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신선한 고등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고등어는 잡히자마자 죽을 정도로 성격이 급한 데다, 상온에 하루만 두어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생충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어 날것으로 섭취할 때는 주의가 요구된다.
후쿠오카는 일본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어장과 식탁 사이가 매우 가까운 도시다. 배가 들어오는 수산시장이 후쿠오카 중심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해 고등어를 가장 신선할 때 맛볼 수 있다. 더불어, 이곳에서 잡히는 고등어는 기생충이 회로 먹는 부위까지 침투하지 않아 날것으로 먹어도 비교적 안전하다. 후쿠오카에서 고등어만큼은 꼭 먹어 보아야 하는 이유다.
참깨와 고등어의 만남
고마사바
후쿠오카에는 고등어회에 참깨 소스를 버무린 음식이 있다. 참깨(고마)와 고등어(사바)를 함께 먹는다 하여 ‘고마사바’라 부르는 요리다. 고마사바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있지만, 해산물 요리 전문점이나 이자카야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

하카타역 근처 JRJP 하카타 빌딩에 위치한 ‘하카타 우오스케’는 각종 해산물 메뉴를 주력으로 하는 이자카야다. 점심에는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한 횟감으로 만든 회 정식을 먹을 수 있다. 물론 고마사바도 주문 가능하다.


흔히 고등어회는 비린내가 심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고마사바는 그런 선입견을 단번에 깨 버린다. 고등어의 우수한 선도와 회 위에 자작하게 곁들여져 있는 참깨 소스가 기름진 고등어 본연의 풍미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고소한 고등어에 고추냉이를 얹으면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밥반찬이나 가벼운 술안주는 물론, 따뜻한 오차즈케로도 안성맞춤인 메뉴다.
달콤짭짤 일본식 생선조림
누카다키 정식
후쿠오카 근교 기타큐슈의 고쿠라는 쌀겨를 활용한 발효 음식으로 유명하다. 쌀겨와 소금, 물 등을 넣고 섞은 ‘누카도코’에 채소를 절이는 ‘누카즈케’와 생선조림 ‘누카다키’가 바로 그것. 에도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음식인 만큼, 기타큐슈에는 대대로 누카도코를 보관하는 집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는 그 세월이 100년을 훌쩍 넘는 가정도 있다고.


후쿠오카에서 이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오호리 공원 앞 ‘하코 식당’을 방문해 보자. 이곳에서는 80년 전통의 누카도코를 사용한 누카다키 정식을 선보인다. 고등어와 돼지, 닭 날개 중 메인 요리의 식재료를 고를 수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고등어를 선택하고 잠시 기다리니 고등어조림과 함께 오이, 당근, 달걀, 곤약을 절인 누카즈케, 밥과 된장국으로 구성된 정갈한 한 상이 차려졌다. 누카즈케는 은은한 산미로 상쾌하게 입맛을 돋운다. 반면 누카다키의 캐릭터는 확실하다. 간장, 미림, 설탕의 짭짤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두드러진다. 살이 오른 고등어에 눅진하게 양념이 배어드니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건강한 한 끼를 제대로 먹고 싶은 날, 이보다 더 좋은 메뉴가 있을까.
고등어를 샌드위치로!
사바산도
좀 더 특별한 메뉴를 경험하고 싶다면 고등어가 들어간 샌드위치, 사바산도도 좋은 선택지다. 구운 고등어를 채소와 함께 빵 사이에 끼워 먹는 음식인데, 터키의 고등어 케밥과 비슷하다.

‘굿 타임 스모크스’는 바비큐와 수제버거를 전문으로 하는 맛집이다. 그릴을 사용한 사바산도를 판매하는 곳이기도 하다. 주문을 넣으면 즉시 주방 안쪽에 있는 스모커를 사용해 고등어를 조리한다. 이후 구운 고등어를 바게트 사이에 넣고, 채소를 듬뿍 얹어 감자튀김과 함께 낸다.

재료가 단순한 만큼 맛은 심플하다. 한 마디로, 자반 고등어를 빵과 함께 먹는 맛이다. 향이 강한 고등어에 빵을 곁들인다는 점이 처음에는 매우 낯설게 느껴졌는데, 훈연 향을 충분히 입힌 덕분인지 비리지 않고 고소했다. 의외로 빵이나 채소와도 잘 어울리는 맛이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익힌 고등어는 가시를 모두 발라내 먹는 데 불편함도 없다. 전반적으로 약간 짭조름해서 맥주 안주로도 제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