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에서 대전의 맥주 펍을 구도심권, 신도심권, 유성권으로 나누어 그중 구도심권과 신도심권을 중심으로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대전 유성권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유성권이라해서 대전 유성구를 하나로 묶긴 했지만 지역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유성구는 대전 땅의 1/3 정도의 크기에 대전 인구의 1/4 정도가 살 정도로 넓은 지역입니다. 펍이 있는 지역도 다양하고 그 지역 특색도 다릅니다.
노은동은 유성구 인구의 1/10이 살만큼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주거 지역입니다. 이곳에는 리틀탭이 있습니다. 도룡동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되어 각종 연구 기관이 밀집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홉홉라운지가 있습니다. 궁동과 어은동은 충남대학교와 KAIST 사이에 있는 동네로 대학가이기도 합니다. 궁동에는 더랜치펍, 어은동에는 멜팅펍이 있습니다. 대전 북부의 중심 동네는 관평동입니다. 이곳 또한 대덕연구개발특구 중 하나이면서 아파트도 많습니다. 이곳에는 두 개의 양조장 직영 펍이 있습니다.
[리틀탭]
노은동은 원래 대전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농촌이었는데,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신도시로 개발된 곳입니다. 현재 이곳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고급 주택 그리고 상업 시설이 들어서 인구 밀집 지역이 되었습니다. 노은동의 ‘핫 플레이스’인 노은역에서 100미터, 걸어서 2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 리틀탭이 있습니다.
리틀탭에 도착하면 구스아일랜드 브루잉의 거위와 두 개의 빨간 드럼통이 반깁니다. 리틀탭은 1, 2층으로 세로로 곧추 서 있습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바에 오손도손 둘러 앉은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니 이 펍의 존재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주변의 직장인이 회사 일을 마치고 들르거나 혹은 동네 주민이 집에 들어가기 직전에 긴장감을 내려놓고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시원하게 개방된 문 앞에 기역자로 뻗어 있는 바에 앉으니 그 여유로움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리틀탭에 혼자 간다면 1층 바를 추천해 드립니다(물론 둘셋이라도 상관없습니다). 혼자 가도 외롭지 않을 주인장의 넉살 좋은 입담과 도도한 고양이 태비가 있기 때문입니다. 태비는 엄마 잃은 고양이였는데 가끔 간식을 주는 사이였다가 이제는 정식 직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은 영업 팀장이라고.

리틀탭의 맥주는 엄선된 8개의 드래프트 맥주와 냉장고에 가득 찬 30여 개의 바틀로 되어 있습니다. 드래프트 맥주는 1년 혹은 1년 반 주기로 변경하고 있으며, 동네 주민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 위주로 채웠습니다. 반면 바틀은 주인장의 기호에 따라 선정하여 고도수 맥주나 한정판, 그리고 트렌드에 맞는 맥주로 다소 ‘매니악’합니다.
바에 앉아 플레이그라운드 젠틀맨 라거를 한 잔 마셨습니다. 정면을 바라보니 벽면의 인테리어에 한동안 눈이 즐겁습니다. 맥주와 관련된 각종 굿즈, 즉석 사진, 맥주 글라스 등이 혼돈 속에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리틀탭은 2024년에 9주년을 보냈고, 올해 10년째를 맞았습니다. 10년 동안 단 하루도 간판 불을 꺼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주인장은 1년 365일 저녁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언제든지 맥주가 생각나면 찾아달라고 말합니다.
[홉홉라운지]
대덕테크노밸리라고 하면 대전 유성의 첨단산업단지를 말하지만, 그중에서도 중심은 도룡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룡동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관공서뿐만 아니라 그들이 거주하는 주택 공간이 있는 동네입니다. 홉홉라운지는 이곳에서 2020년 10월에 오픈했습니다. 그해는 코로나가 시작한 해입니다.

취재를 위해 홉홉라운지에 방문한 시간은 오후 6시, 창문을 모두 개방하여 바깥의 신선한 공기와 밝은 빛이 들어오는 펍의 분위기는 다른 펍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밖으로는 나무 데크 위에 서너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고, 바깥과 경계가 모호한 내부에는 10개의 테이블과 40여 개의 좌석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습니다. 바에 앉아 주인장과 담소를 나누면서 같이 야구 경기를 봤습니다(다행히 같은 팀의 팬입니다). 스크린 옆에 기다란 수염을 가진 캐릭터가 눈에 띕니다. 펍의 이름인 홉홉(HopHopp)은 맥주를 만드는 식물 홉(Hop)과 ‘도약’이라는 의미가 담긴 독일어 홉(Hopp)에서 따왔는데, 캐릭터의 수염을 홉으로 그린 게 재미있습니다.

홉홉라운지의 맥주는 12개의 드래프트 맥주와 다양한 국내외 맥주로 채워져 있습니다. 드래프트 맥주는 클라우드처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부터 로덴바흐 프루티지처럼 다소 생소하지만 주목을 끌 만한 맥주까지 다양합니다. 샘플러를 주문하여 여러 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습니다. 바틀의 스펙트럼이 놀랍습니다. 국내의 크래프트 맥주에서 유명한 해외 양조장의 수입 맥주,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없는 람빅이나 트라피스트 맥주까지. 특히 다른 펍에서는 보긴 힘든 고가의 와일드 에일이 눈길을 끕니다. 옥스보우(Oxbow) 브루잉의 와일드 에일 5종이 있어 그중 하나를 마셔봅니다.

홉홉라운지가 다른 펍과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은 음식입니다. 과거 브런치 가게를 운영했던 경험에서 나온 음식의 질은 확실합니다. 저는 멕시코 풍의 스튜인 칠리 콘 카르네를 주문했는데, 다른 펍에서는 절대 경험해 볼 수 없는 음식입니다. 평소에는 페스츄리 시금치 피자를 즐겨 먹습니다. 홉홉라운지는 점심에 직접 만든 수제 커리를 판매합니다. 이 수제 커리는 코로나 시기를 이겨 내기 위해 내놓은 비밀병기였는데 아직까지도 인기가 좋습니다.

[멜팅펍]
대전에는 충남대학교와 KAIST라는 큰 대학 두 개가 갑천을 아래에 두고 H자 지형으로 놓여있습니다. 그 H자의 아래 빈 공간에 해당하는 곳이 궁동과 어은동입니다. 궁동은 충남대학교의 대학가, 어은동은 KAIST의 대학가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두 동네의 모습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궁동은 90년대 이후 대전에서 가장 번화한 대학가로 발전한 반면, 어은동은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도 많이 찾는 동네로 발전했습니다.
어은동의 한쪽 끝, 길을 건너면 궁동에 이르는 곳에 멜팅펍이 있습니다. 멜팅펍은 2013년에 오픈했으니 올해로 딱 열 두 해가 지났습니다. 한국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슬슬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때입니다.

바깥에서 멜팅펍을 보면 다소 고전적인 모습이 눈에 띕니다. 입구에 늘어선 여러 맥주들의 간판들도 그렇고요. 스텔라 아르뚜아, 바이엔슈테파너, 하이네켄, 구스 아일랜드 등. 내부를 들어서면 다시 맥주 간판들이 반갑습니다. 이번에는 버드와이저, 기네스, 제주맥주 등의 간판들이 보입니다. 멜팅펍의 내부는 나무로 되어 아늑합니다.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는 공간은 공간마다 개성이 있어 어디에 앉을지 망설이게 됩니다. 6~7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작은 바도 보이고, 입구의 좌우로 공간이 분리되어 자리 잡은 테이블도 보입니다. 정면에는 스크린을 옆에 두고 오손도손 앉을 수 있는 소파 자리도 있습니다. 어디에 있어도 개성을 느낄 수 있고 주변의 소품 하나하나까지도 그 개성과 조화를 이룹니다.

멜팅펍의 맥주는 10개 남짓의 드래프트 맥주와 10여 종의 크래프트 맥주로 채워져 있습니다. 드래프트 맥주는 간판에 있었던 그 맥주들로 모두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유명 맥주입니다. 크래프트 맥주는 대부분 바틀로 채워져 있는데, 미국 양조장과 한국 양조장의 맥주가 주를 이룹니다. 아트몬스터, 고릴라 브루잉, 와일드 웨이브의 맥주가 보입니다.

멜팅펍은 맥주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맥주 애호가들이 즐기기 위한 공간도 아닙니다. 대신 주변의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모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과 맥주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펍]
대전과 주변에는 3개의 맥주 양조장이 있습니다. 대전 정림동에는 더랜치브루잉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고, 최근에는 대전 오류동에 대전양조장이 생겼습니다. 대전에 있었다가 공주로 이전했던 바이젠하우스는 최근 공장 가동을 멈추었습니다. 대신 맥주는 더랜치브루잉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개의 맥주 양조장의 직영 펍이 모두 유성에 있습니다. 궁동에는 더랜치브루잉의 직영펍인 더랜치펍이, 관평동에는 대전양조장의 직영펍인 비어잇슈와 바이젠하우스의 직영펍이 있습니다.

[대전의 크래프트 비어 펍]
유성 권역
- 노은동 #리틀탭 @littletapbeer
- 도룡동 #홉홉라운지 @hophopp_lounge
- 어은동 #멜팅펍 @melting_pub
- 궁동 #더랜치펍 @theranchpub
- 관평동 #비어잇슈 @daejeonbrewery_official
- 관평동 #바이젠하우스 @weizenhaus_gp
- 어은동 #히란야
- 관평동 #바틀샵오프너 @in6970
신도심 권역
- 둔산동 #크래프트피피 @craft_peepee
- 둔산동 #에잇마일 @8mile_pizza
- 갈마동 #한잔비어 @hanjan_beer
구도심 권역
- 대흥동 #두탭스 @dotapscraft
- 오류동 #브루잉풀 @brewing_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