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는 카페산(단양군 가곡면)에 오르면 단양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단양은 U자 모양으로 굽이치며 흐르는 남한강에 둘러싸여 있는 형국입니다. 그 안에 단양 주민 대부분이 살고 있습니다. 단양의 인구는 3만 명이 채 안 되는데 대표적인 인구 소멸 도시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단양으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 실생활 인구는 30만 명이 넘습니다. 그만큼 단양은 관광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단양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단양의 명소 단양 구경 시장입니다. 특히 이곳은 단양에서 생산되는 마늘을 재료로 한 음식이 유명합니다. 단양의 토양이 중성이고 중산간지의 기후 조건이 마늘 재배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마늘 닭강정, 마늘빵, 마늘 순대, 마늘 떡갈비, 마늘 찜닭, 마늘 만두 등이 대표적인 단양 시장의 먹거리입니다.

단양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단양 구경 시장입니다
단양 시장에 왔다면 맥주 팬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습니다. 단양 시장에서 불과 2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는 단양 브루어리입니다. 일명 남한강 크래프트 맥주라고 합니다. 단양 브루어리는 아주 작은 브루펍입니다. 마이크로급을 넘어 나노급의 양조 시설이 있고, 오손도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몇 개 있습니다. 적은 인구를 가진 단양에 어울리는 소박한 브루어리입니다. 그런데 맥주만큼은 소박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스타일도 있지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귀중한 스타일까지 있습니다. 게다가 맥주의 맛도 놀랍습니다.

단양 브루어리는 단양의 작은 브루펍입니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맥주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했는데, 단양 맥주의 유봉균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습니다. 유 대표는 원래 10여 년간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매장을 운영하면서 소상공인의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를 겪으며 사업을 정리하고 부모님의 고향인 제천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때 크래프트 맥주를 처음 접하게 됩니다. 그것이 제천에서 유명한 솔티맥주입니다. 기존에 마셨던 맥주와는 확연히 다르고, 맥주의 깊고 진한 맛에 충격을 받은 유 대표는 본격적으로 크래프트 맥주 사업에 뛰어들게 됩니다.

단양 브루어리의 양조 시설은 나노급입니다
그런데 왜 단양을 선택한 것일까요? 그것은 유 대표가 단양을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로 봤기 때문입니다. 단양은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사람들의 정이 많은 곳입니다. 이러한 매력은 사람들을 단양으로 모이게 합니다. 이런 곳이라면 더 많은 분에게 크래프트 맥주의 개성과 철학을 소개하기에 적합하다고 봤습니다. 한마디로 관광도시 단양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맥주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양 브루어리는 한국에서는 드물게 벨기에 맥주 스타일을 양조하는 브루어리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깊고 진한 맛에 집중하며 고유의 색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맥주가 하루의 일과에 의미를 두고 이름 지어진 3개의 맥주입니다. 새벽 Double IPA, 황혼 Tripel, 밤 Brown Ale. 새벽 Double IPA는 묵직한 홉의 향과 쌉싸름한 끝맛이 인상적인 맥주입니다. 황혼 Tripel은 은은한 과일 향과 함께 부드럽지만, 강한 도수가 조화로운 맥주입니다. 밤 Brown Ale은 고소하고 진한 몰트의 풍미가 깊게 깔리는 맥주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을 두고 하루에 모두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밖의 단양 맥주는 단양의 주요 관광지를 이름으로 삼고 있습니다. 도담삼봉 Pale Ale, 스카이워크 IPA, 단양 10경 Saison, 패러글라이딩 Wheet 등이 대표적입니다. 유 대표에게 단양의 추천 관광지를 여쭤보니 도담삼봉, 잔도길, 구경 시장을 추천해 주었는데, 과연 이 이름이 모두 맥주에 담겼습니다. 단양 맥주를 사 들고 단양의 주요 관광지를 방문해 보는 것도 귀중한 경험이 될 듯합니다.

단양 맥주는 단양의 주요 관광지를 이름으로 삼고 있습니다
단양 맥주의 매력 중의 하나는 단양 시장의 음식과 짝을 맞춰 보는 경험입니다. 유 대표에게 맥주와 어울리는 단양의 음식을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패러글라이딩 Wheet는 단양의 명물인 닭강정과 어울립니다. 바삭하고 달콤한 닭강정의 맛을 밀맥주의 부드러움이 감싸준다고. 새벽 Double IPA는 직화구이 고기류와 환상의 조합입니다. 맥주의 강한 풍미가 고기의 육즙과 균형을 이루니까요. 황혼 Tripel은 단양 시장의 과일이나 과일 디저트와 어울립니다. 은은한 단맛과 산미가 조화를 이룹니다.

단양 맥주의 아름다운 빛깔
단양 브루어리는 앞으로는 단양 지역의 특산물이나 농산물을 활용한 맥주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단양의 마늘이나 오미자, 사과 등을 재료로 활용해 로컬의 색이 짙은 테루아 맥주를 선보이는 것입니다. ‘단양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맛’을 계속 실현해 나가겠다고 합니다.
매년 7월에는 단양 마늘 축제가 열립니다. 매년 6월 초중순에 마늘을 수확하기 때문입니다. 마늘은 저장성이 높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여름에 갓 수확한 마늘이라면 그 알싸함이 더 하지 않을까요? 올여름에는 알싸한 단양 음식이 있는 여행과 향긋한 단양 맥주 한 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