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건 오래된 요소의 조합이다
전설적인 광고 기획자 제임스 웹 영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데 중요한 점을 다음 2가지로 꼽았습니다.
아이디어는 오래된 요소의 조합이다
1. 아이디어는 오래된 요소들의 조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너무 퉁명스럽게 말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생각해 보게 되는 말입니다. 아이디어가 ‘특별하다’ 여기면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디어가 ‘쓸모없다’라고 여기면 생각하는 일이 귀찮아지죠. 아이디어를 너무 높게도 낮게도 보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또, 아이디어가 오래된 요소의 조합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생각이 떠올림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떠올림이다
인지발달 심리학자 피아제는 생각을 표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표상은 생각을 다시 떠올리는 걸 말하는데요.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빈 민스키 역시 생각을 ‘떠올림’이라 말했죠. 영화감독 데이빗 린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을 낚시에 비유합니다. 그는 작은 물고기는 얕은 물에 있지만, 큰 물고기는 깊은 물에 있다고 보았죠.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생각이 단순히 떠올리는 일이라면,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한 힌트는 제임스 웹 영이 말하는 두 번째 원칙에 있습니다.
오래된 요소 사이 ‘관계’는 새로울 수 있다
2. 오래된 요소로 조합을 만드는 능력은 ‘관계’를 보는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

이미 있는 오래된 요소를 ‘생각의 씨앗’이라고 합시다.

이 씨앗들을 연결하면 ‘생각의 선’을 만들 수 있는데요.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생각의 씨앗’ 자체는 오래된 요소일 수 있지만, 생각의 씨앗 사이를 연결한 ‘생각의 선’은 새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의 씨앗’ 자체는 이미 이전부터 있었던 요소라 새로울 게 없죠. 하지만, ‘이 씨앗과 어떤 씨앗을 연결할까?’는 저마다 가진 관점이 다릅니다.
다른 누군가가 먼저 그 ‘생각의 선’을 발견하고 무언가 만들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그 ‘생각의 선’을 새롭게 바라볼 겁니다.
사실 제임스 웹 영보다 먼저 현대미술가 마르셀 뒤샹이 이 사실을 깨달았죠. 뒤샹하면 떠오르는 작품으로 <샘>이 있는데요.

개성은 ‘관계’를 보는 능력에 담겨 있다
마르셀 뒤샹은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가 입체주의자들에게 거절당하자, 완전히 새로운 도발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는 아예 ‘망막’에 벗어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어했죠. 그는 이 욕구에 들어맞는 생각의 씨앗을 모았습니다.

그의 눈에 띈 ‘생각의 씨앗’을 몇 가지 들자면, 무대 위에 소변을 보거나 외설적 질문을 던진 프랑크 베 데킨트의 도발적 연극이 있습니다. 또, ‘개념은 실재하지 않고 그저 이름뿐’이라고 말한 철학적 유명론처럼, 뒤샹은 ‘작가의 개념을 부정하는 그의 방식’을 ‘회화적 유명론’이라 불렀습니다.
그는 동음이의 현상을 활용해 이미지를 자유로이 변화시키는 레몽 루셀의 시에서도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는 작품 제목을 붙일 때 레몽 루셀과 유사한 언어 놀이를 하곤 했죠.
이런 생각의 씨앗이 모여 뒤샹은 ‘전시장’에 ‘소변기’를 두고 R. Mutt라고 ‘서명’한 후에 ‘샘’이라고 이름 붙인다는 아이디어가 만들어집니다.
생각이 오래된 요소의 조합이라도 충분히 새로울 수 있다
이처럼 이미 이전에 있던 생각의 씨앗에 관계를 볼 줄만 알아도, 충분히 새로운 생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개성 있는 관점은 ‘생각의 씨앗’에 있는 게 아니라 생각의 씨앗 사이 ‘관계’를 보는 능력에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