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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킬라? 아니, 메스칼!

테킬라와 비슷하지만 더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메스칼이 인기를 얻고 있다. 메스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 메스칼에 대한 이모저모를 파헤쳐 보자.


아가베 밭에 있는 메스칼 아마라스의 루이스 니노 데 리베라 / 사진 크레딧: Paul Caputo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의 햇살이 내리쬐는 계곡, 루이스 니뇨 데 리베라(Luis Niño de Rivera)가 주머니에서 마체테(machete) 칼을 꺼내어 커다란 아가베를 아주 정확하게 자르기 시작한다. 잎(pencas라고 불림)을 잘라낸 그는 식물의 심장인 피냐(piña)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피냐를 굽고, 발효 후 증류하면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테루아 중심의 증류주 중 하나인 메스칼이 탄생한다.

역사적으로 아즈텍인들은 아가베의 수액을 추출하여 밀키하면서도 도수가 높은 알코올 음료인 풀케(pulque)를 만들었다. 16세기에 스페인인들이 멕시코에 증류법을 도입하면서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메스칼이 탄생했고, 아가베의 문화적, 의학적, 영적 중요성이 더욱 확고해졌다.

수 세기 동안 메스칼은 가난한 사람들이 마시는 술이었다. 하지만 정통성이 묻어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여행 경험이 많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소량 생산되는 메스칼이 쏟아져 나왔다. 한 병에 수백 파운드가 넘는 제품도 있는데,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 많다.

[아가베란?]
아가베는 멕시코의 건조한 평야와 산악 지대에서 잘 자라는데, 메스칼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종류가 30가지 이상 존재한다. 덕분에 메스칼은 아주 다양한 범위의 향과 풍미를 드러낸다.

메스칼은 토양, 품종, 재배 조건, 생산 방식이 모두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증류주 중 와인과 가장 유사하다. 메스칼 아마라스(Mezcal Amaras)의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CEO인 데 리베라(De Rivera)는 메스칼을 ‘한 잔에 담긴 멕시코의 영혼’이라고 표현한다.


아가베 밭에 있는 메스칼 아마라스의 루이스 니노 데 리베라 / 사진 크레딧: Paul Caputo

아가베는 품종과 테루아에 따라 꽃이 피는 데 5년에서 30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품종은 매우 희귀하다. 예를 들어 토발라(Tobalá) 품종은 성숙되는 데 25년이 걸리고, 대부분의 경우와 달리 스스로 번식하지 못한다. 게레로(Guerrero)주의 높은 고지대 절벽에서 자주 발견되는 쿠프레타(Cupreata)의 경우 최대 15년이 걸린다.

많은 아가베 식물은 거친 지형에서 야생으로 자라며, 아는 사람들에 의해 채집되어 몇 리터의 증류주만 생산한다. 그 결과 일부 메스칼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메스칼은 싱글 몰트만큼이나 수집 가치가 높다.

대부분의 상업용 메스칼 생산에 사용되는 아가베 식물은 약 8년 후에 꽃을 피우도록 재배된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글로벌 시장의 변덕스러운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꽤 많은 양이라고 볼 수 있다.

[메스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수확한 피냐의 무게는 최대 90kg에 달한다. 전통적으로 땅을 파서 만든 커다란 원뿔형 구덩이에서 뜨거운 돌을 깔고 구워지는데, 이 과정은 며칠 걸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메스칼의 스모키한 향이 더해진다. 목재의 종류마다 다르게 타기 때문에 장작의 선택이 중요하다. 주로 오크가 선호되고, 메스킷(mesquite)은 훨씬 더 스모키한 스타일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큰 파인애플을 닮은 각 피냐를 으깨서 주스를 추출하는데, 종종 말이 끄는 커다란 돌 수레인 타호나(tahona)를 사용한다. 머스트(즙)는 야생 효모의 도움을 받아 커다란 나무통에서 며칠 또는 몇 주에 걸쳐 발효된다. 그다음 일반적으로 구리 또는 항아리 증류기에서 이중 증류한다.


굽기 전의 마구이(Maguey) 아가베 피냐 / 사진 크레딧: 블룸버그 크리에이티브 포토 / 게티 이미지

일부 생산자들은 세 번의 증류를 하기도 하지만, 데 리베라는 ‘증류 횟수를 늘릴수록 증류주가 중립적으로 변하여 향과 풍미를 잃게 된다.’고 전한다. 어떤 생산자들은 이 과정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여 보완하기도 하는데, 증류주 안에 생 닭가슴살을 매달아 넣어 고소한 향을 불어넣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라벨에서 ‘페추가(pechuga)’라는 단어가 있다면 이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작불에 구워진 항아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로스팅 및 발효 과정, 그리고 이 항아리 사용이 대대로 내려오는 메스칼의 양조 과정이다.

[메스칼과 테킬라, 그 차이점은?]
주로 할리스코(Jalisco) 주에서 생산되는 테킬라는 블루 웨버(Blue Weber)라는 한 종류의 아가베로만 생산된다. 라벨에 ‘테킬라’라는 용어를 표기하려면 주류의 발효 가능한 당분 중 최소 51%가 블루 웨버 아가베에서 추출되어야 한다. 믹스토(mixto) 테킬라는 아가베에 사탕수수 또는 옥수수 당분을 섞어 만든 것이고, 100% 아가베 테킬라는 당분을 첨가하지 않고 만든 것이다.

테킬라는 여러 가지 스타일로 생산된다. 블랑코(blanco/화이트) 또는 플라타(plata/실버)는 증류 후 바로 병입하는 테킬라이다. 호벤(joven/young) 또는 오로(oro/골드)는 일반적으로 숙성되지 않은 테킬라와 숙성된 테킬라를 혼합한 스타일이다. 레포사도(reposado/rested)는 오크통에서 최소 2개월에서 최대 12개월 동안 숙성된다. 아녜호(añejo)는 1년에서 3년 동안 숙성되고, 엑스트라 아녜호(extra añejo)는 3년 이상 숙성되어야 한다.


오악사카에 위치한 랜초 타니베트(Rancho Tanivet)의 아가베를 굽기 위한 구덩이 / 사진 크레딧: Paul Caputo

반면, 메스칼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는 10개 주이지만, 대부분은 오악사카(Oaxaca)에서 생산된다. 메스칼은 100% 아가베로만 생산된다. 30여 가지가 넘는 각 품종은 고유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단일 품종의 메스칼 또는 블렌드의 일부로 사용된다.

대부분의 메스칼은 어릴 때(호벤) 출시되지만, 테킬라처럼 숙성된 메스칼도 존재한다. 오크통에서 2~12개월 숙성한 레포사도(reposado)와 1년 이상 숙성한 아녜호(añejo)가 있다.

[지속가능성]
메스칼 애호가들은 매년 성장하는 메스칼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메스칼 산업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산업화는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테킬라의 급성장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다.

삼림 벌채, 생물 다양성 감소, 폐기물 처리 문제와 같은 환경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아가베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메스칼 1리터를 만드는 데 약 10리터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에는 물 부족도 중요한 문제이다.

글로벌 주류 회사들이 소규모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에 대한 비난도 있다. 메스칼레로(mezcaleros)로 불리는 소규모 생산자들은 관련 비용과 복잡한 규제를 준수할 수 없거나 준수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라벨에 ‘아가베 증류액’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크레딧: Pedro Pardo / 게티 이미지

[메스칼 마시는 방법]
영국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KOL의 수석 바리스타인 시메나 페르디곤(Ximena Perdigón)은 메스칼을 마시는 방법에 대해 “메스칼은 천천히 홀짝이면서,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술이다.” 라고 설명한다.

메스칼을 조금씩 음미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는 칵테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마가리타 같은 클래식 칵테일에 테킬라 대신 메스칼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최대 규모의 메스칼 컬렉션을 보유하는 마드레(Madre)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반 바스케즈(Ivan Vasquez)는 메스칼을 칵테일에만 사용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전한다.

산업화를 배제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진정성과 정통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메스칼은 와인만큼이나 흥미롭고 자극적이며 복잡한 세계로, 열성팬이 존재한다.

작성자 Paul Caputo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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