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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건강한 양파 요리 총집합!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채소 중 하나가 양파. 한식은 물론, 이탈리아 요리나 프랑스 요리, 일본 요리나 중국 요리, 또 기타 에스닉 푸드(Ethnic food) 등 세계 각국의 요리에서 폭넓게 활약하는,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야채인데요. 기본적으로 ‘향신채’로서의 역할이 크다 보니, 대개 주연이기보다는 조연일 때가 많죠. 찌개나 김치, 수프나 스튜, 햄버그스테이크, 샐러드, 일본식 카레 등 쓰임새가 다채롭기 그지 없음에도 ‘만년 조연’인 게 사실인데요. 그렇다 해도 단지 주연이 아닐 뿐, 특유의 단맛과 알싸한 맛 그리고 개운한 향미는 언제나 주재료를 보다 풍성한 맛으로 이끌어줍니다.

어떤 재료와 만나도 풍미와 향미, 감칠맛을 증폭시켜 주는 보배로운 서포터라고 할까요? 그러니 양파는 조연은 조연이되 그냥 조연이 아닌 ‘빛나는 조연’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풍부한 영양과 탁월한 효능은 오래전부터 익히 알려져 왔죠. 중국의 경우, 기름지게 먹는 식생활 패턴을 지녔지만 동시에 ‘양파 섭취’가 많은 덕에 비만이나 심혈관 질환 등으로부터 멀리 있음을 지칭하는 ‘차이니즈 패러독스’라는 말도 있습니다.

양파의 위력은 고대 이집트에서도 발휘되었는데요.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us 484?-425? B.C.)의 저서에도, 피라미드가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던 시대의 이집트 사료에도, 관련 기술이 나옵니다.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대신해 지급한 먹거리에는 마늘과 빵과 맥주 외에 피로 회복 효과가 뛰어난 양파도 포함되었다고 하죠. 그뿐만 아니라 당시 양파는 약이 되는 특별한 마력을 지닌 야채로 여겨지며, 때로는 신성시되기까지 했는데요.

향을 맡으면 시력이 개선되거나 수면유도 효과가 있다거나, 빵과 함께 먹으면 구강염에 효과가 있다거나, 또 꿀이나 식초, 와인 등과 어우러지면 치통을 완화시키는 효능이 있다거나 등등. 다양한 증상이나 병증이 개선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았으니 귀히 여길 수밖에 없었던 거죠.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라타 발라디(Salata Baladi 커민, 고수, 양파, 오이, 토마토 등으로 만든 이집트 전통 샐러드)’를 비롯한 다양한 이집트 요리에서 양파가 다용되고 있는데요.

실크로드 주변 중앙아시아와 지중해 연안을 원산지로 하는 양파. 반만년도 더 전부터 재배되어 온,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서아시아로, 유럽으로, 16세기경에는 미국으로,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일상의 식재료로 쓰이고 있는데요. 샐러드나 김치, 피클 등과 같이 생으로 혹은 발효와 숙성을 거쳐 먹는 방법, 볶거나 끓이거나 튀기거나 굽는 등 가열 조리하여 먹는 방법, 어느 나라 요리가 되었건 대체로 이렇게 두 조리법으로 대분될 듯합니다.

양파가 지닌 단맛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면 역시 ‘가열’이 최상. 가까운 일례로 우리에게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수프 알 로뇽’(soupe à l’oignon)을 들 수 있을 텐데요. 이 수프는 볶으면 알리신(allicin), 즉 매운맛 성분과 수분이 사라지고 당류는 남음으로써, 본연의 단맛이 한층 응축되어 깊은 풍미를 빚어내는 좋은 예이죠. 볶음으로써 매운맛 성분이 단맛 성분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양파가 지니고 있던 본연의 단맛이 한층 도드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양파의 당분은 100g당 5~7g에 이르는데, 이는 토마토가 3~4g인 것을 감안한다면 꽤나 단맛이 풍성한 채소인 것이죠.

대표적인 양파 요리, 프렌치 어니언 수프

양파를 끈기 있게, 뭉근히, 오래도록 볶아 진한 갈색이 감돌 즈음이면, 당류 일부가 향기롭고 달콤한 멜라노이딘(melanoidin)으로 변하며 깊고 농후한 단맛을 내게 됩니다. ‘멜라노이딘’이란 마이야르 혹은 메일러드 반응(Maillard reaction)으로 생기는 갈색 색소를 가리키죠. 메일러드 반응이 일어날 때, 즉 가열 조리하는 동안 아미노산과 환원당 사이의 화학반응으로 인해 진한 갈색빛이 감돌고, 짙고 강렬한 감칠맛과 더없이 훌륭한 풍미가 나타나게 되는데요. 이 감칠맛 덩어리가 바로 프렌치 어니언 수프 맛의 요체가 됩니다.

우리네 식탁에도 빈번히 출몰하는 양파. 하지만 역시 양파 그 자체가 주역이 되는 요리는 드물죠. 서울 시내 식당의 메뉴판에도 양파 자체를 주제로 만들어진 요리가 올라오는 일은 흔치 않고요. 흔히 만나는 양파요리라면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나 수제 햄버거집의 어니언링 정도라고 할까요? 이 역시 곁들여 먹는 것이지 메인으로 먹는 요리는 아니지만요. 아무래도 향신채 역할이 주요 책무인 것은 서울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러나 이모저모 건강에 유익한 양파를 식탁 위 주인공으로 만들 이유는 충분합니다. 노화 방지나 자양강장에 좋다거나,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거나, 고혈압과 성인병 등의 예방에 좋다거나 등등. 그 효용을 고스란히 누리려면 양파 하나 온전히 먹을 요리가 필요할 텐데요. 한 끼에 양파 하나를 만끽할 요리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그리 쉬이 떠오르지는 않죠. 그렇다고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조금만 품을 들이면 일상의 식탁에서 양파 하나 고이고이 누리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양파 하나 오롯이 누릴 요리 그 첫 번째는, 양파를 뭉근히 끓여낸 진미 가득한 양파 수프입니다. 진득하게 끓이는 게 다인데요. 이 수프의 서포터는 마늘과 베이컨과 소시지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집 가까이에 수제 소시지와 수제 베이컨을 파는, 솜씨 좋은 공방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그저 일편단심으로 끓이면 되는데, 맑으면서도 깊고 구수하고도 시원한 맛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따끈하고 든든한 양파 수프
  • 마늘 2~3톨(기호 따라 가감 가능)을 칼 등으로 으깨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2큰술 두른 냄비에 올린 후, 마늘 향이 오르고 기름에 밸 때까지 2~3분 그대로 둬요(약한 불). (참고로, 마늘 속 중심부를 세로로 관통하는 기다란 ‘심지’는, 가열 시 금방 타버려 풍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므로, 으깬 후 반드시 빼내도록 합니다. 이러한 미세한 처리가 의외로 맛에 큰 영향을 끼쳐요. 결 고운 맛을 위해서는 필수 공정이란 점도 꼭 기억해 주세요.
  • 마늘 향이 기름에 밸 동안 양파 2~3개의 껍질을 까고, 꼭지와 뿌리 쪽도 얕게 잘라냅니다(너무 깊게 잘라내면, 끓일 때 양파가 다 흐트러지니 최대한 얕게 제거). 뿌리 쪽에 열 십자 칼집도 넣어 줘요(양파 길이의 1/3지점까지. 맛이 깊게 배게 하기 위한 공정이에요).
  • 올리브오일에 마늘 향이 배면(마늘 표면이 군데군데 갈색으로 변했을 때가 굿 타이밍) 마늘은 일단 건져 두고, 여기에 정육면체(직육면체도 OK) 모양으로 썬 베이컨(약 90g)을 올려 1분쯤 굽다가, 뒤집어서 다른 면들도 각기 1분씩 구워 줘요(각 면에 살짝 탄 자국 날 정도로). 수제 베이컨이 좋은 이유는 맛도 월등히 좋고 감칠맛 성분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즉, 통째로 파는 수제 베이컨이어야만 큐브 형태로 썰 수 있고, 이 큐브 형태의 6면을 서서히 구워 줌으로써 감칠맛 성분을 보다 더 응축시킬 수 있어요. 그와 동시에 큐브 안으로 육즙을 가두니, 수프를 먹을 때 소위 ‘겉바속촉’의 식감도 즐길 수 있죠. 일반 마트에서 파는 얇은 슬라이스 베이컨의 경우는, 금방 타버리기 쉬워 감칠맛을 진하게 응집시키기 어렵고, 오래 끓이면 형태가 으스러지는 등의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 베이컨 표면이 갈색빛으로 고루 구워지면 맥주나 화이트와인 60~80ml를 붓고, 바닥에 눌어붙은 ‘UMAMI’ 즉 감칠맛 덩어리를 긁어내고 저어서 국물에 융합시켜 줘요.
  • 육수 700g쯤 붓고 (따로 만들어둔 육수가 없을 때는, 전날 먹고 남은 소고기뭇국 등 맑은 국물이 있다면 그 국물을 써도 좋아요), 소시지 3~4개(소시지에 빗금 모양으로 칼집을 넣어줘도 굿), 월계수 잎 1장, 통후추 20~30알(기호에 따라 가감), 앞서 꺼내 둔 마늘 다시 넣어 한 벌 끓인 다음, 약한 불로 1시간 15분쯤 더 끓여요. 마지막에 암염 등 순한 풍미의 소금으로 모자란 간을 맞춰주면 완성(베이컨, 소시지 등에서 염분이 나오므로 심심하게 드시는 분은 추가로 간을 안 맞춰도 되고요.) 양파는 중간에 집게 등으로 꼭 한번 뒤집어 주도록 합니다. 맛이 고루 배게 하기 위해…. 만약 끓여 둔 육수가 없다면, 시판되는 고형 부이용(Bouillon=스톡) 적당량과 물 700g을 넣어 만들어도 되지만, 직접 끓여낸 육수(채수가 있다면 채수도 굿)가 건강에도 훨씬 더 좋고 맛난 건 당연지사.
  • 완성되면 냄비에서 양파를 먼저 건져 수프 그릇에 담은 다음, 그 옆으로 소시지와 베이컨을 담고 국물을 부어 줘요. 그리고 차이브나 이탈리안 파슬리, 바질 등 좋아하는 허브를 다져서 뿌리고(타임 잎만 따서 올려도 좋고요), 풍미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한 바퀴 두른 뒤 먹으면 정말 기가 막히게 맛납니다.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소시지에 곁들여 먹으면 한층 더 맛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추운 겨울 별미로 딱. 좀 더 볼륨 있게 먹고 싶다면, 올리브오일에 바싹 구운 바게트 좀 곁들여도 좋을 테고요.
맛있게 익어가는 양파와 소시지

이 맛난 양파 수프의 출처 역시 도쿄. 처음 먹은 건 무척이나 오래되었습니다. 장 보는 엄마를 따라나선 날 이따금 향했던 동네 수수한 밥집에서 먹던 수프였는데요. 요즘도 그렇지만 그때도 맛난 것은 소리 소문 없이 퍼져나갔던 것 같습니다. 처음 맛본 초기에는 온갖 메뉴 다 파는 패밀리레스토랑에도 볼 수 없었고, 오직 그 밥집에서만 보던 메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근처 요오쇼쿠야(洋食屋 경양식당)와 깃사텐(喫茶店 일본식 카페) 등에도 등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는 도쿄 여기저기서 꽤 볼 수 있었고요. 어쨌거나 조리가 매우 간단한데 맛은 일품! 시간이 다소 걸릴 뿐, 따지고 보면 재료 자르고 내처 끓이는 게 다인, 참 맛난 요리예요.

그래도 1시간 넘게 시간을 들이는 요리라니… 고단한 일과 후 그런 에너지가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는 분에게는, 약식 ‘어니언 로티'(Oignons rôtis 혹은 ‘양파 스테이크’)를 권해 드려요. 양파 수프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시간에 완성할 수 있습니다. 양파를 껍질째 굽기만 하면 되거든요. 유해한 활성산소를 무해한 물질로 바꾸는 게 플라보노이드. 양파 껍질에는 이 플라보노이드가 양파 안쪽보다 최대 100배 들었다고도 하죠. 껍질째 요리하니 품도 줄이고 영양도 챙기고 일거양득 요리입니다.

간단하면서 건강도 챙기는 양파 스테이크
  • 양파 껍질을 한 꺼풀만 벗겨내고 흐르는 물에 씻은 후(유수 세척 시, 꼭지와 뿌리 부분은 손으로 살살 문질러 불순물을 잘 떨궈내요. 잘라내지는 마세요. 그래야 가열해도 흐트러지지 않아요), 면보나 키친타올 등으로 물기를 꼼꼼히 닦아내요.
  • 양파를 세로로 반으로 잘라, 내열 용기에 자른 단면이 위로 향하게 담고, 랩을 느슨히 씌운 다음 전자레인지에 5~8분쯤 가열해요(가열 시간은 기종 따라 가감).
  • 버터 10g을 녹인 후(약한 불) 올리브유 1큰술을 더한 팬에, 앞서 전자레인지로 1차 가열한 양파의 단면이 바닥에 닿게 올리고, 조금 센 약불에 2~3분 구워요.
  • 다시 양파 껍질 쪽이 바닥으로 가게 뒤집은 후, 팬을 살짝 기울여, 기울인 쪽으로 고인 오일을 스푼으로 떠서 양파 단면에 계속 끼얹는 ‘아로제(arroser)’ 공정을 반복, 2~3분 더 구우면 끝! (생 타임을 팬 한 귀퉁이에 두고 아로제를 하면, 양파에 허브 향이 깊게 스며 한층 고풍미로 완성됩니다.)
  • 다 구운 양파를 접시에 담고 암염(혹은 마일드한 맛의 소금)과 후추를 뿌린 뒤, 발사믹 비니거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한 바퀴 두르면 완성! 취향에 따라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나 그라나 파다노 같은 경성 치즈를 갈아 듬뿍 뿌려 먹어도 맛나죠. 또, 그렇게 치즈를 뿌린 상태로 한 번 더 오븐에(230도 예열) 1~2분 구워서 먹어도 맛있고요. 와인과 페어링해도 좋고, 바게트 등 빵을 곁들여 가벼운 식사로 먹어도 좋고.. 빵 대신 크루통이나 견과류를 휘리릭 뿌려 먹으면 바삭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에 시너지를 낼 수 있죠.
양파에 아로제 하며 예쁘게 구워주세요.

‘양파가 주인공인 요리’ 간편 버전, 세 번째! 이름은 ‘어니언 브륄레’(onion brulée)쯤 됩니다. 국물 없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아무튼 맛나고 빠른 양파 요리로는 최고!

양파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어니언 브륄레
  • 중간 크기 정도의 적양파 2개를 적당히 얇게 슬라이스 후(그냥 흰 양파도 좋고요.) 내열 보울에 담고, 적당히 슬라이스한 마늘 하나, 버터 약 10g, 소금 2~3꼬집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2큰술을 더한 다음, 느슨하게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6~7분(기종 따라 차이 나므로 가열 시간 가감해서) 익혀요.
  • 모두 믹서로 옮겨 담아 곱게 갈고, 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조절 후, 내열 그릇에 2등분해 담아요.
  • 오븐(230도)에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에, (반으로 자른) 마늘의 단면을 충분히 문질러 준 후(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만들 때처럼), 내열 그릇 맨 위에 올려요.
  • 그 위로 그뤼에르 치즈를 듬뿍 토핑 후, 다시 230도로 예열된 오븐에 약 3~4분(기종 따라 가감) 구우면 완성!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국물 없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의 고소한 맛이 나는데, 스피디하니 바쁜 아침 가벼운 식사로 좋죠.

간편한 ‘양파가 주인공인 요리’, 마지막 버전입니다. 바로 ‘양파 그라탱’인데요.

고소하고 감칠맛 폭발하는 양파 그라탱
  • 우선 껍질 깐 양파 2개를 두께 1센티쯤으로 슬라이스해요.
  • 내열 용기에 양파를 조금씩 겹치게 나열하고, 그 위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한 바퀴 두른 다음, 랩을 느슨히 씌워 전자레인지로 5~6분 가열해요.
  • 보울에 빵가루 3큰술, 다진 앤쵸비 1작은술, 그라나 파다노 등 경성 치즈 간 것 2~3큰술, 다진 마늘 1~2큰술(기호 따라 가감), 후추 약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2~3큰술, 생 타임 잎만 딴 것 1작은술(생략 가능)을 잘 섞어줘요(A).
  • 앞서 전자레인지로 가열한 양파 위로 (A)를 균등히 뿌려 230도 예열한 오븐에 2~3분 구워요.
  • 오븐에서 꺼내자마자 타임 잎 한 번 더 뿌려 완성! 간을 심심하게 해서 이것만 한 접시 먹어도 든든한 식사가 되는데요. 조금 세게 간해 빵을 곁들여 먹어도 좋고요.
1차로 전자레인지로 익힌 양파와 믹스한 토핑 재료

이제 이야기가 곁가지로 흐를 시간입니다. 양파를 썰면 양파에 있는 화합물인 설폭사이드(Sulfoxides)와 프로판티알 S-옥시드(Propanethial-S-oxide)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죠. 바로 이 성분이 양파를 썰 때 눈물샘을 자극해서 눈물이 나는 건데요. 그 때문에 선글라스를 끼고 자른다는 사람도 있던데, 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양파의 온도를 낮추는 건데요. 양파를 자르기 1시간 전쯤부터 냉장고에 넣어 차가워진 상태에서 자르는 겁니다. 칼도 함께 냉장했다가 차디찬 상태로 자르면 앞서 언급한 최루 성분이 거의 튀지 않아요. 반대로, 양파를 전자레인지에 넣어(껍질 깐 상태로) 약 20초 ‘가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전술한 성분이 기화하여 약해지므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양파를 썰 수 있어요.

또, 양파는 용도에 따라 ‘써는 방향’을 바꿔주면 훨씬 더 맛나게 요리됩니다. 이를테면, 양파의 결(섬유질)과 수직 방향으로 썰면 매운맛이 다소간 억제되기 때문에, 샐러드를 만들거나 생으로 먹을 때에는 이렇게 써는 게 적절합니다. 역으로, 결대로 얇게 썰어주면 사각사각 씹히는 맛을 보다 더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볶음 요리라면 이렇게 써는 게 더 적합한 방법이죠.

양파 껍질에는 항산화 작용 등이 있는 케르세틴(quercetin)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특히 적양파는 안토시아닌도 함유하고 있는데요. 양파 껍질을 깨끗이 세척해서 물과 함께 끓이면 건강에 유익한 차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리 보면 양파는 버릴 데라고는 하나도 없는 참 기특한 야채. 평소보다 식탁이 풍성해지는 연말연시, 다채로운 양파요리로도 특별함을 더해 보시기 바랍니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이따금 양파 하나쯤 고이 내 몸에 선사해 주는 것도 바람직할 테죠.

무엇보다도 건강에 두루두루 이로운 양파. 중노동을 견딜 수 있도록 피로회복과 강장제로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었을 정도니까요. 만약 양파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방방곡곡에서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그 우람하고 장대한 피라미드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엄동설한, 따뜻한 양파 수프 한 그릇으로 몸은 물론 영혼까지 덥히는 행복한 미식의 시간을 꼭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by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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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자란 디저트 애호가 이야기야말로 맛을 배가시킬 가장 빛나는 재료라 믿는 사람 네 가지 직업을 거쳐 현재 이야기꾼이자 디저트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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