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으로 떠오르는 대중적인 브랜드 중 하나인 모엣 샹동(Moet Chandon). 보글거리는 버블, 톡 쏘는 탄산 그리고 몸속 깊숙하게 퍼져 나가는 은은한 알코올까지, 이 와인이 실은 LVMH 소유라는 것 알고 계시나요? 럭셔리 제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루이뷔통(Louis Vuitton), 디올(Dior) 등을 전부 또는 일부 소유한 기업 LVMH는 와인 및 증류주 파트를 두고 각종 매체와 파티에 등장하는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를 갖고 있다. 모엣 샹동 이외에도 크룩(Krug),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샤토 디캠(Chateau d’Yquem) 등이 있는데 왜 럭셔리 패션 하우스는 이토록 와인에 진심일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고급스럽고 때로는 우아한 명품의 이미지는 와인이 풍기는 면모와 어쩐지 닮았다. 예전보다는 와인이 우리 일상에 많이 스며들어 있기는 해도 고급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매체가 각인한 와인의 이미지는 럭셔리 제품을 소비하는 층을 제대로 겨냥했다. 그 결과, 소수 층이 누릴 수 있는 럭셔리 제품은 고급 와인과 긴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정통 럭셔리 하우스에서부터 떠오르는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와인을 출시하거나 와인 생산자와 협업해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샤넬 (Chanel)]
이미 보르도(Bordeaux) 포도밭 여러 개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랑 크뤼 와인 네고시앙으로 유명한 율리스 까자본느(Ulysse Cazabonne)를 매입한 샤넬. 마고(Margaux)에 있는 샤토 로장 세글라(Château Rauzan-Ségla), 생테밀리옹(Saint-Émilion)의 샤토 까농(Château Canon) 등을 갖고 있는데 그중 샤토 까농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샤넬이 소유하며 오가닉 포도 재배 농법을 도입해 2024년부터 오가닉 인증을 받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농법과 환경을 고려한 소비자 경향을 반영한 선택으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의 일환이기도 하다. 고품질 와인을 만들려는 노력이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데 한몫 하는 셈이다.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을 알긴 해도 샐 수 없이 회자한 코코 샤넬이 남긴 말이라고 전해진, “I only drink Champagne on two occasions, when I am in love and when I am not.”은 샤넬이 가진 정신을 보여준다. 사랑이 있든 없든 일상과 언제나 함께하는 샴페인은 명품이 가진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 감성을 건드린 이 문구는 여유로움과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며 와인과 하이엔드 제품의 연결고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돌체앤가바나 (Dolce & Gabbana)]
시칠리아 출신인 도메니코 돌체(Domenico Dolce)와 스테파노 가바나(Stefano Gabbana)가 이탈리아의 유수한 와이너리 중 하나인 돈나푸가타(Donnafugata)와 협업해 와인을 내놓은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꾸오르디라바 에트나 로쏘(Cuordilava Etna Rosso)의 레이블 디자인에 참여했는데 여기에 시칠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담았으며 이는 돌체앤가바나 2016년 여름 컬렉션과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병 레이블에 현혹돼 와인을 구매해 본 적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심미적으로 훌륭하니까. 게다가 럭셔리 패션 하우스와의 협업 제품은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으며 우리의 욕망을 자극한다. 단순한 호기심에도 마셔볼 수 있지만 브랜드 가치와 와인 품질을 연결해 생각하면 고급을 지향하는 삶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드러나기도 한다. 선물로도 제격 아닐까?
[베라 왕 (Vera Wang)]
우아하고 현대적인 웨딩드레스 디자인으로 유명 인사들의 찬사를 받는 베라 왕은 클라우디오 마네라(Claudio Manera)와 협업해 베라 왕 파티 프로세코(Vera Wang Party Prosecco)를 출시했다. 이탈리아 베네토(Veneto) 지역에서 수확한 글레라(Glera) 품종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으로 인생의 크고 작은 순간을 축하하고자 했다. 피노 누아가 들어간 빛깔 고운 로제도 나오는데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만큼 설레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와인 이름까지도 파티라 축하나 기쁨의 순간이 절로 떠오르는데 이것만큼 똑똑한 마케팅 전략이 있을까 싶다. 몸에 걸치는 옷에서 먹고 마시는 것으로 연장되며 삶 전반에 걸쳐 브랜드가 스며드는 느낌인데 화려한 병과 달리 가격은 꽤(?) 착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Brunello Cucinelli)]
고급 캐시미어 제품으로 유명한 패션하우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카스텔로 디 솔로메오(Castello di Solomeo)를 선보였는데 연간 약 9,000병 한정 수량으로 생산하는 와인으로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마찬가지로 품질과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쿠치넬리는 한 인터뷰에서 포도 재배를 하나의 예술로 여긴다고 말했는데, 이는 그가 무엇에 의미를 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캐시미어 제품처럼 와인을 만들기 위한 노동의 숭고함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장인의 헌신,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과 사랑을 와인에 불어 넣었다. 그 결과는? 이탈리아 토착 품종보다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그리고 카베르네 프랑을 넣은 (때에 따라서는 산지오베제를 블렌딩) 슈퍼 투스칸(Super Tuscan) 스타일 레드로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자연을 중요시하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어 기회가 닿는다면 마셔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