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는 밀, 호밀, 옥수수, 감자, 완두콩 등 다양한 원재료로 증류할 수 있는데, 과연 그 결과물은 어떤 차이를 보일까?
보드카는 최근 몇 년 동안 조용히 진화되고 있다. 모두의 관심이 진(gin)에 집중되는 동안 보드카 생산자들은 포커스를 바꾸었다. 그동안은 보드카를 증류하고 여과하는 횟수에 집중해 보드카 특유의 캐릭터를 많이 제거했다면, 요즘은 보드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에 초점을 맞추고 그 개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크리스탈 헤드 보드카(Crystal Head Vodka)의 영국/유럽 시장 매니저이자 브랜드 앰배서더인 Chris Baldwin은 “보드카의 기술은 원재료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깨끗함을 살려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보드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는 무엇이며 어떤 특징이 있을까?
보드카는 알코올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재료, 즉 전분과 당분을 함유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데, 대부분 곡물과 감자로 만든다.
[보드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보드카는 그 자체로 중성 증류주이다. 먼저 원료를 발효시켜 워시(wash)라고 하는 저알코올 액체를 만든다. 그런 다음 이 워시를 컬럼 스틸(column still, 연속적으로 가동되어 액체의 증발과 응축을 반복하는 기계)을 통과시켜 알코올 도수 약 95%의 증류주를 생산한다. 일부 생산자는 그 후 물을 사용하여 액체의 알코올 도수를 약 50%까지 조심스럽게 낮추고, 이 증류주를 팟 스틸(pot still)에 넣어 더 부드럽게 만든다.
팟 스틸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결과물은 숯과 같은 재료를 통해 걸러지고 약 40%의 알코올 도수까지 희석된다. 여과는 증류주를 물과 섞기 전 또는 후에 할 수 있다.
보드카를 이렇게 높은 도수의 알코올로 증류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향과 기타 특징이 제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자는 중립적인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 여러 가지 다른 요소를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감자, 밀, 완두콩으로 다양한 보드카를 생산하는 스코틀랜드의 증류소인 Arbikie는 세 가지 보드카 모두에 비교적 중성적인 동일한 효모 균주를 사용한다. Arbikie의 마스터 증류사인 Kirsty Black은 “발효 시에는 특별한 향을 내지 않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향 화합물만 생성하는 효모 균주를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품질의 중요성]
그러나 이러한 중립성에도 불구하고 보드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이 부여될 수 있다.
Baldwin은 양질의 원재료를 사용하는 경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나치게 증류해서는 안 된다. 크리스탈 헤드 오리지널은 비교적 짧은 4열 증류를 통해 생산된다.” 반대로 옥수수 과당 시럽과 같은 저품질 원료로 만든 보드카는 “여러 개의 컬럼 증류기를 통해 길고 연속적인 증류”를 거치게 된다.
폴란드 동부에 위치한 쇼팽(Chopin) 증류소에서는 감자, 호밀, 밀로 만든 세 가지 보드카를 만든다. 쇼팽 보드카의 설립자이자 CEO인 Tad Dorda는 “우리는 순수한 보드카만의 풍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 재료가 최종 제품에 가져다주는 다양한 풍미에 집중하기 위해 단일 재료 보드카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 이제 이 다양한 재료들이 어떤 스타일의 보드카를 탄생시키는지 살펴보자.
[밀]
보드카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재료인 밀은 러시아 보드카에 주로 사용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밀을 사용한 보드카를 찾아볼 수 있다. 밀 보드카는 일반적으로 마시기 편한 스타일이다. “겨울 밀은 부드럽고 깔끔하며 바닐라와 시트러스 향이 나는 클래식한 보드카를 만들어낸다.”고 Konik’s Tail의 창업자 Pleurat Shabani는 말한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겨울 밀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앱솔루트 그룹의 농업 기술자인 Marcus Lundmark는 “겨울 밀은 가을에 파종되어 겨울을 나고 여름에 수확된다. 단단하고 전분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어 보드카 생산에 중요하다.”라고 설명한다.
Try: Absolut, 스웨덴
대표적인 보드카 브랜드 중 하나인 앱솔루트는 스웨덴 남부 Åhus에서 재배한 겨울 밀을 사용해 만든다. 아이싱 슈가의 달콤함, 캐러멜, 흰 빵, 캐슈너트, 잣, 시원한 아니스 풍미가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알코올 도수 40%.
[호밀]
호밀 보드카는 호밀빵과 마찬가지로 깊은 풍미와 스파이시함을 지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Shabani는 “호밀 보드카는 풀바디에 아니스의 신선함과 흰 후추 향이 나고, 스파이시함과 오일리한 질감을 보여주며 개성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호밀 보드카는 폴란드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Dorda는 “호밀은 보드카에 개성을 부여하며, 호밀 보드카는 폴란드 보드카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Try: Chopin Rye Vodka, 폴란드
폴란드의 호밀 보드카 특징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바닐라 쇼트브레드 비스킷의 달콤한 향으로 시작해서 버터를 듬뿍 바른 바삭한 호밀 빵, 흰 후추, 약간의 회향, 사과 아로마가 더해진다. 알코올 도수 40%.
[보리]
“보리 보드카는 밀 보드카보다 더 아로마틱하다.” 스코틀랜드의 보드카 브랜드 X Muse의 공동 창립자이자 브랜드 디렉터인 Vadim Grigoryan은 말한다. 그는 X Muse 팀이 보리 품종으로 실험했을 때 “그 풍미가 얼마나 다르던지, 매우 놀랐다.”고 전한다.
보리 보드카는 일반적으로 크리미한 단맛과 몰티한 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Grigoryan과 함께 한 시음 결과 매우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X Muse는 현재 증류용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재배되는 보리인 콘체르토(Concerto) 품종 대신 플루마지 아처(Plumage Archer)와 마리스 오터(Maris Otter) 품종을 혼합하여 과실미와 미네랄리티가 결합된 제품을 생산한다.
Try: X Muse, 스코틀랜드
두 가지 전통적인 보리 품종을 블렌딩하여 만든 이 보드카는 곡식 풍미를 은은하게 자아낸다. 몰트 비스킷, 캐러멜, 사과, 연유, 마카다미아 풍미와 함께 실키한 입안에서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깔끔하게 스트레이트로, 혹은 마티니 형태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알코올 도수 40%.
[옥수수]
옥수수 보드카에 관해서는 “우선 옥수수와 옥수수 과당 시럽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Chris Baldwin은 말한다. “요즘들어 더욱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옥수수 과당 시럽은 옥수수 시럽으로 만든 인공 설탕으로, 옥수수에서 나온 것은 맞지만 가공이 많이 이루어진, 본질적으로 고수익, 저비용의 원료이다. 양질의 생산 공정을 거친 고품질의 옥수수가 더 크리미하고 달콤한 바닐린 특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옥수수 보드카는 북미에서 생산된다.
Try: Crystal Head, 캐나다
캐나다의 Newfoundland에서 피치 앤 크림으로 알려진 다양한 종류의 옥수수로 생산되는 크리스탈 헤드의 오리지널 보드카는 크리미한 질감과 바닐라, 버터, 옥수수, 오렌지와 레몬 제스트의 풍미를 자랑한다. 알코올 도수 40%.
[감자]
“보드카의 목표는 풍미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질감과 목 넘김이 매우 중요하다. 감자로 만든 보드카는 바로 이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우리의 [Arbikie] 감자 증류주는 후추와 향신료 힌트와 함께 입안에서 실크처럼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을 안겨준다.”라고 Black은 설명한다.
감자는 보드카를 만들기 까다로운 재료로, 발효 전 깨끗이 씻고 익혀야 한다. 감자는 상하기 쉽기 때문에 타이밍도 매우 중요하다. Dorda는 “감자 증류를 위해서는 아주 정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자 보드카는 주로 폴란드에서 많이 만들어졌지만 최근에는 다른 나라, 특히 영국의 Chase와 Arbikie 등의 브랜드도 눈에 띄고 있다.
Try: Arbikie Tattie Bogle, 스코틀랜드
Arbikie 농장에서 재배한 Maris Piper와 Cultra 감자로 만든 Tattie Bogle 보드카는 사과, 머랭, 블랙베리 아로마가 풍부하고, 입안에서는 블랙베리, 크림, 후추 풍미가 느껴지며 드라이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알코올 도수: 43%.
[다른 옵션]
포도, 포도 껍질, 쌀, 아가베, 심지어 우유와 같은 다양한 원료로 만든 보드카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최근에는 완두콩으로 만든 보드카도 몇 가지 출시되었는데, 이러한 트렌드의 주 요인 중 하나는 완두콩이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Arbikie는 완두콩으로 만든 그들의 Nadar 보드카가 한 병당 1.5kg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사실을 측정했다. Nadar와 Pod 완두콩 보드카를 시음해 본 결과 두 제품 모두 식물성 향과 풍미를 자랑하며 그 자체로 독특한 카테고리를 형성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진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Try: 5 Pod, 영국
Pod는 독특한 식물성, 풀 향이 돋보이는 완두콩 보드카로, 필자가 지금까지 접한 보드카 중 가장 와일드한 캐릭터를 지녔다. 피망, 아가베, 테라코타, 풀의 풍미와 기분 좋은 단맛이 블러디 메리 또는 김렛 칵테일과 잘 어울릴 것이다. 알코올 도수 40%.
작성자 Laura Foster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