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인 리슬링 지역에 대한 올인원 가이드를 살펴보고 독일 와인 라벨 읽는 법을 알아보자.

리슬링은 알자스, 오스트리아, 뉴욕, 뉴질랜드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된다. 하지만 독일만큼 리슬링이 그 빛을 발하는 곳이 또 있을까?
독일은 리슬링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다. 리슬링의 정확한 기원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다양하지만, 독일이 이 포도가 수 세기 동안 번성해 온 중심지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독일에서 리슬링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435년 3월 13일 한 셀러의 기록을 통해 발견되었는데, 이 날짜가 리슬링의 비공식적인 생일이다.
리슬링은 와인계의 카멜레온 같은 존재로, 뿌리를 내리는 모든 지역에서 독특한 개성과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리슬링의 모든 스펙트럼이 드러나는 곳은 독일 뿐이다. 독일 떼루아의 복합성을 반영하는 독일 리슬링은 본 드라이 또는 트로켄부터 거의 단맛이 없는 파인허브(feinherb)와 농후한 스위트까지 다양하다. 독일 리슬링은 스틸과 스파클링 와인 모두 훌륭하다.
[독일의 주요 리슬링 지역]
리슬링은 서늘한 기후에서의 포도 재배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13개 와인 산지에서 햇빛 노출, 지형 및 토양의 복합적인 상호작용 덕분에 번성해 왔다.
모젤
모든 독일 리슬링 중 가장 상징적인 지역은 모젤로, 이곳은 Willi Schaefer, Joh. Jos. Prüm, Zilliken 등 전설적인 생산자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주로 아주 가벼우면서도 찌릿한 표현력을 지니는 모젤 리슬링은 극과 극의 대조적인 환경 조건에서 만들어진다. 와인 산지로 치면 극도로 북쪽에 위치하지만 모젤의 가파른 남향 경사면은 태양에 최대한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포도밭은 울퉁불퉁한 이판암으로 덮여 있어 이 돌들이 햇빛을 반사하고 열을 머금고 있다.

아내 수잔느와 함께 니더펠(Niederfell)에서 1711년부터 시작된 와이너리 루벤티우쇼프(Lubentiushof)를 운영하는 안드레아스 바르트는 “모젤 와인, 특히 카비넷의 깊이, 복합성, 라이트함은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이다.”라고 말한다.
라인가우
라인가우는 포도밭 규모가 매우 작지만, 귀족 혈통으로 역사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리슬링이 자라는 곳이다. 라인가우의 포도밭은 라인강과 마인강의 북쪽 강둑을 따라 뻗어 있으며, 이 지역 곳곳에 있는 많은 성과 수도원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남향의 포도밭은 강을 향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북쪽의 타우누스 산맥에 의해 북풍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호하임(Hochheim) 마을에서 8대째 돔데찬트 베르너(Domdechant Werner)를 운영하는 카타리나 마우리츠(Catharina Mauritz)는 모젤이나 팔츠에 비해 라인가우는 숙성이 일찍 시작되고 늦게 끝나는 편이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이곳의 리슬링이 ‘너무 거칠지 않은 산도’를 지닌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이라고 표현한다.
집중도 있는 미네랄리티, 드라이하고 탄력 있는 리슬링이 특징이지만, 이 지역은 보트리티스 곰팡이에 감염된 포도로 만든 스위트 리슬링의 뛰어난 복합미로도 유명하다.
라인헤센
라인헤센은 독일에서 가장 큰 와인 산지로, 한때 산업용 스위트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진원지였을 정도로 햇볕이 잘 비치고 비옥한 땅이 넓게 펼쳐져 있다. 오늘날 이 지역은 1990년대에 이곳에서 품질 혁명을 주도한 생산자들로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라인헤센 최고의 포도밭은 라인터라세/Rheinterrasse (‘라인 테라스’/‘Rhine Terrace’)의 붉은 사암 토양과 웅장한 로터 행/Roter Hang(‘붉은 경사’/‘Red Slope’)에 집중되어 있었다. Gunderloch, St. Antony, Kühling-Gillot와 같은 와인 재배자들은 이 지역의 명성을 되살리고 독일에서 가장 깊고 풍미 있는 리슬링을 생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편 Klaus-Peter Keller, Wittmann, Battenfeld-Spanier, Dreissigacker 등 스타 생산자들의 명성은 이 지역에 대한 대중들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팔츠
라인헤센의 남쪽부터 독일과 프랑스 알자스 국경까지 이어지는 팔츠는 독일에서 가장 건조하고 따뜻한 와인 재배 지역 중 하나이다.

독일 와인 전문가이자 미국의 수입 업체 데이비드 보울러 와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에반 스핑간(Evan Spingarn)은 북부 미텔하르트(Mittelhaardt)는 “Bassermann-Jordan, Dr Bürklin-Wolf, Müller-Catoir, Christmann 같은 유명 생산자들의 화려한 리슬링 와인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팔츠의 역사적인 중심지”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곳의 정신적인 지주와 같은 역할을 하는 지역은 북쪽으로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데, 이곳에서 쾰러-루프레히트(Koehler-Ruprecht) 같은 유명 생산자들이 황토와 석회암에서 재배된 포도로 배럴 숙성하여 만든 드라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라고 그는 말한다.
슈들리히 바인슈트라세(Südliche Weinstrasse), 즉 팔츠의 남부 지역은 “따뜻한 바람, 햇살, 과일 나무가 특징이며 독일에서 얻을 수 있는 지중해 분위기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Ökonomierat Rebholz와 Leiner 같은 주요 생산자가 있다.
나헤
산맥으로 거의 둘러싸인 곳에 자리 잡은 나헤 지역은 독일에서 가장 작은 와인 산지 중 하나이다. 이 지역은 거친 바람과 비로부터 보호받으면서도 모젤이나 라인가우에 위치한 포도밭보다 놀라울 정도로 시원하다.
나헤의 리슬링은 집중력과 매끈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 지역은 각기 다른 토양 유형에서 비롯되는 매우 다양한 리슬링 스타일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따뜻한 나헤 상부에 위치한 몬징겐(Monzingen)의 붉은 점판암은 “향신료와 톡 쏘는 산미와 함께 더 많은 과실미와 활짝 열려있는 느낌을 제공한다”고 가족 와이너리인 엠리히-쉔레버(Emrich-Schönleber)를 이끄는 베르너 쉔레버(Werner Schönleber)는 말한다.
쉔레버의 리슬링은 된호프 헤르만쇨레(Dönnhoff’s Hermannshöhle) 포도원의 회색 점판암과 화산암에서 생산되는 깨끗하고 순수한 캐릭터의 리슬링, 또는 서늘한 나헤 지역의 슐로스구트 디엘(Schlossgut Diel)의 부르베르크(Burgberg) 포도원에서 생산되는 리슬링의 스모키한 미네랄리티와는 대조를 이룬다.
[리슬링 와인 라벨 읽는 방법]
리슬링은 소믈리에, 평론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나 초보 와인 애호가가 독일 리슬링 라벨을 보면 발음하기 어려운 품질 분류와 포도밭 명칭만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드라이 리슬링과 스위트 리슬링을 구별하는 것조차도 벅찰 수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트로켄(trocken)이라고 표시된 와인은 잔당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드라이한 와인이다. 파인허브(feinherb) 또는 하프트로켄(halbtrocken)은 오프 드라이한 와인을 의미한다. 이러한 용어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알코올 함량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11.5% 이상 도수의 리슬링은 드라이하고, 알코올 함량이 11.5% 미만인 경우 도수가 낮을수록 와인의 맛이 더 달콤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독일 리슬링은 발효 후 와인에 남아있는 당의 양과 관계없이 수확 시 포도의 숙성도를 나타내는 명칭인 프라디카츠(Prädikate)에 따라 분류되었다. 카비넷(Kabinett)을 시작으로, 늦게 수확한 슈페틀레제(Spätlese), 그리고 아우슬레제(Auslese) 순으로 더 많이 숙성된 포도를 사용한다. 보트리티스의 영향을 받은 포도로 만들어 강렬한 단맛이 나는 와인으로는 베렌아우슬레제와 트로켄베렌아우슬레제가 있다. 아이스바인(또는 아이스 와인)은 포도나무에서 당분이 농축될 때까지 얼린 포도로 만든 매우 달콤한 와인이다.

오늘날 독일의 200여 고급 와인 생산자가 속해있는 독일 와인 생산자 협회인 VDP(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는 당도가 있는 와인만을 분류하기 위해 프라디카츠 시스템을 사용한다. 그러나 VDP에 속해있지 않는 생산자는 포도를 늦수확 후 드라이 와인으로 만들어진 와인 스타일에 슈페틀레제 트로켄(‘늦수확한 드라이 와인’)이라고 표기하는 등 드라이 와인에도 프라디카츠 시스템을 사용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프라디카츠와 함께 VDP 생산자들은 원산지의 특수성에 따라 와인을 분류하는 부르고뉴 모델을 채택했다. 구츠바인(Gutswein)은 VDP 품질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쪽에 자리하며, 부르고뉴 지역 와인과 유사하다. 오르츠바인(Ortswein)은 빌라주급 와인을 의미한다. 첫 번째 사이트를 의미하는 에르스트 라게(Erste Lage)는 부르고뉴의 프리미에 크뤼와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품질 피라미드의 맨 위에는 부르고뉴 그랑 크뤼와 비슷한 그로스 라게(Grosse Lage)가 있다. 드라이한 그로스 라게 와인은 큰 성장(great growth)를 의미하는 그로스 게벡스(Grosses Gewächs), 줄여서 GG로 표시된다.

많은 소비자들이 독일 리슬링은 일반적으로 스위트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드라이 와인을 선호하는 독일인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요즘 독일 리슬링은 대부분 드라이하다.

독일의 슈퍼 프리미엄 GG 와인의 명성은 실제로 대단하다. 그러나 많은 베테랑 독일 와인 애호가들에게 있어 독일의 다양한 떼루아를 가장 잘 표현하는 와인은 훨씬 저렴한 오르츠바인(빌라주) 카테고리이다.
작성자 Anna Lee Iijima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