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로고가 바뀐 앱 서비스들이 참 많다. 네이버 지도, 배달의민족, 오늘의집, 쏘카 등 자주 쓰는 서비스들이 로고를 바꿨다고 하니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로고를 바꾸는 건 매우 큰 돈이 드는 작업이다. 다들 “왜 로고 바꾸는데 맨날 몇 십 억이 들어?”라고 하지만 디자인 자체보다는 기존에 있던 것들을 ‘바꾸는 것’에 돈이 든다. 일례로 과거 대한민국정부 로고 교체할 때 60~70억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로고가 박힌 건물, 표지판 등을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이 로고를 바꾸는 이유는 단순히 겉모습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로고는 그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을 간결하게 압축한 시각 언어다. 디자이너가 예쁘게 바꾸고 싶다고 바꾸는 일은 사실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리브랜딩은 새로운 전략적 전환점과 함께 이뤄진다. 브랜드가 표방하는 가치가 달라지거나,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거나, 소비자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싶거나. 로고 변경은 일종의 ‘선언’인 셈. 올해 바뀐 국내 앱 서비스들을 훑어보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자.
쏘카
쏘카는 2019년에 리브랜딩을 했고, 올해 7월 6년 만에 로고를 바꿨다. 원래 ‘쏘카 = 차를 빌리는 서비스’였다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로 확장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던 것. 어디까지 확장할진 모르겠지만 자전거나 KTX 등 대중교통 연계, 중고차 거래, 자동차보험, 주차장 연계 등 비즈니스적으로 가능성이 크다.

2019년의 로고도 좋았다. 바닥의 주차 라인을 표현한 듯한 프레임이 단순하지만 명쾌했고, 방향을 가리키는 것처럼 표현할 수도 있고, 속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리브랜딩은 교차되는 도로를 표현해 이동성을 표현했다. 언뜻 보면 S인가? 싶은 느낌도 든다. 하늘색에서 진한 파란색이 되어 좀 더 강렬해진 것 같기도.


네이버 지도
지난 11월 네이버 지도도 로고를 바꿨다. 지도 앱의 본질인 ‘길 찾기’를 넘어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앱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미. 이 변화는 이미 체감하고 있어서 그런지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미 네이버 지도에서 식당 예약도 하고, 리뷰도 남기고, 식당 쿠폰도 받고 있었으니.

네이버 지도의 슬로건은 “Map Your Journey, 모든 여정의 시작”이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가, 등대의 빛이, 열기구가 지도 핀이 되는 짧은 영상도 만들었다. 형태적으로 그냥 그라데이션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아주 단순하게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다.

배달의민족
로고 바꿀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사용자의 반발이다. 사람들은 로고를 매일 무의식적으로 보고, 사용하고 익숙해진다. 그런데 그 익숙한 로고가 어느 날 갑자기 바뀌면 사용자 입장에선 내가 아는 브랜드가 나 모르게 바뀐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마치 오랜 친구가 얼굴을 바꾸고 내 앞에 나타나는 느낌이 들고 심하면 배신감까지 들 수 있는 것. “그렇게까지 바꿔야 했어…?” 같은 혼란이다.
배달의민족은 7월부터 로고를 벗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음 주쯤 로고를 바꾸나보다 했는데, 무려 11월에 완전히 벗겨졌다. 로고 변경을 4개월에 걸쳐 보여주다 보니 사용자들은 그렇게 충격받지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나는 “이제 제발 새로운 로고로 보여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점진적으로 4개월에 걸쳐 앱 아이콘을 벗기는 방식은 참 영리하고 위트 있는, 배민다운 방식이었다고 느껴진다.

바뀌는 것에 대한 충격은 적었지만 아쉬운 마음은 든다. 2012년부터 배민은 한나체를 비롯해 ‘조형성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서체들을 만들어왔고, 배달이 캐릭터는 손으로 직접 깎아 어설프고 정감 가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이런 친근하고 위트 있는 감성을 놀랍도록 일관성 있게 지켜온 브랜드 중 하나.

새로운 로고는 더 선명한 민트색에 도로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배’를 만들었다. 이번 슬로건이 “세상 모든 것이 식지 않도록” 인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빠른 배달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미 배민 앱 안에서는 배달이 캐릭터들과 한나체가 깨끗하게 사라진 상황. 앞으로 어떻게 연결된 브랜딩을 전개할지 궁금해진다.

오늘의집
지난 10월 오늘의집도 로고를 바꿨다. 하늘색에서 조금 더 선명한 파란색으로 바뀌었고, 집 모양을 유지하면서 둥글둥글해졌다. 기존엔 인테리어에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 다른 예쁜 집 꾸민 사람 구경할 수 있는 곳 정도였다면 지금은 오늘의집에서 시공도 하고, 견적도 내고, 청소도 하고 집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 이번 리브랜딩도 자연스러운 변화로 보인다.

브랜드 캠페인의 슬로건은 “모두, 오늘의집에 산다”. 간결하고 직관적인 메시지다. 집 모양 프레임으로 다양한 집과 질감을 담을 수 있어 확장성 있는 시스템이 되었고, 둥글둥글 귀여운 느낌도 든다.


그 외에도 로고를 바꾼 곳은 많았다
올해 많은 서비스들이 로고를 바꿨다. 네이버 밴드, 숨고, 네이버 블로그, 크몽 등 기업의 노고가 느껴진다. 바뀐 건 로고 하나처럼 보일지 몰라도, 리브랜딩과 함께 서비스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왜 바뀌는지 알아보면 더 깊게 그 브랜드를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