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 배럴에 관한 모든 것

와인 발효부터 숙성에 이르기까지 와인 배럴은 완성된 와인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 크기부터 원산지까지 다양한 배럴을 사용하는 이유와 각 배럴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리오하에 위치한 Marques De Riscal 와이너리의 와인 배럴들. 사진 크레딧: David Silverman / Getty Images News

와인 배럴을 뜻하는 용어는 언어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바리크(barrique)’, ‘캐스크(cask)’, ‘푸드레(foudre)’, ‘보테(botte)’ 등 모두 와인을 저장하고 숙성시키는 나무 용기를 의미한다. 와인 제조에 배럴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미세 산소화라는 과정 때문이다. 이는 소량의 공기가 나무의 결 사이를 통과하여 와인을 부드럽게 하거나 숙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와인 배럴이란?]
와인 배럴은 현대 와인 제조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나무 용기이다. 배럴이 처음 사용된 시기는 이집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기원전 2600년 전의 벽화에 밀을 담는 용도로 배럴이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바빌론, 철기 시대 영국, 갈리아, 고대 로마에서도 와인을 저장하는 데 배럴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다.

일반적으로 원통형인 배럴은 여러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배럴을 제작하고 굽는 이들인 쿠퍼(cooper)에 의해 조립된다.

[배럴의 구성]
나무판(stave): 배럴의 몸체를 구성하는 긴 나무 판자이다. 쿠퍼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25리터 배럴에는 28~32개의 나무판이 들어간다.
후프(hoop): 과거에는 구부러진 나무로 후프를 만들기도 했지만, 현대에는 대부분 강철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후프는 보통 나무판을 감아 고정시킨다. 쿠퍼에 따라 표준 바리크 통에 보통 6~8개의 후프를 설치한다.
헤드(heads): 헤드는 배럴의 양쪽 끝에 있는 원형 나무판으로, 각 배럴의 크기에 맞게 절단하여 고정한다.
벙(bung)과 벙홀(bunghole): 배럴을 채우고 비우거나 바토나쥬(battonage/발효 후 침전된 효모와 포도의 잔여물을 와인과 섞어주는 과정) 또는 청징을 위해 사용되는 구멍을 벙홀이라 한다. 벙은 이를 막는 마개인데, 현대 와인 제조에서는 일반적으로 실리콘으로 만들어진다.

사진 출처: Pixabay

[배럴의 크기]
배럴의 크기는 매우 중요하다. 와인이 나무와 닿는 면적의 크기가 와인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작은 배럴(일반적으로 225-230 리터):
배럴이 작을수록 배럴에 닿는 와인 표면적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와인에 미치는 배럴의 영향이 더 크다. 특히 새 배럴을 사용하면 나무의 풍미와 아로마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바닐라, 캐러멜, 향신료 등의 아로마 및 풍미가 이에 포함된다.

또한 배럴이 작을수록 와인에 산소 공급이 더 빨라지기 때문에 와인이 더 빨리 숙성된다. 이는 와인의 질감이 더 둥글둥글해지고 타닌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큰 배럴(일반적으로 500리터 이상):
배럴이 클수록 와인 표면적이 배럴에 접촉하는 비율이 낮다. 따라서 작은 배럴에 비해 배럴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즉, 과실미가 더 살아있고 신선한 느낌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와인을 생산하기에 적합하다.

큰 배럴에 담긴 와인은 숙성 속도가 빠르지 않다. 산소 공급 속도가 훨씬 느리기 때문에 신선함, 더 밝은 산도 및 구조감을 유지할 수 있다.

와인에 새 배럴의 영향을 부여하고 싶은 와인 메이커는 나무의 통기성, 그리고 특정 풍미와 향을 부여하는 배럴의 토스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더 작은 배럴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배럴 크기 가이드]
바리크(Barrique) 또는 보르도(Bordeaux): 225리터
시가(Cigar): 265리터 또는 300리터
펀천(Puncheon): (보통) 500리터
토노(Tonneau): 900리터
독일의 푸더(fuder): 지역에 따라 다름. 모젤: 960리터, 프랑코니아: 900리터, 라인팔츠: 1,000리터, 바덴: 1,500리터
프랑스 푸드레(Foudre): 지역에 따라 다르며, 1,000리터 또는 그 이상일 수 있다.
이탈리아 보테(botte): 지역마다 다르며, 1,500리터에서 최대 10,000리터까지 가능하다.

[배럴의 원산지]
오크는 와인 배럴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나무이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미국, 헝가리 또는 크로아티아 동부 국경 지역에서 생산되는 슬라보니아(Slavonia)산 오크가 사용된다. 일본산 오크인 미즈나라(mizunara)가 점점 인기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매우 희귀하고 비싸다.

프랑스에는 와인 배럴에 가장 적합한 오크 나무가 자라는 특정 숲이 몇몇 존재한다. 북쪽의 유명한 보주(Vosges) 숲을 시작으로 부르고뉴에 위치한 알리에(Allier) 및 하위 지역인 트롱세(Tronçais), 네베르(Nevers), 그리고 베르트랑쥬(Bertranges) 등의 유명한 숲이 있다. 조금 더 남쪽에 있는 리무신(Limousin) 숲은 조금 덜 촘촘한 나뭇결의 오크 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오크가 애팔래치아 산맥(Appalacian Mountains)의 동쪽 숲에서 생산되며, 일부는 미주리, 오리건, 캘리포니아에서 조달된다.

오크 외에도 아카시아와 밤나무로 만든 배럴 역시 과거 및 현대 와인 제조에 사용되어 오고 있다.

[오크 원산지에 따른 영향]
프렌치 오크: 프랑스의 숲에는 다양한 오크 나무가 있는데, 가장 흔한 종류는 퀘르쿠스 로부르(Quercus robur)이다. 프렌치 오크는 다른 지역의 오크보다 더 섬세한 경향이 있으며 나뭇결이 더 촘촘한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구세계와 신세계 지역 모두에서 우아하고 세련된 와인을 만들 때 와인 메이커들이 프렌치 오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바닐라, 정향, 육두구 등의 풍미와 아로마를 부여하는데, 그 강도는 약한 편이다.

아메리칸 오크: 미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오크 나무가 있지만, 아메리칸 오크 와인 배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품종은 퀘르쿠스 알바(Quercus alba)이다. 아메리칸 오크는 리지(Ridge), 실버 오크(Silver Oak) 등의 와인 브랜드가 특히 많이 사용하고 있고, 리오하에서도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이 배럴은 와인에 캐러멜, 바닐라, 그리고 독특하게도 딜의 향과 풍미를 풍부하게 부여한다. 주로 더 숙성되고 과실미 위주의 와인 메이킹에 사용된다.

슬라보니안 오크: 슬라보니안 오크는 프랑스산과 마찬가지로 퀘스쿠스 로부르 품종이지만, 결이 훨씬 촘촘하여 와인에 투과되는 산소의 양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이 품종은 오랫동안 피에몬테, 베로나 및 몇몇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탈리아의 가장 클래식한 와인 생산에 사용되어 왔다. 대형 보테 배럴에 자주 사용되는 슬라보니안 오크는 매우 은은하고 타닌을 거의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네비올로와 같이 타닌이 높은 포도 숙성에 적합하다.

헝가리안 오크: 한때는 헝가리안 오크가 와인 생산에 주로 사용되었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공급이 어려워졌다. 역시 퀘르쿠스 로부르 종인 헝가리안 오크는 산에서 자라기 때문에 나뭇결이 촘촘하고 나무의 크기가 작다. 이 오크배럴은 프렌치 오크와 비슷한 향과 풍미를 와인에 부여한다. 헝가리안 오크 배럴은 프렌치 오크 배럴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배럴의 그을림]
새 배럴 내부를 얼마나 그을리느냐에 따라 와인에 전해지는 풍미가 달라진다. 그을림 정도가 높을수록 향신료, 바닐라, 커피빈 등의 풍미가 풍부해지고, 정도가 약할수록 은은한 풍미와 아로마가 부여된다.

사진 출처: WSET Global

일반적인 그을림(토스팅) 정도는 다음과 같다: 약한, 중간, 중간+, 진한 이렇게 나뉜다. 그을림의 정도에 따라 구운 사과와 바닐라의 가벼운 향부터 진하게 볶은 커피 원두와 훈연한 삼나무 향까지 다양한 향과 풍미를 부여한다.

작성자 Clive Pursehouse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Decanter Magazine
Decanter Magazine
the world’s best wine magazine

관련 아티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