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운동이 나에게 맞을지 알아보기 위해 체험 또는 일일 수업에 등록했다. 운동 시설이나 분위기, 운동 강도, 강습 방식, 비용, 시간표, 나의 몸 상태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가 과연 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지, 바꿔 말해 현재 나에게 적합한 운동인지를 아는 것이다. 알려면 해 보는 게 당연지사.
집이나 회사 근처에 요가(Yoga)와 필라테스(Pilates) 학원이 즐비하다. 고르는 일부터가 난관이다. 내 동선에서 벗어난 곳을 제외하고 내가 맞출 수 있는 운동 시간대 등을 고려하고 나면 서너 곳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렇게 일일 수업 신청을 했다.
[필라테스(Pilates)]
지난해 꽤 열심히 했던 경험이 있어 호기롭게 신청했는데 내 몸이 뚝딱거린다. 코어 근육을 단련시키고 삐뚤어진 자세를 교정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필라테스는 독일 출신인 조셉 필라테스(Joseph Pilates)가 고안한 운동법으로 근육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높여 신체 균형을 끌어내는 그의 철학이 담긴 운동이다. 리포머(Reformer), 캐딜락(Cadillac), 배럴(Barrel), 체어(Chair) 등 다양한 형태의 필라테스 기구를 활용한 운동이 가능한데 처음에는 운동기구에 몸을 맡기니 조금 쉽지 않을까 했지만 내 착각이었다.
기구로 난이도 조절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반복적으로 몸을 움직이면 땀이 맺히고 호흡이 가빠지며 통곡이 절로 나온다. 특히, 캐딜락에 매달리면 (hanging 동작) 전신에 힘이 가해지면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지만, 나처럼 어깨가 앞으로 말린 사람에게는 교정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기초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린 사람이라면 전신 스트레칭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리포머에서 하체 운동을 한 날이면 계단 내려갈 때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여러 달 반복하고 나니 탄력 있는 단단한 허벅지 소유자로 거듭났다.
[요가(Yoga)]
요가를 쉰 지 몇 해가 지났지만, 명상과 맞닿아 있는 느낌의 요가를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빈야사(Vinyasa), 하타(Hatha), 아쉬탕가(Ashtanga), 핫(Hot), 인(Yin) 등 여러 요가 종류가 있는데, 요가원마다 대표적인 요가 수행법이 있거나 여러 가지를 접목해 현대인에게 알맞게 구현하기도 한다.
내가 다니는 곳은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인 요가(힐링), 도구를 활용하거나 대표적인 요가 동작으로 이루어진 중급 요가 ,그리고 난이도 상인 빈야사 요가 클래스가 있다. 수련 경험이나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원하는 수업을 들으면 되는데, 오전에 듣곤 하는 인 요가는 힐링 그 자체다. 동작은 보통 느리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잘 안되는 거라도 무리하지 않으며 자신의 몸이 움직일 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면에서 마음이 편해진다. 중급이나 상급 클래스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몸의 가동 범위가 넓어지니 유연성이 더욱 필요하고 유연성을 비롯해 균형감과 코어 근육 힘이 없으면 따라 하지 못하는 동작이 늘어난다. 갑자기 되지 않던 자세가 될 리는 없지만 꾸준히 수련하다 보면 한 자세를 완성할 수 있다. 다운독(downward facing dog), 코브라(cobra), 소-고양이(cat-cow), 나무(tree), 나비(butterfly), 플랭크(plank), 아기(child) 등의 여러 자세가 등장하는데 호흡과 함께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면 심신이 단련됨을 느낄 수 있다.
필라테스가 훨씬 힘들고 근육통이 세게 오는 운동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요가도 만만치 않았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움직였으니 근육 통증은 당연하고, 느리게 느껴지는 동작도 정확하게 할수록 집중력과 힘이 필요했다. 비슷하게 땀이 나고 숨이 찼다. 필라테스가 됐든 요가가 됐든 동작이나 자세를 제대로 하면 운동 효과는 있다. 다만, 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나는 요가가 맞다. 천천히 내 몸에 빠져드는 느낌은 내가 주도적으로 행하고 제어하고자 노력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필라테스가 좋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나’라는 존재가 더 명확하게 느껴지는 게 요가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송장(corpse) 자세로 누워 온몸에 힘을 빼고 휴식을 취하면 그 짧은 순간이 진정한 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운동을 마치고 바라본 거울 속 나는 편하지만 (혈액순환이 갑자기 잘 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생기 있어 보였다. 요가 지도자 과정도 솔깃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어떤 운동이든 내가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아, 나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요가 수업에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