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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어떻게 모든 곳에 등장하게 되었나?

요즘 AI가 반영되지 않은 서비스를 찾는 게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AI는 대체로 ✨반짝이로 표현됩니다. 요즘 많이 광고하는 Galaxy AI와 Gemini를 보면 아예 로고 자체가 반짝이더라고요.

이 흐름이 시작된 지 벌써 2~3년이 지난 것 같아요. 2022년 ChatGPT로 인해 IT 업계에 대격변이 일어나면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에 AI 기능이 도입되었고, 디자이너들은 대체 어떤 아이콘으로 AI를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반짝이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정말 모든 곳에 반짝이가 있죠. Slack과 Asana AI, Figma AI, ChatGPT Plus, 구글 스프레드시트 AI 요약, 포토샵의 이미지 생성뿐만 아니라 AI가 있는 거의 모든 곳에는 반짝이가 있습니다.

보다 보니 이 반짝이는 형태는 어디서 나온 건지 참 궁금합니다. 단순히 ✨ 이모지에서 출발한 걸까요? 언제부터 우리는 반짝이를 이 형태로 사용하게 됐을까요? 원래 반짝이는 별을 의미했던 걸까요?

[우주에서 온 반짝이?]
반짝이는 일단 실제 별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해서 알아봤습니다. 조금 진지한 접근이긴 한데, 천체망원경으로 찍은 별 사진을 보신 적이 있다면 반짝이 이모지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출처: 위키피디아

실제로 별이 저렇게 방사형으로 빛나는 것은 아니고요. 빛이 망원경의 지지대나 가장자리와 같은 장애물에 부딪혀 회절되면서 여러 갈래로 쪼개진 것처럼 보인다고 해요. 이를 회절 스파이크(Diffraction Spike)라고 부릅니다. Sunstar 현상, Starburst 현상이라고도 부르고요. 밝은 광원으로부터 방사되는 선의 형태는 보조 거울을 지지하는 스파이더 베인의 수와 배열, 지지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가지가 4개, 6개로 뻗을 수도 있고 8개로 뻗을 수도 있습니다.

더 신기한 현상은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때도 회절 스파이크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출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우리의 수정체에는 ‘봉합선’이라고 불리는 작은 구조적 결함이 있는데, 빛이 수정체를 통과할 때 봉합선 주위에서 회절된다고 합니다. 호이겐스 원리(Huygens’ Principle)에 따르면 빛은 파동이기 때문에 작은 간섭 구조에서 회절이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균일한 매질에서는 발생하지 않지만 천체 망원경의 지지대나 가장자리, 수정체의 봉합선 같은 곳에서는 굴절된다는 것이죠. 인간의 눈으로 볼 때 회절 스파이크처럼 방사형 빛살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가끔 빛이 번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잖아요?

출처: allaboutvision.com

[만화에서 온 반짝이]
조금 더 직접적인 기원을 찾자면 일본 만화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8갈래로도 쪼개질 수 있지만 조형적으로 4갈래일 때 여러 개를 효과적으로 겹칠 수 있으니 최소 개수로 표현된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출처: japanesewithanime.com

반짝임을 나타내는 표현은 일본 대중문화에 오랜 역사가 있는데요. 뭔가 빛나거나 반짝이는 것을 표현하는 효과를 키라키라'(キラキラ)라고 부르고, 캐릭터의 눈동자나 특별히 아름다운 장면을 강조할 때 사용합니다. 1970-80년대에 들어서면서 ‘귀여움’을 나타내는 시각적 코드로 자리 잡았는데, 캐릭터가 원하는 것을 보았거나, 좋아하는 것, 멋진 것을 보았거나, 놀라운 것을 보았을 때 반짝이는 눈동자 효과를 썼다고 해요.

1999년, 일본의 통신회사 도코모는 문자 기반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이모지’라는 것을 처음으로 만들었는데요. 시게타카 쿠리타가 디자인한 176개의 이모지 중에서 반짝이는 ‘새롭고 특별한 것’을 상징했다고 합니다. 아래 이미지의 좌측 하단 보시면 자그마한 반짝이를 볼 수 있어요. 176개의 그림 문자를 만들 때 ‘반짝이’가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일본에 자리 잡은 중요한 대중문화였기 때문이겠죠? 더 중요한 시각적 상징도 있었을 텐데 반짝이가 포함된 것이 참 신기합니다.

이미지 크레딧: Shigetaka Kurita, NTT DOCOMO

이 이모지는 2010년 유니코드 6.0에 추가되면서 전 세계의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짝이의 정식 명칭은 “Sparkles”이며, 유니코드는 U+2728입니다.

출처: emojipedia.org

[반짝이, 디지털 시대의 마법이 되다?]
디지털 세상에서 반짝이의 존재는 1990년, 포토샵 마법봉과 함께 강화됩니다. 디자이너라면 포토샵에서 아주 자주 사용했을 기능인데요. 이미지에 마법봉을 클릭하면 비슷한 색상 영역을 잡아줍니다. 원래는 일일이 지우개로 지우거나, 노가다로 영역을 선택해야 했는데 마법봉 하나로 정말 쉬워진 거죠. 물론 이것보다 더 예전부터 사용된 적이 있겠지만, 널리 알려진 것이 이때부터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아주 옛날의 포토샵 마법봉 → 비교적 현대의 마법봉

사실 디지털 세상의 다른 아이콘들과 비교하면 마법봉이 상대적으로 모호하기는 합니다. 시계, 달력, 문서, 폴더, 돋보기, 휴지통 등과 비교하면 마법봉은 대체 무슨 기능일까 싶죠. 하지만 그만큼 새로움, 신비로움, 빠름, 편함 등 모호하지만 ‘더 좋은 것’을 표현하기에 가장 예쁜 선택지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편집의 맥락에서 반짝이는 점점 역할을 확대해 갑니다. 자동으로 톤을 보정한다거나, 마법봉처럼 빠르게 선택하게 해주는 등 사용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모든 기능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이미지 혹은 영상 편집에 특화되어 ‘필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기도 했습니다.

왼편 위부터 순서대로: 아이폰 기본 이미지 편집 기능,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이미지 필터, 스냅챗의 보정 기능

그리고 모든 종류의 번거로운 일을 ‘자동으로’ 해주거나, 개인화된 기능이거나 뭔가를 아주 빠르게 원클릭으로 해주는 기능이라면 반짝이를 붙이게 됐습니다. ‘스마트’가 붙는 기능에도 붙게 됐고, 나중에는 프리미엄 멤버십이나 전용 혜택 등 ‘특별함’을 드러내는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반짝이는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는 만능 아이콘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틴더, 키노트, 미디엄, 구글 포토, 스포티파이

2020년, 구글 포토는 AI 기반 이미지 향상 기능을 선보이며 반짝이 아이콘을 사용했습니다. AI의 복잡한 작동 방식을 일반 사용자에게 설명하는 대신,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거예요’라고 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니까요. 같은 해 구글 스프레드시트의 ‘Explore’ 기능에서도 머신러닝 기반 주제 추천을 위해 반짝이가 사용됐습니다. 구글이 AI 기능에 대한 시각적 언어를 확립해 가는 첫 시도였던 걸로 보여요.

이후 반짝이는 정말 빠르게 AI의 시각적 언어가 되어갔습니다.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주요 기업들이 하나둘씩 반짝이를 AI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요.

에어테이블, 유튜브 AI 요약

AI가 부상할 무렵 많은 디자이너가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AI를 하나의 아이콘으로 표현한다면 무슨 모양으로 할 것인가? 선택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초반에는 로봇 얼굴 모양을 하는 곳도 있었고, 뇌나 칩 모양, 전구, 뭔가 복잡한 회로 패턴 같은 것을 사용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AI 챗봇을 상징하는 아이콘은 대부분 로봇 얼굴이었던 적도 있죠. 하지만 뭔가 아주 똑똑하고 복잡한 AI 프로세스를 시각적으로 안정적이고, 확장성 있으며 아름다운 아이콘으로 표현하기에는 그 무엇도 적합한 선택지가 없었기에 가장 예쁜 반짝이가 널리 사용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용자들은 반짝이를 뭐로 이해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반짝이를 계속 더 많이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요? 반짝이 아이콘을 AI 기능으로 인지하지 않고 있다는 연구가 있었는데요. 2024년 9월 UX 연구 기관 닐슨 노먼 그룹에서는 107명을 대상으로 아무 맥락 없이 반짝이 아이콘만 보여주고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 질문했습니다. 16.82%의 사용자는 즐겨찾기 혹은 저장 기능으로, 또 다른 16.82%의 사용자는 이미지 필터 혹은 최적화 기능으로, 11.22%는 중요하거나 특별한 정보로, 나머지는 보상이나 성공, 아이디어, 팁 등으로 인지했다고 합니다.

응답자들이 대체로 어떤 “특별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아무도 AI 기능이라고 응답하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수긍이 가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5방향으로 뻗은 별 모양(★)이 즐겨찾기를 상징해 오기도 했고, 반짝이는 이미지 필터나 보상, 혜택, 새로운 기능 등 이미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나 모호합니다. AI 기능이라는 것을 유추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능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AI 기반의 자동 생성일 수도 있고, 분석이나 편집, 제안 등 너무나 다양한 의미를 포괄합니다.

[반짝이의 미래: 합쳐질 것인가 없어질 것인가?]
이러한 모호함을 해결하기 위함일까요? 최근에는 반짝이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다른 아이콘과 결합해서 쓰이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Gmail에서는 AI로 이메일 쓰는 기능에 펜과 반짝이를 결합했고, Photoshop에서는 ‘제거 도구’를 표현할 때 반창고와 반짝이를 합친 형태를 사용합니다. Slack의 AI 요약 기능은 리스트 아이콘과 반짝이가 합쳐진 형태를 사용합니다. 돋보기에 반짝이, 음표에 반짝이, 문서에 반짝이 등 기존의 수많은 아이콘과 반짝이가 결합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능의 성격을 약간은 더 명확하게 전달하면서도, AI 기능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AI 기능이 더욱 일상화되면 반짝이 아이콘의 의미도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2~3년 내에 AI 기능을 특별히 표시할 필요성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AI가 일상의 일부가 되면, 특별히 강조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거죠. 특히 반짝이를 단독으로 사용할 때의 모호함을 고려할 때, 앞으로는 반짝이가 그 자체로 쓰이는 경우는 줄어들겠죠.

반짝이가 줄어드는 흐름은 이미 시작된 것처럼 보입니다. Notion을 예로 들어보면, AI 기능 출시 초기에는 반짝이 아이콘을 사용했고, 본격적으로 AI 기능을 확장하면서 얼굴 모양의 아이콘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세부적인 기능 안에서는 마법봉과 반짝이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지만, 얼굴 아이콘을 통해 노션이 추구하는 AI의 모습을 차별성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더 나아가 AI가 완전히 표준이 되면 전통적인 아이콘 형태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치 90년대의 플로피 디스크 아이콘처럼, 반짝이도 특정 시대의 상징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반짝이는 AI 시대로의 전환기를 상징하는 중요한 시각적 언어로서,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흔적이 될 것 같습니다.

김지윤
김지윤
취향이 담긴 물건과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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