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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오리와 와인 페어링

가장 상징적인 중국 요리 중 하나인 북경오리와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이 있을까?

홍콩 지더 가든(Zither Garden)에서 팬케이크, 채소, 소스와 함께 제공되는 북경오리. 이미지 크레딧: South China Morning Post / Getty Images

[북경오리: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중국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인 북경오리는 한때 명나라(1368~1644년)의 황실 요리였다.

바삭한 황금빛 갈색 껍질과 풍부한 지방층을 지닌 구운 오리가 이 요리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아주 얇은 팬케이크와 채 썬 오이, 파를 곁들여 먹는다. 소스로는 해선장(호이신 소스), 설탕이 곁들여진다.

정통 중국 레스토랑에서 북경오리를 즐기게 되면, 셰프가 눈앞에서 뜨거운 오리를 능숙하게 썰고(사진 찍을 시간도 충분히 주면서), 잘 구워진 껍질과 육즙이 가득한 고기를 접시에 한 겹씩, 때로는 따로따로, 가지런히 담아 제공해 줄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은 노릇노릇하고 기름진 껍질만 따로 설탕에 찍어 달콤하고 바삭한 식감을 먼저 즐기는 것이다. 그다음 껍질, 고기, 채소를 조금씩 덜고, 해선장을 살짝 바른 후 팬케이크로 싸서 한입 크게 베어 먹는다.

육즙 가득한 오리고기, 달콤하고 감칠맛 나는 소스, 그리고 채소의 신선함이 얇은 반죽에 담겨 한입 가득 만족스러운 맛을 선사한다.

[피노 누아만이 페어링의 유일한 답일까?]
북경오리와 어울리는 와인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많은 와인 전문가들이 피노 누아를 추천할 것이다. 섬세한 과실향, 부드러운 타닌, 중간 정도의 바디감이 그 이유이다.

단순히 구운 오리만 생각한다면, 이에 어울리는 와인에 대한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 후추 향이 특징인 시라, 로제 샴페인, 오크 숙성 샤르도네 등 신선한 산도가 기름기를 잡아주는 와인이 잘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북경오리에는 해선장과 설탕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소스들을 제외하면 위 와인들도 훌륭하지만, 소스까지 고려한다면 더 세심한 페어링이 필요하다.

중국계 최초의 마스터 오브 와인인 제니퍼 도허티는 “피노 누아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북경오리에 피노 누아를 페어링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그녀는, 피노 누아가 북경오리의 기름지고 풍부한 질감과는 잘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녀가 추천하는 최고의 페어링은 슈페틀레제 리슬링이다. “잔당이 높고 산미가 좋은 이 와인이야말로 북경오리의 오리고기, 그리고 소스와 완벽하게 어울린다.”

레드 와인의 경우 도처티는 잘 익은 클레어 밸리 쉬라즈나 균형 잡힌 크로즈-에르미타주 시라를 추천하는데, 미세한 타닌과 강하지 않은 산도가 핵심이다.

[중국 와인은 어떨까?]
중국의 달콤하고 과실미 넘치는 메를로, 시라/쉬라즈, 말벡도 좋은 선택이다. 특히 닝샤(Ningxia), 신장(Xinjiang)처럼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나온 와인은 해선장과 잘 어울린다.

요즘 주목받는 품종인 마르셀란(Marselan) 역시 좋은 옵션이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그르나슈의 교배종으로, 중국 와인의 차세대 품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역시 오크 풍미보다는 과실미 중심의 스타일을 고르는 것이 좋다.

조금 색다른 페어링을 원한다면 중국 랴오닝성 환런(Huanren) 지역에서 생산되는 아이스와인에 도전해 보자.

생산량은 많지만 수출이 거의 되지 않는 이 와인은 복합적이고 고급스러운 풍미와 함께 뛰어난 우아함을 자랑한다. 적절히 칠링된 상태에서 마시면 오리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전체적인 미식 경험을 끌어올려 줄 것이다.

작성자 Sylvia Wu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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