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자주 먹는 간식이 구운 아몬드인데 그 고소한 맛과 은근한 포만감이 만족스럽다. 단호박을 쪄서 으깬 후, 마요네즈 조금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먹기 직전에 아몬드 슬라이스를 뿌리면 부드럽고 달콤한 단호박에 아몬드의 바삭바삭함이 더해져서 꿀맛이다. 또, 통아몬드를 감싸고 있는 초콜릿은 말해 뭐해!
아몬드, 하루에 얼마나 먹어도 될까? 찾아보니 하루 섭취 권장량이 20~25알. 혈당 지수는 낮은 편이지만 아몬드는 생각보다 칼로리가 높아 과도한 섭취는 금물이다. 불포화 지방산을 함유한 견과류로 단백질, 식이 섬유, 비타민 E, 비타민 D, 칼슘, 마그네슘, 망간 등이 들어 있다. 그러다 보니 혈당 조절, 심혈관 질환 예방, 피부 노화 방지, 뼈 건강 유지 등 그 효능이 꽤 있다. 다만, 무엇이든 과하게 먹지 않는 게 건강에 이롭다는 점. 그리고 생아몬드가 구운 아몬드보다는 영양소 파괴가 없어서 더 좋다고들 하지만 난 구운 아몬드가 주는 좀 더 강렬한 맛과 향을 포기하진 못하겠다.
아몬드 말고도 우리에게 친숙한 견과류로는 호두, 땅콩, 피스타치오(pistachio), 브라질너트(Brazil nut), 마카다미아(macadamia), 캐슈너트(cashew nut), 해바라기씨, 잣 등 정말 다양하다. 각기 다른 효능과 맛 그리고 향을 뽐낸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과하게 섭취할 경우 체중이 증가하거나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설사와 복통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완벽한 열매라며 한때 인기를 끌었던 브라질너트의 경우, ‘셀레늄의 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여기저기 눈에 많이 띄었다. 나도 구매해 먹어봤는데 아몬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다만, 기름기가 더 많게 느껴졌고 맛있다고 많이 먹으면 셀레늄 중독이 올 수 있다고 하여 하루에 1~2알만 먹었었다. 몸에 좋다고 무조건 많이 먹지 말고 하루에 권장량을 반드시 확인하고 조금 귀찮다면 하루 견과류로 포장된 믹스 견과류 상품도 있으니 활용해 봐도 좋다.
좋은 효능을 간직한 견과류는 와인과 즐길 수 있는 손이 가는 안줏거리다. 견과류마다 지닌 특색을 알고 있다면 이와 어울리는 와인을 고를 수 있다. 가령, 앞서 언급한 기름기가 느껴지는 브라질너트는 샴페인과 함께한다면 좋은 궁합을 보여줄 것이다. (물론, 샴페인은 대부분의 요리나 식품과 어울린다!) 아니면 저녁 식사 후 견과류와 포트 와인 한 잔을 즐겼던 것처럼 포트 와인과 먹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인과 마시는 자리에서 꼭 등장하는 게 피노 누아(Pinot Noir)인데 다들 호두나 아몬드를 찾곤 한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견과류이기도 하고 실제로 좋은 페어링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호두보다 아몬드를 선호하는데 호두 특유의 향이 피노 누아 아로마와 겹치면서 방해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 (사실, 좋은 와인엔 안주도 필요 없다!) 또, 플레인 크래커 위에 버터나 크림치즈를 바르고 아몬드와 말린 과일을 얹으면 간단하지만, 맛 좋은 핑거 푸드가 된다.
주로 한국, 러시아, 중국 등에서 자라는 잣은 어떨까? 두뇌 발달에 좋다고도 알려진 잣으로 만든 잣죽을 좋아한다. 담백하고 고소한 잣죽에는 샤블리(Chablis)가 좋겠다. 실제로 견과류 풍미가 느껴지는 샤블리와 함께하면 맛이 배가될지도.
소금을 넣어 짭짤한 견과류, 꿀이나 설탕을 코팅한 견과류, 색다른 시즈닝이 느껴지는 견과류 등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금기가 있는 견과류를 골랐다면 타닌은 적지만 산도가 있는 화이트를 고르면 된다. 가벼운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나 드라이한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정도가 좋겠다. 달콤한 견과류를 골랐다면 당도가 살짝 느껴지는 리슬링(Riesling) 정도가 어떨까? 물론 정해진 페어링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가장 즐길 수 있는 조합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으니 여러 조합으로 도전을 해봐도 좋다. 마지막으로 즐겨 먹는 와사비 시즈닝 견과류가 있는데 이게 맛도 향도 강해서 어떤 와인과 제일 잘 어울릴지 고민이 됐다. 샴페인은 당연히 어울리는 조합이라 제쳐 두고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와는 어떨지 궁금했다. 괜찮았지만 조금 더 꿀내음이 있는 와인이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독일 드라이 리슬링 말고 카비넷(Kabinett)이나 슈페트레제(Spatlese) 정도는 어떨까? 매콤한 맛을 누그러뜨려 줄 달콤한 와인 말이다. 그리고 리슬링의 산도는 시즈닝을 어느 정도 씻겨주는 역할도 하니 와사비 견과류를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여러분의 최애 견과류와 와인 조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