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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코올 와인에 대한 모든 것

무알코올 주류에 대한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마트의 진열대와 음료 목록에 무알코올 주류가 점점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알코올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일반 와인과 어떻게 다르며,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이어질까?

Torres 와이너리는 알코올 제거를 염두에 두고 포도를 선택한다. 사진 크레딧: Torres 제공 / Limm PR

우선 ‘저알코올’ 와인(예를 들어 9% 알코올 도수)과 무알코올 와인은 차이점이 있다. 저알코올 와인은 ‘일반적인’ 와인 제조 기술을 사용하되, 수확 시기를 앞당겨 알코올로 전환되는 당분을 줄이거나, 느리게 활동하는 효모를 사용해 최종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 0.5%(일반적으로 중독 위험이 없다고 인정되는 수준) 미만의 와인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알코올을 제거하는 것뿐이다.

와인에서 알코올을 제거하는 핵심 개념은 에탄올이 물보다 끓는점(78°C)이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액체를 가열하면 알코올이 증발하여 알코올 도수 0%의 음료가 남는 시점이 오게 된다.

집에서 냄비로 이 방법을 시도하려 한다면 그전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와인이 이러한 온도까지 가열해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와인을 가열하면 알코올이 제거되는 동시에 와인에 풍미를 부여하는 휘발성 향료 화합물도 모두 제거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알코올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공정은 이보다 더 과학적이다.

와인을 압력으로 막에 통과시키는 ‘역삼투압’ 방식은 와인 업계에서 잘 알려진 방식이다. 이 기술은 큰 풍미 분자를 작은 물과 알코올 분자로부터 분리하는데, 설치 비용이 저렴하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알코올 도수를 약간(예를 들어 16%에서 14%로) 낮추는 데만 사용된다. 0% 또는 0.5%와 같은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진공 증류법을 사용한다.

증류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증발하기 시작할 때까지 가열하는 것인데, 진공 상태에서 증류하면 끓는점이 훨씬 낮아진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 끓는점은 35~40°C인데, 일부 와이너리는 실온보다 그다지 높지 않은 온도인 30°C 이하에서 작동하는 진공 증류탑을 보유하고 있다.

진공 증류는 1907년 독일의 Carl Jung이 발명한 이미 잘 알려진 기술이다. 그 이후로 시스템이 개선 및 추가되었지만(특히 식품 산업용으로 설계된 풍미 추출 시스템인 스피닝 콘 컬럼(Spinning Cone Column) 기술의 도입), 근본적인 원리는 동일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무알코올 와인. 사진: 봉봉 드링크스 제공

낮은 온도에서 압력을 가하여 와인을 가열하면 알코올, 풍미 화합물(일부는 이를 ‘에센스’라고 부른다), 물 이 세 가지 요소로 와인을 정확하고 비교적 자연스럽게 분리할 수 있다.

이 세 요소는 각기 분리 및 수집된다. 알코올은(보통 꽤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나머지 두 요소는 다시 혼합한다.

그렇다면 알코올이 제거된 풍미/물 혼합물은 바로 음용이 가능할까?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다. 음용 전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다시 균형을 잡는 일(rebalancing)이다.

알코올은 일반 와인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알코올은 와인의 약 13%에 불과하지만, 풍미를 전달하고 입안에 질감을 선사한다.

따라서 이를 제거하면 음료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산미가 더 날카로워지고 타닌이 더 뚜렷해지며 미각은 다소 묽어진다. 어떤 풍미는 사라지고, 어떤 풍미는 더 농축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와이너리에서는 소량의 향료 및/또는 머스트(발효 전 포도즙)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면 부족한 풍미 성분을 보충하고 약간의 천연 단맛으로 질감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와이너리마다 다른 전략을 보유한다.

스페인의 Torres는 처음부터 알코올 제거를 염두에 두고 포도를 선택하기 때문에 추가 작업이 필요 없다고 전한다. 과실미가 풍부하고 향이 강하며 타닌과 산도가 낮은 와인은 알코올 제거 후 자연스럽게 균형이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Giesen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 생산자는 무알코올 와인 제조용 포도를 선택할 때 일반 와인용 포도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Giesen의 무알코올 와인 메이커인 Reinier van Greunen은 “좋은 0%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품질의 와인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Giesen 와이너리의 Reinier van Greunen(왼쪽)과 Duncan Shouler(오른쪽). 사진 크레딧: Jim Tannock Photography Limited / Giesen 제공

업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관해 세 가지 영역에서 끊임없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첫 번째, 새로운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더 빠른 공정 및 더 낮은 온도에서 더 많은 풍미를 가둘 수 있는 모든 기술이 최종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두 번째, 무알코올 와인도 일반 와인과 마찬가지로 포도 자체의 품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나쁜 와인을 진공 증류기에 넣으면 결국 품질 낮은 무알코올 와인이 생산되는 것이다.

BevZero의 알코올 제거 담당자 Irem Eren은 “와인의 품질이 높을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알코올이 제공하는 질감을 살리는 방법으로 단순히 설탕을 사용하는 것 이외의 방안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

호주의 무알코올 와이너리 Edenvale의 Aaron Milne은 “알코올의 단맛은 타닌과 산미를 부드럽게 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한다. 이는 우리가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인 큰 부분이다.”고 말한다.

점점 더 많은 생산자들이 노골적인 단맛 없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와인은 대체로 더 드라이해지고 있다.

프랑스의 무알코올 와이너리 Inspire의 CEO인 Bérenger Vaysse는 “구조감이 가장 큰 관건”이라며 “설탕이 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입안에서의 질감을 살리는 방법을 찾는 사람은 아마 크게 성공할 것이다.

특히 무알코올 화이트 와인은 이미 포도 품종별 특성을 나타내는 단계까지 기술이 발전했다. 생산자들은 향후 5~10년 안에 더 좋은 포도 및 더 나은 기술로 인해 지역별 특성까지 드러내는 무알코올 와인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독일 Schloss Wachenheim의 맞춤형 알코올 제거 기계. 사진 크레딧: Daniel Prediger Fotografie / Schloss Wachenheim 제공

그렇다면 와인의 핵심인 떼루아는 어떠할까?

아직은 실현되기 어렵겠지만, 이 분야에 많은 연구 자금과 인력이 투자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문제일 뿐이다.

작성자 Chris Losh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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