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의 증류주 혁명

주류 진열장에서 무언가 색다른 것을 찾고 있다면? 아시아의 다양한 증류주에 대한 주목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약 20년 전, 글래스고에서 가장 유명한 스카치 위스키 바 중 한 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젊고 열정적인 영업 사원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의 손에는 자국 시장에서는 이미 인기가 있지만 영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본 위스키 한 상자가 들려 있다. 깜짝 놀란 바 주인에게는 그 모습이 마치 뉴캐슬에 석탄을 가져다주거나 에스키모에게 얼음을 판매하려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20년간의 수상 경력과 위스키 애호가 및 증류주 업계의 호평에 힘입어 오늘날 일본산 위스키는 품질과 소비자 수요 측면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일본 위스키의 큰 인기는 다른 아시아 증류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많은 아시아 증류주는 서양의 증류주와는 종류가 다르며, 그들 고유의 문화가 각 증류주 풍미의 근본이 된다. 동양의 증류주들을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 독특할 뿐만 아니라 자국 내 판매량이 놀라울 정도로 높은 증류주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일부는 이제 영국으로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일본 – 위스키 및 기타 주류]
일본 위스키의 성장은 소믈리에와 영국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프리미엄 사케(증류주가 아닌 쌀을 발효시켜 만든 술)를 포함한 일본의 모든 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일본에는 잘 알려진 야마자키와 하쿠슈(올해 100주년을 맞이하는 산토리의 브랜드) 등 수십 년 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소수의 위스키 증류소와 더불어 치치부, 요이치 등 30개에 가까운 위스키 증류소가 운영되고 있다. 가고시마의 카노스케와 같이 보다 장인 정신이 깃든 몇몇 양조장은 이제 영국 위스키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Unsplash

일본에서 보리, 쌀, 메밀, 또는 감자를 사용해 증류한 증류주인 쇼츄(shochu)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부분 숙성되지 않은 상태로 병입되는 쇼츄는 단일 증류주(주원료가 더 뚜렷하게 드러나며 알코올 도수 36도 이하)로 만들거나, 스카치 위스키처럼 증류 통에서 여러 번 증류하여 알코올 도수 45도 이하로 병입된다. 오키나와 현의 쌀을 주원료로 하는 증류주인 아와모리(awamori)와 마찬가지로 쇼츄는 말린 꽃의 달콤한 향부터 해안가의 짭조름한 향, 발효된 과일 아로마까지 다양한 풍미를 지닌다.

우키요(Ukiyo) 일본식 쌀 보드카가 들어간 시소 파인애플 펀치. 사진 크레딧: Christopher Heaney

[대한민국 – 세계에서 가장 큰 증류주 시장]
그렇다. 들어본 적 없을 수도 있지만, 쌀을 원료로 한 증류주인 한국 소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증류주이다. 대형 브랜드인 진로가 2022년 한 해 동안에만 9리터짜리 소주 케이스를 1억 상자 판매하며 조니워커나 스미노프 판매량을 훌쩍 넘겼다. 성공의 비결은 아마도 소주는 다채로운 변신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소주는 보드카와 비슷하게 무색이며 잔향이 거의 없지만, 알코올 도수는 보통 20도 미만으로 매우 낮다. 따라서 칵테일에 섞거나 맥주에 도수를 더하기에 용이한데, 특히 후자는 한국에서 소주를 음용하는 방법으로 인기가 높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주류인 한국 소주

[중국 – 증류의 뿌리로 돌아가기]
중국 본토에서는 코냑이나 스카치 위스키와 같은 서양 증류주가 인기를 끌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증류주 중 가장 개성이 강하고 오래 이어져오고 있는 바이주(baijiu)는 독특한 풍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 특유의 풍미 덕분에 서양에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은 600년 이상 바이주를 증류하고 있는데, 발효된 수수 곡물을 주원료로 한다. 바이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술이 부드러워질 수 있도록 다공성이 있는 점토 용기에서 숙성되어, 발효가 많이 된 효모 캐릭터부터 진한 간장 향, 그리고 건조하고 진한 코코아 파우더 아로마까지 독특한 향을 지닌다.

[인도 – 자국 증류주 천국]
인도의 위스키 사랑은 끝이 없으며, 맥도웰(McDowell’s)과 같은 일부 대형 브랜드는 연간 3,000만 개가 넘는 9리터짜리 케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증류된 위스키와는 크게 다르다. ‘인도산 외국 증류주(Indian Made Foreign Liquor)’는 대부분 곡물이 아닌 당밀을 증류하여 럼과 비슷한 풍미를 지닌다. 폴 존(Paul John), 람푸르(Rampur), 암루트(Amrut) 등 몇몇 뛰어난 브랜드들이 있는데, 이들은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맥아 및 포트 스틸(pot still) 증류 방식을 따르며, 숙성 창고의 고온으로 인해 풍미가 고도로 농축되고 복합적이다.

인도산 진(gin) 역시 나름 인기를 얻고 있는데, 현지 식물과 감귤류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아(Goa) 지역에 본사를 둔 말하르(Malhar)와 그레이터 댄(Greater Than)과 같은 브랜드는 영국에서 진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증류하여 인도에서 자란 고수, 베티버, 오렌지 및 레몬 껍질, 큐브 페퍼 열매, 레몬그라스, 다즐링 녹차 잎 등 독특한 향신료 풍미가 가득한 자이살메르(Jaisalmer)도 주목할 만하다.

자이살메르(Jaisalmer) 인디언 크래프트 진으로 만든 네그로니

최근에는 고아에서 인도 최초의 아가베 기반 증류주가 출시되었다. 엄격한 규정으로 인해 테킬라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이 증류주는 멕시코 최고급 증류주가 지니는 모든 식물성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피스톨라(Pistola)와 같은 새로운 크래프트 브랜드는 인도 데칸 고원 지역에서 풍부하게 자라는 인도산 아가베를 활용하고 있다.

피스톨라(Pistola) 생산을 위한 아가베 밭

인도의 전통적인 맛을 느끼고 싶다면 페니(feni)를 추천한다. 고아 지역에서 캐슈 애플로 만들어지는 이 증류주는 신선하고 상큼한 베이스에 갓 뜯은 풀 향이 가득하고, 견과류 풍미가 함께 느껴진다. 페니 증류소는 약 6,000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 4,000여 곳이 고아 북부에 위치해 있다. 샴페인이나 테킬라가 그렇듯, 2009년에 지리적 표시를 획득한 이 증류주는 고아에서 생산되어야만 한다. 몇몇 소규모 증류소에서는 고아 해안선을 따라 자생하는 코코넛 야자수에서 채취한 수액을 증류하여 페니의 또 다른 버전을 만들기도 한다.

다양하고 새로운 아시아의 증류주를 맛볼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국적인 풍미와 문화를 우리의 홈 바와 칵테일 캐비닛에 추가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작성자 Neil Ridley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Decanter Magazine
Decanter Magazine
the world’s best wine magazine

관련 아티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