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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이하는 따뜻한 차

한낮 여름 흔적이 남아 있어도 아침저녁으론 옷깃을 여미게 되는 가을. 내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따뜻한 차가 들려 있다. 일교차 크고 부쩍 건조해진 날씨로 코와 목이 불편했는데 작년에 사둔 꿀 유자차를 꺼냈다. 달콤한 꿀과 어우러진 유자 건더기 서너 스푼에 방금 끓인 물을 붓기만 하면 완성되는 차. 한 모금 마시니 진짜 가을이구나 싶다.

출처: Rare Tea Company

여름에도 얼음 잔뜩 넣은 티나 티 에이드를 즐겨 마셨기에 가을에만 차를 찾는 것은 아니지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유독 따뜻한 차에 손이 가긴 한다. 차 종류도 어마어마한데 그중 쉽게 구매해 마셔볼 수 있는 차, 건강을 생각한 차 그리고 내 취향이 담긴 블렌딩 차까지 모두 소개한다.

건조해지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데 이때 내게 특효인 차는 유자차와 모과차다. 닮은 듯 다른 두 차는 마트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 따끈하게 마시면 감기 기운이 달아나는 느낌이 든다. 유자는 레몬처럼 비타민 C가 풍부해 면역력 강화 역할을 하며 소화 효소 분비를 촉진해 소화까지 잘 되게 한다고 하니 상큼한 유자라면 겨울을 나고도 남을 것 같다. 모과는 유자와 달리 특유의 향과 맛이 느껴지는데 나처럼 기관지가 약한 사람이 마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근육통, 관절통, 신경통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혹독한(?) 운동을 한 날에 마시면 꿀잠이 가능할 수도! 유자차나 모과차는 꿀, 설탕 등에 절여 만드는데 칼로리가 걱정된다면 (맛 보장은 할 수 없지만) 설탕 대체 차나 무설탕 차를 추천한다.

출처: Oh How Civilized

차(茶)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녹차가 아닐까? 다양한 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하더라도 쌉싸래한 녹차 풍미에 산화 상태나 가공 방법 등으로 나뉘는 백차, 홍차 등 골라 마시는 재미까지 탑재한 녹차는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티백부터 찻잎이나 가루 형태까지 골라 마실 수 있는데 급할 때는 티백 녹차, 향과 맛을 완전히 느끼고 싶을 때는 잎녹차 그리고 아이스크림에 뿌리거나 에스프레소에 섞을 때는 가루 녹차를 사용한다. 녹차는 강력한 항산화제 성분이자 폴리페놀 일종인 카테킨(catechin)을 함유하고 있어 세포 손상 방지, 혈압 및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체중 관리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녹차는 (일반적으로 커피보다는 함량이 낮지만) 카페인이 있어 카페인에 민감하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고 나서 자연스럽게 마시게 되는 차 중 하나가 녹차로 입안이 개운해지고 덤으로 체지방 감소 기능까지 있다고 하니 마셔야지!

출처: Unsplash

얼굴이나 몸이 잘 붓지 않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폭풍 검색해 찾아낸 게 호박 팥 차다. 수술 후 부기 완화 목적으로 마신다던 호박 차나 팥 차를 내가 애용하게 될 줄을 몰랐는데 이게 생각보다 맛있기까지 하다. 이쯤 되면 모든 차엔 항산화, 소화, 피부 미용 등의 효능이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이 들지만 부기 빼는데 효과를 본 나로선 믿음이 가는 상황이다. 호박은 체내 습기와 열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서 부종에 효과가 있는 것이고 단맛이 살짝 느껴지는 호박에 고소한 팥이 만나 환상 궁합을 보여준다. 팥은 이뇨 작용이 뛰어나기에 팥이 들어간 차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탈수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안 마셔봐서 모르겠지만 부기에는 효과가 있었다!

출처: Unslpash

히비스커스(Hibiscus) 유자차는 여름엔 시원하게 가을엔 따뜻하게 마시면 좋은 차다. 히비스커스 티백을 우리고 거기에 유자청을 넣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히비스커스는 하와이의 무궁화로도 불리며 화려한 색채를 띠는 꽃에서 추출한 강렬한 붉은 히비스커스차는 칼로리도 낮고 카페인도 없는 허브차다. 여기에 유자청 몇 스푼이면 색다른 블렌딩 티가 완성된다.

칼로리도 낮고 카페인도 없는 허브차 / 출처: Organic Facts

유명한 카페에서 내놓은 유자 민트차. 한겨울에도 애용하는 차인데 진정 및 두통 완화 효과가 있는 페퍼민트(Peppermint)가 들어가 있다. 집에서 만들기도 쉬운데 유기농 페퍼민트 티백을 잔뜩 사두고 당도를 조절해 가며 유자청을 넣으면 된다. 안 마셔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마셔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부드러우면서 균형 잡힌 느낌, 얼 그레이 자몽차 / 출처: Tealish

마지막으로 얼 그레이(Earl Grey) 자몽차. 내가 이전까지 마신 자몽 블렌딩 차에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English Breakfast) 티백을 주로 사용하던데 얼마 전 방문한 곳에는 얼 그레이 티백을 사용하더라. 당연한 이야기지만 맛이 완전히 다르더라! 잉글리시 브랙퍼스트가 홍차 찻잎만을 사용했다면 얼 그레이엔 베르가모트(bergamot) 에센셜 오일이 들어가 있다던데, 그래서일까? 강건하고 묵직한 느낌이 아니라 부드러우면서 균형 잡힌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자몽 과육이 온전히 느껴지도록 잘 만들어진 청의 역할도 한몫했을 테지만 이 조합은 꼭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고혜림
고혜림
사소하지만 취향 스민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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