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리와 타파스: 페어링 가이드

셰리와 타파스는 맛있기로 유명한 조합이지만 어떤 스타일의 셰리가 어떤 타파스 요리와 어울리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피노, 올로로소 등 셰리와 스페인의 대표적인 타파스 페이링에 대해 전문가가 소개한다.


사진: Panther Media GmbH / Alamy Stock Photo

셰리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로 셰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가장 드라이한 와인부터 매우 달콤하고 복합적인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있으며 스타일마다 고유한 캐릭터가 있다. 다양한 자리에 어울리는 셰리는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모든 셰리 와인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셰리 와인은 모두 스페인 남서부의 헤레즈 데 라 프론테라(Jerez de la Frontera)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이곳은 3천 년 전 페니키아인들이 카디스를 건국한 직후부터 포도를 재배해 온, 아마도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이다. 둘째, 포도 증류주 형태의 알코올을 추가하여 (다양한 정도로) 주정 강화한다. 셋째, 여러 오크통에서 다양한 빈티지의 와인을 숙성 및 블렌딩하는 방법인 솔레라/크리아데라 시스템을 통해 숙성된다. 배럴을 완전히 채우지 않기 때문에 와인이 공기에 노출되어 산화 숙성되거나 효모층(‘벨로 드 플로르’라고 함) 아래에서 생물학적으로 숙성될 수 있다.

셰리 와인은 진이나 보드카를 대체하는 저알코올 칵테일 베이스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피노 셰리를 사용해 약간 색다른 블러디 메리를 만들 수 있다. 피노 셰리 75ml, 토마토 주스 200ml, 소금과 후추 한 꼬집, 우스터 소스 및 핫소스 약간을 얼음이 든 잔에 넣고 잘 저어 섞어주면 블러디 셰리가 완성된다. 또는 셰리 피즈(Fizz)는 잔에 얼음을 채우고 아몬티야도 50ml, 이탈리쿠스(또는 다른 시트러스 리큐어), 라임 주스, 설탕 시럽을 넣은 다음 토닉 워터를 넣고 섞어주면 된다.


토르티야와 셰리. 사진: Shawn Hennessey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셰리를 활용한 칵테일로는 레부히토(얼음이 든 텀블러에 피노 또는 만자니야를 넣고 레모네이드를 가득 채운 후 민트로 장식한 칵테일)와 셰리 코블러(얼음 위에 크림 셰리와 신선한 오렌지 한 조각을 얹은 칵테일)가 있다.

큰 ‘카타비노(catavino)’가 없다면 셰리에 가장 적합한 글라스는 표준 화이트 와인 잔으로, 이 잔을 3분의 1 정도 채워 와인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식전주를 넘어 다양한 스타일과 풍미를 자랑하는 셰리는 식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번에는 스페인 음식이 아닌 몇 가지 놀라운 페어링 제안도 포함되어 있다.

피노(Fino)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아하고 산뜻한 드라이 와인으로, 세계에서 가장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 중 하나이다. 벨로 드 플로르 보호층 아래에서 생물학적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와인이 캐스크 위의 산소와 접촉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유기체인 효모는 먹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와인이 솔레라 배럴(가장 오래된 와인을 보관하는 부분)에 도달하기 전에 대부분의 잔류 당분과 글리세린이 사라지게 된다. 피노는 천연 염분과 가벼운 산도로 인해 짠 음식과 완벽한 궁합을 이룬다.


만체고 치즈와 차가운 고기. 사진: a-plus image bank / Alamy Stock Photo

페어링: 이베리코, 치즈, 조개류, 굽거나 튀긴 생선 요리, 세비체, 피시 앤 칩스

만자니야(Manzanilla)
이 와인은 과달키비르 강 하구 근처에 위치한 산루카 데 바라메다라는 마을에서만 생산할 수 있다. 이 지역은 다른 셰리 생산 지역만큼 여름에 덥거나 겨울에 춥지 않은 특별한 기후를 지녔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벨로 드 플로르가 일 년 내내 견고하게 유지되어 섬세하고 미묘한 페일 드라이 셰리에 독특하고 개성 있는 특성을 부여한다.


Barra Inchausti 레스토랑의 카디스 지역 특산품인 까마로네 토르티야(새우 프리터). 사진: Shawn Hennessey

페어링: 까마로네 토르티야(새우 프리터), 구운 새우, 마늘 소스를 곁들인 조개 요리, 생선 절임 또는 통조림, 올리브, 해산물 빠에야, 흰살생선, 스시, 사시미

아몬티야도(Amontillado)
이 와인은 효모 아래에서 피노 또는 만자니야로 시작하여 산화 숙성으로 전환하는 두 가지 숙성 과정을 거치는 셰리이다. 따라서 두 숙성 과정의 특징을 모두 갖춘 매우 다재다능한 셰리로, 특히 아티초크나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까다로운’ 채소와 페어링하기 좋다. 아몬티야도는 일반적으로 피노나 올로로소와 페어링하는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리며, 요리할 때 브랜디 대용으로도 훌륭하다.


Victoria Eugenia 레스토랑의 아티초크와 하몽 요리 – 일반적으로 페어링하기 어려운 요리. 사진: Shawn Hennessey

페어링: 하몽을 곁들인 아티초크, 아스파라거스, 시금치와 병아리콩, 샤퀴테리, 숙성된 치즈, 짭짤한 아몬드, 등푸른생선, 카레와 같은 스파이시한 요리

올로로소(Oloroso)
과거 헤레즈의 신사들은 올로로소를 향수처럼 손수건에 뿌렸으며 (‘olor’는 스페인어로 아로마를 뜻함), 오늘날까지도 이 와인은 ‘손수건 와인’으로 불리고 있다. 산화 숙성되어 풍부하고 둥글둥글하면서도 견고한 이 향기로운 드라이 셰리는 풍성한 육류 요리와 스튜 또는 선데이 로스트와 함께 즐기기에 좋다.


Rabo de toro(소꼬리찜). 사진: Kyoko Uchida / Alamy Stock Photo

페어링: 소꼬리찜, 사냥 고기, 고기찜, 양파 수프, 오리 콩피, 스위트 브레드, 구운 참치, 향이 강한 치즈

팔로 코르타도(Palo Cortado)
‘미스터리 셰리’로 알려진 팔로 코르타도는 피노 또는 만자니야로 시작하여 일반적으로 첫 번째 압착된, 그리고 더 고품질의 포도즙으로 만들어져 보다 우아한 올로로소라고 설명할 수 있다. 효모와의 접촉이 전혀 없거나 미미하기 때문에 바로 산화 숙성 단계로 넘어가 풀바디 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드라이 셰리 스타일을 보여준다.


La Brunilda 레스토랑의 크리미 머쉬룸과 이디아자발 치즈 리조또. 사진: Shawn Hennessey

페어링: 버섯과 이디아자발 치즈 리조또, 전통 토끼 고기 파에야, 구운 문어, 참치 타르타르, 크로켓, 숙성된 치즈, 로스트 치킨

크림(Cream)
할머니들이 크림 셰리를 개봉한 후 몇 달 동안 부엌에 방치해 두어 잔소리를 듣곤 했는데, 모든 셰리가 이런 식으로 보관되면 상할 수 있다. 크림 셰리는 약 75%의 올로로소와 25%의 페드로 시미네즈(비율은 와이너리마다 다름)가 혼합된 와인으로, 푸아그라 구이부터 간단한 요리까지 고소하거나 달콤한 요리와 잘 어울리는 가볍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자랑한다.


Amara 레스토랑의 파요요 치즈와 오리 하몽을 곁들인 무화과 요리. 사진: Shawn Hennessey

페어링: 파요요 치즈와 오리 하몽을 곁들인 무화과, 파테, 푸아그라 구이, 부드러운 치즈, 레몬 타르트, 신선한 과일샐러드

페드로 시미네즈(Pedro Ximénez, PX)
크리스마스 푸딩을 잔에 담아놓은 듯한 느낌이다. 페드로 시메네즈 포도를 늦수확한 후 햇볕에 말려서 자연적으로 단맛이 나는 이 와인은 건포도와 무화과 뉘앙스가 물씬 풍기고, 달콤하거나 강한 풍미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가장 클래식한 디저트 옵션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PX를 붓는 것인데(셰리에 말린 과일을 먼저 담가두면 더욱 좋습니다), 많은 이들이 페드로 시메네즈 그 자체로도 완벽한 디저트라고 말한다.


Manolo Cateca의 톡 쏘는 블루 파요요 염소 치즈. 사진: Shawn Hennessey

페어링: 다크 초콜릿과 다크 초콜릿 디저트, 치즈 케이크, 과일 케이크, 스틸톤이나 카브랄레스와 같은 강한 블루 치즈

[셰리 보관법]
셰리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주정 강화 와인이기 때문에 개봉 후 거의 무한정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봉하지 않은 병을 얼마나 오래 보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개봉한 셰리는 모두 냉장고에 똑바로 세워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보관 가능 시간은 다양하다.

피노 / 만자니야
오픈된 병: 1주
서빙 온도: 6-8°C

아몬티야도
오픈된 병: 2-3주
서빙 온도: 12-14°C

올로로소 / 팔로 코르타도
오픈된 병: 4-6주
서빙 온도: 12-14°C

크림
오픈된 병: 4-6주
서빙 온도: 10-12°C

페드로 시미네즈
오픈된 병: 1-2개월
서빙 온도: 10-12°C

작성자 Shawn Hennessey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Decanter Magazine
Decanter Magazine
the world’s best wine magazine

관련 아티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