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진한 치즈 케이크 한 조각, 바삭하고 도톰한 베이컨이나 입맛 자극 마라 수육.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나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 길티 플레저 푸드(guilty pleasure food). 고지방에 설탕이나 소금이 많이 들어간 것임을 알지만, 그리고 원래 그런 게 맛있기 마련이지만, 죄책감 한 스푼에도 먹게 되는 그런 음식이 있나요? 자주 먹는 게 아니라면 건강에 위협을 가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기왕이면 맛도 있고 몸에 좋은 음식이 있다면 그건 어떨지.
건강한 음식은 원래 맛없다는 편견을 버려야 할 때가 왔다. 로우 칼로리/저당 아이스크림 전성시대다. 라라스윗(Lalasweet)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편의점에서 처음 사 먹었을 때의 놀라움을 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파인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이라고 생각하는 하겐다즈와 비교했을 때 칼로리는 1/3 수준이지만 바닐라 맛을 그대로 담고 있어 통째 퍼먹어도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요즘은 정통 강호 브랜드에서도 저당 아이스크림을 출시하고 있으니, 오리지널과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는 즐거움까지 있다. 근래에 먹은 메론바는 칼로리도 낮았지만, 설탕 대신 알룰로스가 들어가 있어 좋았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사과와 땅콩버터 조합. 아침에 사과는 약이라는 어르신 말씀에 꾸역꾸역 먹었는데 그거만 먹기엔 물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사과를 얇게 썰어서 땅콩버터를 발라 먹었더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주의할 점은 첨가물이 없는 땅콩버터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땅콩만 갈아 넣은 것으로 씹히는 맛을 좋아한다면 입자가 큰 걸 고르면 된다. 칼로리가 걱정된다면 적당히 먹는 걸 추천하지만 GI 지수가 낮다는 건 장점이다. 또,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E, 마그네슘 등을 함유하고 있어 심장을 보호하고 근육을 키우고 수면까지 도울 수 있다. 게다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즐거움을 느끼게 하니 이게 바로 헬시 플레저 푸드 아니겠는가.
건강한 식단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는 트렌드가 한동안 지속되기도 했는데,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 중 하나다. (물론, 흰 쌀밥만 고집한다면 조금 문제가 될 수는 있다.) 곡물 섞은 밥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니고 오히려 파스타를 추천하고 싶다. 파스타 면 자체가 GI 지수가 낮기도 하지만 해 먹기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시판용 크림이나 토마토소스는 피하고 올리브 오일과 좋아하는 채소만 갖추면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파스타다. 귀찮으면 콜드 샐러드 파스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삶은 파스타를 냉장 보관 하기만 해도 GI 지수가 낮아진다고 하니 먹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채소를 넣기만 하고 올리브 오일 충분히 두르고 소금, 후추 조금씩 뿌리고 기호에 따라 비니거(vinegar)류를 넣으면 파스타를 완성할 수 있다.
슈퍼마켓 선반에 가지런히 놓인 초콜릿 앞에서 서성거려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유혹을 견디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초콜릿도 헬시 플레저 푸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심지어 식사 전 한 조각을 먹으면 과식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는데 그러면 먹어야지! 다크 초콜릿에는 플라바노이드(flavonoids)라는 항산화 물질이 있어 염증을 줄여준다고 한다. 또, 기분을 좋게 해주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해 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카카오 함량이 어느 정도 되어야 건강에 좋을까. 메디컬 뉴스 투데이에 따르면 최소 70%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 예전에 먹어 본 다크 초콜릿의 카카오 함량이 90% 이상이었는데 특유의 쌉싸래함을 넘어서 고무 느낌이 났다.
헬시 플레저 푸드로 건강과 즐거움을 모두 누릴 수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삶에도 확장될 수 있다. 건강한 것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거나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삶이 윤택해질 것이다.
The groundwork of all happiness is health. (Leigh Hunt)
모든 행복의 기초는 건강에 있습니다. (리 헌트)
