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 넘치는 풍미를 자랑하는 멕시코 음식과의 균형이 좋은 와인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멕시코 음식은 지난 10~15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함께 와인을 곁들이는 문화는 비교적 널리 퍼지지 않았다. 멕시코에도 자체 와인 산업이 있지만, 멕시코 음식과는 와인 보다는 맥주, 마가리타 등의 칵테일, 아구아 프레스카(agua fresca) 같은 탄산음료를 마시는 경우가 더 흔하다.
멕시코 와인을 선보이고 싶은 레스토랑도 비용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런던의 멕시코 음식점인 산토 레메디오(Santo Remedio)의 공동 설립자인 나탈리 디아즈-푸엔테스는 “바하 칼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에서 생산되는 정말 좋은 와인이 있지만 수입세 때문에 너무 비싸다. 이를 와인 리스트에 넣더라도 가격 때문에 팔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들은 멕시코의 대표적인 와이너리인 LA Cetto에서 생산되는 세 가지 와인을 구비하고 있는데, 특히 샤르도네가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전한다.
[밝고 톡 쏘는 맛]
대부분의 멕시코 음식은 라임과 고수의 밝고 톡 쏘는 향이 특징이지만, 멕시코 요리에 개성을 부여하는 핵심 재료는 옥수수와 고추이다. 옥수수의 경우, 베이스보다는 토핑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샤르도네와 주로 잘 어울린다.

멕시코에는 약 150종류의 고추가 존재한다. 런던에 위치한 멕시코 음식점 Kol의 헤드 소믈리에인 토니 고팔은 “멕시코 요리는 엄청나게 다양하고 다채로운 지역 요리를 아우른다. 말린 마실라 믹스는 신선한 하바네로 고추와는 완전히 다르고, 몰레 포블라노(mole poblano) 소스에서 느껴지는 스모키하고 말린 과일 풍미는 아과칠레(aguachile/라임 주스, 고추, 고수를 곁들인 해산물 요리)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초록 고추 풍미와는 완전히 다른 페어링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한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몰레 소스인 몰레 네그로(mole negro)는 초콜릿이 들어간 고추 소스로, 전통적으로 치킨과 함께 곁들여진다. ‘일곱 가지 몰레의 땅’으로 불리는 오악사카(Oaxaca) 지역에서는 빨강, 초록, 노랑 등 다양한 몰레 소스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 버전에는 클래식한 몰레 소스에 어울리는 볼드한 레드 와인과는 다른 와인 페어링을 추천한다.

[매운맛의 균형 맞추기]
멕시코 요리에는 아주 맵지 않더라도 고추의 매운맛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고팔 소믈리에는 “그래서 페놀 숙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와인의 쓴맛은 고추의 매운맛을 더욱 잘 느끼게 하고, 동시에 매운맛은 와인의 쓴맛을 부각시킨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오크 숙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과도하게 푸릇푸릇한 풍미가 나는 것은 피하는 것을 권장한다. 레드 와인은 가벼운 추출과 낮은 타닌을 지닌, 또는 타닌이 많은 품종의 경우 충분히 숙성된 와인을 페어링하는 것을 추천한다.”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인 로제타(Rosetta)의 소믈리에 루이스 산체스는 “예를 들어 타닌이 너무 많은 와인은 음식의 매운 열기를 부각시켜 거친 느낌을 줄 수 있다. 요리의 맛을 압도하지 않고 보완해 줄 수 있는, 산도와 신선함의 조화가 좋은 와인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말한다.
‘세계 50대 레스토랑(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서 2023년 세계 최고의 여성 셰프로 선정된 로제타의 엘레나 레이가다스 셰프 역시 매운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으로 껍질 접촉을 적게 한, 즉 타닌이 적은 와인을 추천한다.
와인과 페어링하기 까다로운 또 하나의 요리는 바로 세비체(ceviche)인데, 일반적으로 시트러스 느낌이 강한 와인보다는 아로마틱한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 세비체의 마리네이드(양념)가 와인의 시트러스 풍미를 압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비체는 다른 요리와 함께 제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음식의 전체적인 스타일에 맞는 와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멕시코 음식과 와인 페어링 5가지]
1. 옥수수와 샤르도네: 멕시코 음식에는 옥수수가 많이 들어간다. 타말레(tamale), 토스타다(tostada), 타코(taco) 등 옥수수를 이용한 요리와는 샤르도네가 잘 어울린다.
2. 세비체와 프리울라노: 프리울라노(Friulano)와 같은 아로마틱한 화이트 와인은 세비체 양념의 시트러스한 특성을 보완한다. 토론테스(Torrontés) 품종 역시 좋은 선택지이다.
3. 피시 타코와 소비뇽 블랑: 멕시코식 피시 앤 칩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4. 몰레 네그로와 진판델: 진하고 초콜릿 풍미가 특징인 몰레 네그로에는 잘 익은 과일 풍미가 느껴지는 진판델이 잘 어울린다.
5. 비리아(Birria)와 신세계 지역 카베르네 소비뇽: 진하고 매콤한 스튜인 비리아는 탄탄한 구조감이 돋보이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매우 잘 어울린다. GSM(그르나슈, 시라, 무르베드르) 블렌드도 추천한다.

작성자 Fiona Beckett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