 쓴맛, 짠맛을 상쇄하거나 보완해 준다.
Unione Italiana Food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는 3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가 유통되고 있다. 스파게티, 푸실리, 파르팔레, 펜네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파스타뿐만 아니라 캄파니아의 대명사인 파케리(paccheri), 리구리아의 대표적인 파스타인 트로피에(trofie)와 트레네테(trenette), 토스카나를 상징하는 피치(pici) 등 특정 지역과 연관된 파스타도 존재한다.
[파스타의 기원]
에트루리아(Etruria) 사람들은 튀긴 파스타를 먹었는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파스타는 10세기 시칠리아를 정복한 아랍인들이 파스타를 건조하는 과정을 발명하면서 도입되었다. 이후 이탈리아 남부와 리구리아(Liguria) 해안 지역에서는 드라이 파스타가 일반화되었지만, 내륙 지역에서는 1950년대까지 달걀 파스타(pasta all’uovo)를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기술의 발달로 어디서나 쉽게 드라이 파스타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이탈리아 전역은 물론 다른 나라에도 고품질의 관련 생산업체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최종 제품의 품질을 결정할 때 밀 자체보다는 순수한 물과 세밀하게 조정된 생산 공정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청동으로 된 메탈 플레이트(bonze die)를 통한 압출과 느린 건조는 더 긴 조리 시간과 소스가 파스타에 잘 달라붙을 수 있는 질감을 보장하는 우수한 품질을 위한 핵심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라비올리(ravioli)나 아뇰로티(agnolotti)와 같은 속을 채운 파스타부터 페투치네(fettuccine)와 탈리아텔레(tagliatelle)까지 다양한 종류의 생 파스타를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다.
[파스타와 와인 페어링]
파스타와 와인 페어링에 대한 특별한 규칙은 없지만, 과실미와 산도의 균형이 좋은 가벼운-중간 정도 바디의 와인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반면, 묵직하고 지나치게 오크향이 강한 와인은 소스를 압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
1) 포모도로(토마토) 파스타 – 과실미 있는 가벼운 레드 와인
이 가장 심플한 이탈리아 파스타의 맛은 신선한 토마토를 사용하느냐, 아니면 기성품 소스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전자는 일반적으로 더 신맛이 나고 후자는 더 단맛이 나는 경향이 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얹으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적당한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을 지난 과실미가 좋은 가벼운 레드 와인이 이러한 풍미와 잘 어울린다. 알토 아디제의 엔트리 레벨 피노 네로(Pinot Nero) 또는 스키아바(Schiava)를 추천한다.
2) 봉골레 스파게티 – 미디엄 바디의 아로마틱 화이트 와인
마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조개를 곁들인 알 덴테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해안가의 식당에 자주 등장하는 메뉴이다.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풍미가 특징인 이 요리는 이탈리아 여름철 클래식 와인인 팔랑기나 델 산니오(Falanghina del Sannio) 등 미디엄 바디의 은은한 아로마틱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3) 방울토마토와 해산물 스파게티 – 미디엄 바디 로제
다테리노 로쏘(datterino rosso)와 같은 특정 종류의 방울토마토는 섬세한 단맛과 가벼운 산미로 신선한 해산물의 풍미와 잘 어우러진다. 이 파스타는 보통 미디엄 바디 로제의 붉은 과일 풍미와 어울리는데, 에트나 로사토(Etna Rosato)는 해산물의 풍미를 강조하는 톡 쏘는 짭짤함을 선사하는 와인이다.
4) 페스토 파스타 – 허브 뉘앙스가 있는 화이트 와인
전통적인 리구리아 지역의 파스타와 신선한 바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잣, 마늘로 만든 크리미한 소스의 단순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조합은 이탈리아 리비에라를 즉시 떠올리게 한다. 리구리아의 동쪽 끝과 토스카나의 북서쪽 모퉁이를 가로지르는 경계에 위치한 콜리 디 루니(Coli di Luni) DOC의 베르멘티노(Vermentino)는 허브 풍미와 함께 적절한 무게감과 산도를 선사한다.
5) 리코타 치즈와 시금치 라비올리 – 산뜻한 산도의 앙금 숙성 화이트 와인
신선한 리코타 치즈, 시금치, 파마산 치즈로 속을 채우고 넛맥 가루를 뿌려준 라비올리는 보통 세이지 버터 소스를 사용해 풍미를 극대화한다. 라비올리의 지방과 대비를 이루는 산뜻한 산미가 필요하고, 섬세한 앙금 뉘앙스가 있다면 크리미한 느낌을 더욱 기분 좋게 향상시킬 수 있다. 알토 아디제(Alto Adige) 지역의 피노 비앙코가 이러한 역할을 해주기에 적합한 와인이다.
6) 파스타 알라 노르마 – 로컬 와인
이 시칠리아 전통 파스타는 고기를 사용하지 않은 가장 자극적인 파스타 요리라고 할 수 있다. 현지 프라파토(Frappato)의 높은 산도는 튀긴 가지의 기름진 맛을 상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며, 풍부한 과실미는 토마토소스와 어울리고 리코타 치즈의 톡 쏘는 짭짤함을 부드럽게 해준다.
7) 버섯 페투치네 파스타 – 숙성된 화이트 와인
제철 버섯을 얇게 썰어 익힌 후 홈메이드 페투치네 파스타에 곁들이면 흙의 풍미와 은은한 떫은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3차향의 복합미가 있는 부드럽고 구조적인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약간의 병숙성을 거친 베르디키오 데이 카스텔리 디 예지 리제르바(Verdicchio dei Castelli di Jesi Riserva) 와인을 추천한다.
8) 카르보나라 – 산도 높은 오크 숙성 화이트 와인
로마의 대표적인 파스타 요리인 카르보나라는 계란과 페코리노 로마노 크림의 묵직한 맛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높은 산도의 와인이 필요하다. 동시에 돼지 볼살 및 후추와 충돌하지 않도록 충분히 부드러운 와인이 어울린다. 점성이 있는 구조, 은은한 오크 뉘앙스, 충분한 쫀쫀함을 지닌 풀바디의 우아한 화이트 와인을 추천한다.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도 안전한 선택이지만, 이탈리아 와인을 원한다면 좋은 품질의 소아베 클라시코(Soave Classico) 역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9) 피에몬테 아뇰로티 – 바롤로
꼬집는다는 뜻의 지역 방언인 플린(plin)으로도 불리는 피에몬테 지방의 아뇰로티 파스타는 보통 찐 고기로 속을 채우고 가벼운 고기 및 채소 소스 또는 버터와 세이지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풍미가 풍부한 아뇰로티는 라 모라(La Morra) 마을의 바롤로와 같이 접근성이 좋지만 복합적인 네비올로 와인의 타닌과 은은한 3차 풍미와 잘 어울린다.
10) 라구 파스타 – 토스카나 산지오베제
라구는 하나의 요리법이라기보다는 토마토와 고기를 사용하는 이탈리아 요리를 총칭한다. 볼로네제 라구에는 소고기만 들어가는 반면, 아브루제 라구에는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가 섞여 있다. 또한 나폴리식 라구는 천천히 익힌 송아지 고기 한 조각으로 만들며, 멧돼지 라구는 토스카나 지방의 전형적인 라구이다. 고기의 육즙을 살려줄 타닌이 강하지 않은 미디엄에서 풀 바디의 산지오베제 와인인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가 좋은 선택지일 것이다.
작성자 Raffaele Mosca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